어려지고 싶은 성인 및 나이 들고 싶은 청소년 독자분들, 여기로 오시라
이 책은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세상을 뒤집을 묘약을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낭만과 멸망과 격정의 기록이다. 벼룩의 간을 꺼내 형광물질을 발라 감은 눈을 뜨게 하는 심봉사의 기적을 목격하고 싶은가. 동물이 아닌 척 감자 껍질을 뒤집어쓴 포유류의 살코기로 부처의 지혜를 경험하고 싶은가. 책을 펼치시라. 버려진 세상 속에 있는 진실의 힘을 끄집어 내 당신의 인생을 바꿀 기적 속으로 함께 비밀스레 들어가 보도록 하자.
1-2. 내 몸 안의 시계를 마음대로. 인체 시계 조절란卵 (시조란)
나는 이번 묘약을 설명하기 전에 여러분께 우주와 시공간의 비밀을 푸는 인간의 도전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왠지 우주선이나 블랙홀이나 타임머신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될 것 같은가? 이럴 수가, 바로 맞췄어! 여러분은 천재다!
여러분은 우주가 탄생한 거대한 폭발, 빅뱅 당시에 원자핵보다도 작은 두께의 긴 줄이 생겨났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우주끈'이라고 부른다. 저 먼 우주에서는 이 우주끈이 지금까지도 남아서 아주 무시무시한 속도로 뱅글뱅글 돌고 있다. 이 끈은 밀도가 하도 높아서 여러분 키만큼의 크기로 잘라내도 지구 전체보다 더 무겁다. 그러니 아무리 우주에 관심이 많고 용감하고 도전 정신이 강한 이라도 이 끈을 함부로 찾아들어 올릴 생각은 하지 말자. 뭐, 감자말을 이용해 꾀를 내 보겠다고? 감자말은 마법을 일으키는 요술 지팡이가 아니다!
어쨌든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리처드 고트 교수는 지난 1991년, 이 우주끈을 이용하면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충격적인 이론을 발표했다. 만약 이 끈 두 개가 가까이 붙어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빛의 속도에 맞먹게 빨리 움직인다면 끈을 중심으로 과거를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학계는 리처드의 이론을 반가워하고 주목했다. 시간을 앞 뒤로 오갈 수 있는 모험의 문을 조금이나마 더 열어젖힌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이니까 말이다.
끈이론을 마주한 묘약연구원들의 고뇌
이 '엄청나다'라는 말은 과거와 미래로의 여행이 단지 ‘아이 신기해’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만이 아니다. 한 어린이가 한 달 전의 과거를 다시 경험하고 과거의 교훈을 현재에 적용할 능력을 얻었다고 상상해 보라. 제시간에 이 닦기, 엄마가 예민할 땐 말 걸지 않기, 아빠의 커피를 훔쳐먹을 땐 오후를 피하기 같은 경험적 판단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재차 뼈에 새기고 현재의 일상을 보낸다면 세상 사람들이 아이를 전부 우러러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부모님은 아이를 너무 존경한 나머지 아이 앞에 무릎을 꿇으며 부디 자신의 엄마 아빠가 돼 달라고 빌게 될지 모른다!
미래를 미리 경험해 보는 일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이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 로또? 주식? 여러분은 당장 머스크를 확 쌈 싸 먹을 벼락부자가 돼 버릴 것이다! 물론 신묘한 힘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함부로 사용하면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 책을 서술하기 시작하며 적었던 것도 같은데 그건 기억이 내가 안 나니까 넘어가자.
어쨌든 과거와 미래를 경험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지 지금의 여러분만 큼이나 리처드와 다른 과학자들은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주끈 이론을 발표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다. 하지만 사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우리 묘약계는 우주끈 이론이 발표되는 걸 듣고 당황한 나머지 어색한 침묵에 휩싸이고 말았다. '인간의 신체 시계를 조절하는 계란'을 만들 때 닭의 모이로 사용한 노란 고사리의 포자가 우주끈에 다름없으며, 그것을 이용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연구원 야오야오 리우가 이미 BC 450년경 밝혀낸 사실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에게 노란 고사리의 존재에 대해 이제라도 전해줘야 하는 걸까. 리처드의 논문 발표 이후 연구원들 사이에 격렬한 토론이 있었음을 밝힌다. 로리그래햄의 수도 덤프트라에 위치하고 있는 묘약협회 본부에서 두 달 동안 자그마치 여덟 차례의 회의가 열렸을 정도다. 평소 너무 침착해서 차갑다는 평까지 들는 의장 거옌 아파치는 그동안 무려 다섯 차례나 펜을 집어던지며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그 치열했던 토론의 결과, 우리는 과학자들에게 노란 고사리에 대해 알리는 것을 포기했다. 잔뜩 가슴이 부푼 과학자들에게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고사리 줄기를 눈앞에서 흔들어대면서 '이거 말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너무나 잔혹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장면을 상상만 해도 너무 민망하고 미안해서 겨드랑이, 등, 인중, 눈썹까지 식은땀에 젖는 기분이다. 게다가 연구원들이 알려준다 하더라도 과학자들이 노란 고사리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과학자들이 너무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냐고? 지구가 제 자리에서 돈다는 명백한 증거를 눈앞에 두고도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 도대체 몇 백 년이 걸렸는지 생각해 보라! 게다가 지금 쯤이면 호기심 많기로는 우리 연구원들 못지않은 과학자들이 이 노란 고사리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과학자들은 여기에 대해 아직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우주끈이 먼지 같은 고사리 포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그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다. 그래도 머지않은 때에, 그들도 이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뿐. 똥고집들.
노란 고사리 포자 안의 우주끈을 먹고 자란 적색야계
다시 말하지만 노란 고사리 포자 안에 있는 것이 과학자들이 말하는 우주끈이다. 그 미치도록 무거운 우주끈이 식물의 작디작은 식물의 먼지만 한 씨앗에 담겨 있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노란 고사리의 잎에서 흘러나오는 사과향의 점액 안에 무게를 먹는 먼지가 녹아 있어서 고사리의 주변에 발생할 수도 있을 거대한 물리적 혼란을 잠재워 준다. 간혹 점액 없이 혼자 멀리 날아간 노란 고사리의 포자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커다란 구멍을 내곤 하는데 구멍의 발생 이유를 이해 못 한 사람들이 이를 두고 싱크홀이라 한다. 그런 만큼, 노란 고사리를 먹을 땐 반드시 이 사과향의 점액과 함께 섭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지구 전체가 여러분의 위 안으로 뛰어 들어온 것처럼 뱃속에 커다란 구멍이 나고 말 것이다. 물론 노란 고사리는 아주 맛이 고약하고 졸음과 두통을 몰고 오는 독초에 다름없어서 사람이 일부러 먹을 이유는 없다. 다만 이 고사리 포자를, 물론 고사리 체액과 함께 적색야계로 불리는 야생닭에게 먹이면 닭의 배 안에서 포슬포슬한 우주끈 가루들이 소용돌이치고 휘몰아치면서 흰자가 노래지고 노른자가 용트림하는 굉장한 계란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문제의 알이다. 묘약협회가 정한 정확한 명칭은 '인체 시계 조절란'이지만 이름이 길고 복잡한 바, 줄여서 '시조란'이라고 많이 부른다. 이 알을 익히지 않고 날로 깨서 먹으면 사람의 몸이 어려지고, 삶아 먹으면 나이가 든다. 알 한 개로 1.5년 정도의 효과를 본다. 시조란을 날 것으로 하나 먹으면 1.5년 동안 새로 생긴 신체의 여러 질환이 사라지며 기능을 상실한 신체는 다시 작동하고 없어진 신체 부위도 다시 생겨난다. 1.5년 사이에 시력을 잃었다면 시력이 돌아오고 사고로 팔이나 다리를 잃었다면 팔이나 다리가 다시 생긴다는 뜻이다. 물론 얼굴 역시 1.5년 전만큼 젊어진다. 회복된 신체는 새로운 원인이나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1.5년이 지난 후에도 잘 작동한다. 다만 1.5년 전부터 특정 질환을 앓거나 신체 일부를 잃은 상태라면 알을 먹어도 이 부분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알을 삶아 먹어서 몸이 늙으면 관절, 혈관, 피부 등 모든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고 피부나 얼굴도 늙는다. 3년 이상 버틸 수 없는 심장을 가지고 있는 90세 노인이 만약 삶은 시조란 4개를 먹고 96세의 신체를 갖게 된다면 알을 삼키자마자 심정지를 겪고 사망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9살 아이가 시조란을 날 것으로 6개 먹으면, 사라진다. 태어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환으로 즉사하거나 세상에서 사라지기 싫다면 알을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하자.
사실 인체 시계 조절 알을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적색야계는 인도, 미얀마, 중국 등 다우림 지역이나 건조한 덤불에 숨어 사는데 만약 야생의 상태로 3년 이상 자란 닭을 생포하지 않고 사육해서 쓰면 노란 고사리를 먹여도 시조란을 만들 수 없다. 짐작하겠지만, 조건에 맞는 닭을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찾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노란 고사리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 소량이 자라날 뿐인 데다가 특별히 돋아나는 시간과 장소도 정해지지 않아 발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역시 따로 채취해서 인위적으로 재배한 고사리로는 시조란을 만들 수 없다. 구하기 어려운 두 재료를 합해 만들어야 하는 것이 시조란이고 보니 알의 생산량은 극히 적다. 게다가 모두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젊어지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 알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높은 바, 시장에 이 알이 나온다 해도 알 하나의 가격이 4만 불을 쉽게 넘는다. 아주 가끔 노란 고사리가 수 백 평방미터에 걸쳐 자라나는 거대 군락지가 발견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곳에 야계 여러 마리를 풀어놓으면 최소 5년 간 꾸준히, 다량의 인체 시계 조절 알을 얻을 수도 있다. 군락지에서 생산된 것은 소량 발견된 노란 고사리로 얻은 알보다는 싸게 팔리지만, 이것도 알 하나당 최소 2만 8천 불에서 3만 4천 불 사이의 값이 나간다. 최고급 노란 고사리 15 킬로그램을 혼자 다 먹은 고급 야계가 단 하나 생산한 알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1978년 10월 영국 런던의 사우스 켄싱턴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400만 5천 달러에 판매돼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 알을 구매한 한 사업가는 알의 효과가 1.5년 정도로 다른 알들과 동일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72세 어머니가 알이 판매된 다음 날부터 목격되지 않았으며 며칠 후 사업가가 갑작스레 딸을 입양했다고 발표해서 논란이 됐다. 사람들은 알이 효과가 너무 좋아서 80세 노인이 15살 나이로 어려진 것이 아니냐며, 시조란이 1.5년의 효과를 가진다는 기존의 이론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업가는 어머님은 여행을 떠나셨을 뿐 10대의 나이로 어려진 것이 아니라고, 자신이 사망하는 순간까지 극구 부인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묘약협회가 접근을 시도했지만 입양한 딸의 행방이 사업가의 사망 이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묘약 시리즈는 매주 월, 목 2회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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