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노래하는 베짱이

ROM과 예방의 철학

by 라온재

건강이 최고야.

누구나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 말은 대부분 공허하다. 건강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건강은 그저 선언문이고, 노래이고, 추상에 가깝다.


하지만 현실의 건강은 그렇게 고상하지 않다.

친구가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작 오늘 아침에 내가 발목을 삐끗한 고통이 더 크고 절박하게 느껴진다. 건강은 그렇게 개인적이고, 구체적이며, 생생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건강을 ‘없어지면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건강은 ‘움직일 수 있을 때’만 존재한다. 그 움직임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ROM(Range of Motion), 즉 관절의 가동범위다.


ROM은 무릎을 꿇고 앉을 수 있는 자유이자, 양말을 스스로 신을 수 있는 자존심이다. 어깨가 굳으면 셔츠 하나 입는 것도 고역이고, 허리를 숙일 수 없으면 화장실이 고문실이 된다. 우리는 ROM을 잃을 때에야, ‘움직일 수 있음’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건강을 말로만 부르짖는 사람들을 보면, 라디오에서 날씨 소식을 듣고도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태풍이 온다는데도 유리창 하나 안 붙이고 “괜찮겠지” 하는 그 낙관주의.

건강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운동해야지”는 베짱이의 노래다. 지금 무릎 굽히는 법을 익히지 않으면, 언젠가는 무릎을 굽힐 수조차 없게 된다.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말, 누구나 안다. 그러나 정말 ‘믿고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예방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관절을 돌리고,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으며, 계단을 올라 무릎을 튼튼하게 하는 일. 이 모든 것이 ‘ROM 저축’이다. 나이 들수록 그 저축이 노후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건강을 준비하지 않는 베짱이는, 언젠가 걷지 못하는 날이 와서야 개미의 경고를 떠올릴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 당신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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