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장. 넌 그때도 그랬잖아.

by 달이음




조용한 캠퍼스 한켠,

벤치에 앉아 있는 서준과 보미.


서준이 음료수를 사다가 쓱 내밀며 보미에게 입을 열었다.
보미야, 너 현우랑 이람이 사이에 끼어들지 마.”


보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내가 뭐 어쨌다고? 신경질 나게 왜 그래, 진짜.”


서준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시선을 피한다.
“…그냥, 그런 게 있어.”


보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서준을 노려봤다.
무슨 ‘그런 게 있어’야?
둘이 뭐야? 혹시… 뭐 있는 사이야?”


서준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다 마지못해 입을 떼었다.


이람이, 현우 어렸을 때 첫사랑이었어.”


“……뭐?”


보미는 멍하니 서준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후,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질투.


‘나는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인데..

그 애는 그냥 가만히 있는데도 현우의 사랑을 받는다고?’


보미는 결국 터뜨리고 만다.
진짜 어이없네.
현우 첫사랑이니까 뭐? 꺼져주라고?

첫사랑은 원래 안 이루어 지는 거 몰라?
내가 뺏을 거야. 현우. 내가 뺏을 거라고!”


서준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허… 참, 얘 봐라?”


그리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고2 때도 지금이랑 똑같이 굴더니,

넌 아직도 그러고 싶냐?"


보미가 움찔하며 시선을 피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과거 회상,


교복을 입은 보미가 학교 복도에서 어떤 여자애와 말다툼을 하고 있다.


그 옆을 지나다 우연히 보게 된 서준,

말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보미와 여학생을 떨어뜨려 놓는다.


“또 너냐?

너 또 얘 남친 뺏으려고 했지.”


“왜? 병진이가 첨에 좋아했던건 나라고!

근데 이제서야 뭐, 얘랑 사귄다고?”


그때 병진이가 뛰어오며 보미 앞을 막아선다.

"내 여자친구한테 뭐라 하지마.

넌 나 좋아하지도 않았잖아.

그냥 내가 너의 장식품 아니었어?"


보미는 널 많이 좋아했다고 말하려다,

입을 꾹 닫는다.

"아니거든! 그래 니네 둘이 잘해봐라."


그리고는 흥! 하고 뒤돌아 갔다.


서준은 그런 보미를 보면서 쯧쯧 혀를 차고 교실로 돌아간다.


또 다른 회상.


하교길, 서준은 책가방을 느슨하게 매고

양쪽 귀에 이어폰을 끼운 채 천천히 걷고 있었다.

햇살은 붉게 번지고, 그 붉은빛 아래

어딘가 익숙한 사람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 최보미?"


화려하게 꾸민, 화장기 가득한 중년 여성이

보미에게 무표정하게 카드를 내밀고 있었다.

보미는 그 손에서 카드를 휙 낚아채며 씩씩대며 말한다.


"내가 학교 앞으로 오지 말랬잖아!

…진짜 왜 이래!"


보미 앞의 중년여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홱 돌려 돌아간다.


그 순간, 뒤에서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야, 보미 엄마 술집 한다더니 진짜인가 봐.”

“봐봐, 옷차림. 완전 화장 진하고… 좀 그런 느낌 아니야?”

“쟤 엄마, 이혼한지 꽤 됐다던데, 남자친구도 맨날 바뀐대.”


서준, 멈칫하며 그 광경을 다시 본다.

보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혼자 남고, 아이들은 저만치서 수군댔다.


“…하… 뭐야 저거.”

서준의 눈에 잠시 동정심 어린 눈빛이 비친다.


“근데…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툭 털고 걸음을 다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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