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서준의 회상.
옆 반에 있던 현우가 점심시간에 서준의 반으로 들어왔다.
“모야. 너 또 도시락 미리 다 까먹었냐.”
“응. 옥상에서 낮잠 좀 자려고..
오늘만 혼자 먹어라.”
서준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천천히 걸어 나간다.
현우는 가져왔던 도시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옆반으로 돌아간다.
옥상 문을 열어 보니,
그 곳엔 보미가 혼자 옥상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보미는 화려한 외모 때문에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지만,
실상은 늘 혼자였다.
그런 보미를 측은한 눈으로 보다
서준은 아무 말없이 보미 옆에 앉았다.
“뭐야. 쓸데없이 관심 가지지 마.”
“같이 앉는 것만으로도 관심이야?
점심 혼자 먹는 사람 보면 좀 그렇거든.”
“무슨 상관이야.
다들 앞에선 친한 척하면서, 돌아서면 욕해.
너도 그럴 꺼 아냐?
가식들 진짜 싫어.”
서준은 생각한다.
‘휴.. 이 앤 꼬일 대로 꼬였구나.’
그리고 슬쩍 말한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해.
근데, 그런 얘기 네가 먼저 솔직하게 마음 열고 말한 적 있어?”
“말하면 뭐해. 상처만 받지.”
“그래도, 한번쯤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어.”
“아니! 그냥 다 똑같아.
그래봤자 내 편은 아무도 없어.”
“휴…
그래. 됐다.”
서준은 그 이후로
보미에 대한 신경을 끄게 됐다.
현재 시점.
서준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 애는 여전히 똑같구나.
자기 감정에 솔직하지도 않으면서,
매번 자기만 사랑 못받는다고 생각해.
어릴 땐 그게 좀 불쌍했는데… 지금은 답답하다.'
그리고 무언가 욱-하는 느낌이 들어,
그대로 보미에게 큰 소리를 내며 감정을 쏟아낸다.
“야, 너 진짜 왜 그러냐?”
너만 사랑 못받았냐?
너만 비극의 여주인공이지. 아주.
그래도 너네 엄마는 살아계시잖아!
현우는 부모님 두분 다 돌아가시고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어!”
보미는 놀란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서준은 이어서 보미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그리고 솔직히!
네가 먼저 다 밀어내고 있잖아.
네가 먼저 선 긋고, 거리 두고,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있잖아.”
서준은 숨을 고르며, 더 진하게 말을 했다.
“그렇게 사랑받고 싶으면 너부터 달라져야 한다는거
아직도 몰라?”
그리고 서준은 한숨을 쉬며,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마무리 한다.
“…그냥 너 감정에 솔직하라고!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받고 싶다고 말해.
알겠어?”
그렇게 팩트폭행을 날린 서준은 자리를 떴고,
보미는 멍한채로 멀어지는 서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보미는 서준의 말을 상기시키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내가 원한건 이런게 아니었는데..
나도 그냥 너희들과 친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나도 그냥 사랑을 받고 싶을 뿐이었는데..
왜 이렇게 되버린걸까..
내가 그렇게 잘 못한걸까?
보미는 그렇게 한참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밤새 후회하고, 속상해하고, 울면서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