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역설

주세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

by 여자말러리안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유를 갈망한다.

누군가는 경제적 자유를, 또 누군가는 인간관계 속에서의 자유를 꿈꾼다.

오늘은 그 누구보다 자유를 노래했던 한 여인,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 내가 본 라 트라비아타는 arena di verona에서 진행되고 Julian Kovatchev지휘, Ermoela Jaho가 비올레타를, Francesco Demuro 가 알프레도를 맡은 버전이다)


19세기 파리 사교계에서 부자 귀족들의 후원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하던 비올레타라는 여성의 이야기로, 코르티잔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오페라이다.


코르티잔이란 단순한 매춘부가 아니라, 당시 상류층 남성들과 교류하면서 지적, 예술적 매력을 겸비한 여인들을 뜻한다. 그녀는 사교계의 화려한 파티에 초대받고,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그 대가로 재정적 후원을 받는다.

이러한 예술적 분위기와 사교계의 화려한 파티문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곡이 바로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이다. 샴페인 잔이 부딪히고 인생 찬란함과 쾌락을 노래하는 흥겨운 선율 속에서는 은은한 덧없음과 허무가 숨어있기도 하다.


비올레타는 한 파티에서 젊은 알프레도 제르몽을 만나게 되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비올레타는 그의 구애를 거절하지만 결국에는 그녀 역시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져 둘은 화려한 사교계를 떠나, 조용한 시골에서 조용한 삶을 지내게 된다. 그러다 알프레도의 아버지 조르주 제르몽이 비올레타에게 '가문의 명예'를 위해 이 관계를 끝내달라며 비올레타에게 요구한다. 마치 돈봉투를 들이미는 드라마의 한 장면같이.


이에 비올레타는 이때 자신이 죽을병에 걸렸다는 사실에 대해 고백하고, 알프레도를 위해 자신이 그를 떠나겠다고 다짐한다. 사실 비올레타가 조르주 제르몽에게 설득 당한 이유는 알프레도의 여동생이 곧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관계가 가문의 불명예로 여겨져 파혼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처음에 모욕감으로 분노하던 비올레타도 이내 마음이 흔들리고 그녀 역시 한때 평범한 사랑과 가정을 꿈꾸었던 여자였고, 그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그녀는 알프레도의 여동생, 즉 한 여인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다.

같은 여인으로서의 연대,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오히려 그를 떠나야만 했던 용기를 발휘한 것이다.

아버지 제르몽 역시 그녀의 진심 앞에 마음이 흔들리고, "당신을 내 딸처럼 생각하겠다"며 위로를 건넨다.

이때 비올레타와 제르몽이 함께 부르는 이중창은 굉장히 아름답고, 적대적이었던 두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연민과 유대관계로 발전하는 감정선 또한 굉장히 아름답다.


결국 비올레타는 알프레도를 떠나게 되고, 비올레타는 병든 몸으로 지내나 죽음이 코앞에 다가왔을 무렵, 제르몽과 알프레도가 다시 그녀를 찾아와 조용히 그녀의 임종을 지킨다는 어찌보면 시시뻔뻔한 스토리다.


라 트라비아타에는 사랑과 삶, 그리고 자유에 대한 수많은 의미와 교훈이 담겨있지만, 나는 비올레타의 자유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한다.


그녀는 화려한 사교계의 삶 속에 어떤 남자에게도 종속되지 않은 , 어떻게 보면 방탕하고 화려한 삶을 즐기는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 어쩐지 마음 깊은 곳에는 왠지 모를 쓸쓸함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없는 고독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올레타에게 정신적 자유는 한 남자를 사랑하고, 그 속에서 그 남자에게만 헌신하고 희생함으로써 완성된 '자유의 역설'을 보여준다.

사랑은 우리를 하나로 묶고, 제한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속'과 '의미'라는 더 깊은 자유를 경험시켜 준다. 비올레타가 보여준 역설 그것은 사랑에 자신을 모두 내 던졌을 때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는 가장 숭고한 자유가 아닐까.



꼭 들어봐야 할 아리아

Act 1

- Libiamo ne'lieti calci

일명 축배의 노래로,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만나게 되는 파티가 열리는 모습으로 인생은 짧으니 즐기자라고 외치지면 사람들은 마음속에 허무와 공허를 느끼고 있는 듯한 곡


-È strano!...Ah, fors’è lui...Sempre libera

제1막 마지막 비올레타의 독백 아리아로, 사랑에 얽매이지 않겠다며 살아온 그녀가 알프레도의 구애에 흔들리게 되는 아리아. Sempre Libera는 '항상 자유롭게'라는 뜻으로 그녀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사랑받는 아리아


Act 2

-Lunge da lei- De' mei bollenti spiriti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파리 사교계를 떠나 시골에 살며 알프레도가 비올레타와 함께 사는 현재의 행복을 부르는 노래

-Un dì, quando le veneri~

언젠가, 세상의 쾌락이 사라질 때라는 뜻으로 조르주 제르몽이 비올레타를 찾아와 그를 떠나 달라고 회유를 시작하는 아리아.

-Di Provenza il mar, il suol

비올레타가 제르몽의 설득으로 알프레도를 떠난 후, 사랑과 가족, 그리고 자유와 도덕을 응축적으로 보여주는 곡으로, 조르주 제르몽이 알프레도에게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아버지 조르주 제르몽이 부르는 곡


Act3

-Addio del passato

직역하면 "지난날이여 안녕"으로 비올레타가 폐결핵으로 죽음을 앞두고, 알프레도와의 사랑을 회상하며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곡으로 내 얼굴의 장밋빛은 사라지고, 알프레도의 사랑마저 떠났다며 비참하게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노래하는 슬픈 아리아.


-Signora Che t'accadde...parigi, o cara

3막 마지막 부분으로 죽음을 앞둔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재회하는 곡으로 , 비올레타가 죽음을 앞둔상태에서 알프레도와 함께 현실을 잊고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하는 슬픈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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