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를 박차고 나온 날개로 세상을 유람해 보자
내가 묘약을 두고 ‘숨겨진 세상 속 진실의 힘’에 기반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어느 날 그 글을 본 한 독자가 나에게 DM을 보내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이라는 건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엔 하나의 물질이 여러 개로 존재한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양자역학적 망상에 다름없다고. 양자역학이, 망상이라니! 얼굴도 본 적 없는 사이에 이런 막말을 온라인에서 날려대는 건 정말, 이런 나쁜, 두부 먹다 혀나 깨물어라! 막말까지 하진 않았더라도 ‘숨겨진 진실’에 대해 의문을 품었을 여러 독자분들께 나는 오늘 참을 수 없는 마음으로 여러분 눈앞에 항상 숨어있던, 단 한 번도 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던 진실 하나를 던져주겠다. 바로 셀러리다! 그 아삭하고 풀내 나고 별로 맛없는 그놈! 그놈은 풀이 아니라 동물이다! 오늘 그놈의 감춰진 속내와 숨겨진 능력의 진실을 내가 낱낱이 공개해 주겠다.
콩깍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한 마리 공작새- 셀러리
여러분은 식탁에 오르는 셀러리의 아삭아삭한 소리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소리까지 맛없다? 다이어트에 좋고 건강에도 좋다? 마요네즈를 꺼내서 찍어 먹어야겠다? 나는 셀러리를 만날 때면 자신이 진짜 야채인 척 시치미를 떼고 늘어져 있는 가증스러운 얼굴을 노려보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다. 손가락 끝으로 다물고 있는 입가를 꼬집어 괴롭혀주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그 멋진 동물로서의 습성을 목숨을 걸고 부정하면서 택한 삶이 고작 풀냄새 나는 막대기라니. 천 년 동안 바느질을 연마해 온 장인이 집에 틀어박혀 자신의 구멍 난 팬티만 꿰매고 있는 꼴에 다름없다! 일단 동물로 변하기만 하면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기쁨을 줄 수 있는데 말이다!
셀러리는 콩깍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한 마리 공작새와 같다. 호박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는 유리구두기도 하고 넝마를 뒤집어쓰고 있는 미인대회 우승자와도 같다. 녀석은 잎과 줄기, 뿌리 같은 껍질만 벗어던지면 언제든 동물로 변신할 준비가 돼 있는 정열적인 야수다. 다만 자신이 동물로서의 본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변태의 과정에서 피부의 극심한 쓰라림, 심한 멀미, 엉덩이가 쪼개지는 듯한 근육통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바, 그 과정을 죽음을 불사하고 피하려 드는 것이다. 그렇다, 셀러리는 극한의 겁쟁이다. 죽는 것보다 엉덩이 쑤시는 게 더 무서운, 절정의 바보다. 그래서 놈들은 사람들 입 속에 들어가 바삭바삭 씹혀 죽을 때조차 움직이지도, 제대로 숨을 크게 쉬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것이다. 그러다가 나처럼 자신들의 정체를 아는 사람을 만나면 숨겨뒀던 좁쌀만 한 이빨을 꺼내 앙팡지게 깨물며 위협을 하고는 다시 야채처럼 늘어져 시치미를 뗀다. 어떤 연구원들은 셀러리의 이 깨물기가 자신의 정체를 부정하는 방어적 심리행동이라고 설명하지만 내가 보기엔 못나고 어처구니없는 심술에 불과하다. 여러분도 그 뻔뻔한 작태를 목격하고 나면 변태 후에 놈들이 얼마나 근사해지고 말고에 상관없이 손이 달달 떨리게 얄미워서 와부작 와부작 와부작 와부작 씹어 삼켜 없애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셀러리의 동물화 과정
셀러리들에 관해서는 사실 책 한 권으로도 다 담을 수 없이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지만 우선 이 책을 쓰고 읽는 목적이 묘약을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니까 그 내용부터 함께 살펴본 후 다른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자. 셀러리를 '하늘을 날게 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묘약으로 변신시키려면 우선 야채 상태의 셀러리, 되도록이면 많이 시들어서 축 들어지고 고집을 부릴 기운도 다 떨어진 녀석을 사용할수록 좋다. 이 셀러리를 밧줄로 적당히 묶은 후 2미터 이상의 높이에서 바닥까지,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기를 하루 150회 이상, 혹은 위아래를 반복하며 거리 총 600미터 이상을 이동시켜 주면 첫 7일 정도가 지난 후에 등 쪽에 물렁한 척추가 돋아난 것이 만져지고, 폐가 발달해서 허리춤이 작게 오르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석 ; 과거에는 밧줄로 묶어 오르내리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지만 요즘에는 상자 같은 것에 담아서 유동인구가 많은 엘리베이터 안에 넣어두어 저절로 위아래를 오르내리게 하면 된다) 이때 셀러리는 물리적인 동물화를 스스로 자각하며 등 위를 칼로 쪼개는 것 같은 통증을 동반하며 한 조각 한 조각 씩 등장하는 척추, 아주 무거운 누군가가 강하게 압박하는 듯한 통증을 동반하며 등장하는 폐와 같은 기관의 존재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지점에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 슬픔은 마음에 드는 소개팅 여성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우산을 건네지 않고 쓰고 가다가 소개팅녀에게 그 모습을 들킨 심정과도 비슷하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드리지 못한 용돈 봉투를 바라보는 심정과도 비슷하다고 한다. 이런 멜랑콜리한 감정은 셀러리의 피부를 부드럽게 바꾸는데 가장 중요한 효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같은 과정을 7일 정도 더 반복하면 셀러리의 온몸의 뼈가 점점 더 단단하게 발달하고 눈알과 심장 등의 기관이 생기는 모습을 얇아진 피부를 통해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데 이 때 셀러리는 근육 섬유 안에 돌조각이 굴러 들어오는 것 같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귓속에 불완전하지만 아주 예민한 정전기관도 생겨나 심한 멀미를 겪기 시작한다. 결국 마지막 7일이 다 지나면 멀미의 고통이 극한까지 치밀어 오르면 셀러리는 온갖 짜증을 부리며 녹즙처럼 걸쭉한 토를 쏟아낸다. 이 토사물이 진녹빛을 뽐내며 테이블로 번지는 장면이라는 건, 보석 같은 눈보라 가운데 억지로 밀어 펼치는 초원의 카펫처럼 숨 막히는 느낌이랄까. 구토와 동시에 극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며 돋아나는 금속 재질의 비늘은 셀러리의 온몸을 순식간에 뒤덮는데 이 순간 셀러리는 피부 위로 돌을 문질러 때를 미는 것처럼 경악스러운 쓰라림을 느낀다. 다행히 이 고통은 4초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여기까지 오면 고통스러운 변태의 과정은 끝난다.
셀러리의 비늘을 이용한 비행 방법
변태가 끝난 셀러리의 비늘 네 개를, 물론 셀러리의 허락을 구한 뒤 뜯어내서 사람이나 동물의 이마에 꽂으면 즉시 허리와 엉덩이 사이, 골반 위로 각 80센티가량 크기의 날개 한 쌍이 돋아난다. 돋아난 날개는 곤충이 날개가 아닌 새의 날개와 같이 생겨서 깃털이 뒤덮여 있으며 변태한 셀러리와 같이 금속성의 짙은 은빛을 띤다. 미리 바지와 팬티를 벗어놓지 않으면 날개가 튀어나오는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거나 날개가 부러질 수 있으니 준비가 필요하다.* (주석 ; 날개만 밖으로 튀어나오게 하고 엉덩이를 가릴 수 있는 특수 속옷과 바지, 스커트 등을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www.flyuptomybutt.com )
비행의 속도와 방향은 기본적으로 엉덩이 근육을 움직여서 조정한다. 엉덩이를 좌우로 펄럭인다는 생각으로 근육을 움직이면 직진이 가능한데 엉덩이를 빠르게 움직이면 빨리 날고 천천히 움직이면 천천히 난다. 좌 우로 방향을 조절하고 싶을 때는 왼쪽과 오른쪽 엉덩이에 각각 힘을 주면 된다. 괄약근을 놓아준다는 기분으로 힘을 빼면 이륙하고 양 쪽 엉덩이에 동시에 힘을 주면 착륙한다. 작은 움직임으로도 아주 높이 날아오를 수 있으니 실내에서 충분히 연습한 뒤 실외에 나가도록 하자. 잘못하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가 처참하게 떨어져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비행 능력은 셀러리 늘 4개를 한 번 꽂은 것으로 6시간 에서 8시간이 지속된다.
셀러리 비늘 사용감 개선 연구 결과
이 묘약의 단점은 셀러리의 잎사귀 조각이 아주 날카로워서 피부에 꽂을 때 면도날을 꽂는 것과 같이 큰 통증과 출혈을 동반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인도의 스리나스 명예 연구원의 노력을 통해 이 통증이 극적으로 개선됐다.* (주석 ; 묘약 연구원이 아닌 일반인도 얼마든지 묘약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지만 연구원이 아닌 이가 묘약 레시피를 새롭게 개발하거나 수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 레시피의 경우 개선된 묘약의 효과가 극적으로 컸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준 바, 묘약 협회는 그녀에게 명예 연구원 지위를 수여했다.) 플레인 요구르트 100g과 강황 반 티스푼을 섞어 동물화 한 셀러리 조각에 바른 뒤 진흙으로 만든 화덕에서 3분가량 고온으로 구워내면 셀러리 조각이 씹다 뱉은 껌처럼 물렁해지는 동시에 점성이 생겨서 몸에 스티커처럼 붙일 수 있는데 접착력이 아주 좋아서 원하는 만큼 물을 붓거나 거칠게 만져도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재료가 이 레시피에 첨가되어도 묘약의 효능과 사용에는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요구르트와 강황의 비율이 맞지 않는 경우, 진흙 화덕이 아닌 벽돌 화덕이나 가정용 오븐에 셀러리를 구울 경우 골밀도 저하, 면역력 약화, 시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동물화 한 셀러리의 일반적인 생애
이 셀러리에 관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마무리를 짓도록 하자. 동물화 된 셀러리와 몇 차례 인터뷰를 나눈 미국 CBS의 유명 기자 오로라 윈드밀에 따르면 그들은 자신의 새로운 상태에 무척 만족할 뿐만 아니라 이전과 달리 깊은 평화를 느낀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다른 동물이나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사실에 깊은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다만 동물화 된 셀러리들은 정체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 야채 상태의 셀러리를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 자주 나타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동물화 한 셀러리의 존재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동물화 한 셀러리는 사람들이 날 수 있게 돕는 일뿐만 아니라 야채 상태 셀러리 친구들이 용기를 내 변신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돌보며 여생을 보낸다. 여러분도 야채마트 가판대를 유심히 살핀다면 누워있는 셀러리들과 함께 포개져 누운 채 조곤 조곤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평화로운 눈빛의 은빛 셀러리를 종종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보통 40년에 달하는 삶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식물 상태 셀러리들의 손을 놓지 않는다. 동물화 된 셀러리들 하나하나가 동족을 생각하는 깊은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야채 상태 셀러리들에게 조금씩 더 큰 자유와 희망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 하루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