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다시 돌아온 전공 수업.
이람은 강의실 앞에서 현우를 만나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현우는 창가 자리를 좋아하는 이람을 배려해 안쪽 자리를 먼저 양보했고,
이람은 그런 사소한 배려에 괜히 마음이 설렜다.
그때였다. 문 앞에 서 있던 몇몇 여학생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귓가에 스며드는 시기어린 속삭임.
그중 하나가 조롱 섞인 소리를 했다.
“야, 재네 사귀나봐?
현우는 왜 쟤랑 사귄대? 키 차이도 많이 나고 어울리지도 않는 구만.”
옆에 있던 친구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러니까 말야."
그 순간, 교실 문 앞에서 그 소리를 들은 보미가 날카롭게 받아쳤다.
“남 뒷담화 좀 그만하지? 진짜 할 일들 없네.”
단호하게 말한 뒤, 보미는 안으로 들어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그들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단 생각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람과 현우를 보는 그녀의 시선에는 묘한 따뜻함이 깃들어 있었다.
‘참 다정해 보인다. 따뜻하고.’
보미는 자신도 저들처럼, 사랑을 나누는 법을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걸 깨닫게 해준 서준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이람의 앞자리에 살며시 앉았다.
그리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이람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금세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응, 안녕.”
자신이 줄곧 보내왔던 차가운 시선조차
마음에 두지 않은 듯한 그 미소가
참 따뜻했다.
보미는 이람이란 아이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수업이 끝난 뒤, 보미는 이람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같이 밥 먹을래?”
현우가 얼굴을 살짝 찡그리는 게 느껴졌다.
보미는 일부러 모른 척,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 그냥 같이 밥 먹자는 거야. 뭐 어때.”
이람은 망설임 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응, 좋아.”
현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잠시 머뭇이다가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갈래.”
학교 후문으로 과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가던 서준은 눈을 의심했다.
현우와 이람이 나란히 걷고 있고,
그 옆에 보미가 덧붙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서준은 속으로 외쳤다.
‘저 기묘한 조합은 뭐지?’
혹시 보미가 또 이상한 짓을 하는 건 아닐까 싶어,
과 친구들에게
“먼저 가 있을게!”
한 마디를 남기고 그들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