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lockian Way of Thinking
《바스커빌 가의 개》는 셜록 홈스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손꼽힌다. 홈스의 날카로운 추리와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독자를 사로잡는다. 안개가 자욱한 영국의 황량한 황무지(Dartmoor)를 배경으로, 신비롭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탁월하게 연출함으로써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바스커빌 가문을 둘러싼 저주받은 개의 전설’이라는 초자연적 요소를 등장시켜 현실과 초현실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긴장감을 만들어 낸 것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문학사적으로도 이 작품은 공포소설의 전통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셜록 홈스 시리즈 중 가장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작품 속에서 홈스는 합리적 이성과 과학적 추리로 미신적 공포의 진실을 밝혀낸다. 또 초자연적 현상이라 믿었던 것들이 실제로는 인간의 탐욕과 배신에서 비롯된 범죄임을 증명한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은 탐정 소설의 외연을 크게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홈즈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그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유지하는 독특한 서술 구조를 취하는 점이다. 홈스가 한동안 사건 현장에서 떨어져 있을 때, 왓슨은 사건 현장의 긴박함을 상세하게 편지로 기록해 홈스에게 보낸다. 이를 통해 독자는 왓슨과 함께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참여적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홈스가 다시 등장해 모든 의문을 명쾌하게 해결할 때, 그 경험의 쾌감은 극대화된다.
이처럼 《바스커빌 가의 개》는 흥미진진한 플롯과 문학적 깊이, 독특한 장르적 실험이 어우러져, 홈스 시리즈는 물론 추리 문학사 전체에서도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저주받은 바스커빌 가문
이야기는 찰스 바스커빌 경(Sir Charles Baskerville)이 다트무어(Dartmoor)에 위치한 저택의 입구에서 죽은 채 발견되며 시작된다. 그 옆에는 거대한 개의 발자국이 선명히 찍혀 있다.
바스커빌 가문은 오래전부터 커다란 저주에 휩싸여 있다. 전설에 따르면, 가문의 조상 휴고 바스커빌(Hugo Baskerville)은 난폭하고 악명 높은 인물이었는데, 어느 날 한 소녀를 유괴해 황무지로 끌고 가다가 거대한 개에게 습격당해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이후 대대로 바스커빌 가문에는 저주받은 개가 나타나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미신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홈스에게 온 기묘한 의뢰
찰스 바스커빌 경의 죽음 직후, 그의 친구이자 가문의 주치의인 모티머 박사(Dr. James Mortimer)는 셜록 홈스를 찾아온다. 그는 찰스 경이 죽기 직전 극도로 불안해하며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전한다. 찰스 경은 특히 바스커빌 가문의 전설적인 저주를 믿고 있었으며, 실제로 저택 근처 황무지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정체불명의 거대한 개를 목격했다는 증언들도 있었다.
모티머 박사는 찰스 경의 유일한 상속자 헨리 바스커빌 경(Sir Henry Baskerville)이 미국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에게 닥칠지 모를 위험을 막아달라고 홈스에게 의뢰한다.
헨리 바스커빌과 위험한 경고
미국에서 런던으로 온 헨리 경은 곧바로 이상한 사건들과 마주친다. 호텔에서 신발 한 짝이 사라지고, 기괴한 경고장이 전달되는 등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헨리 경은 이런 일들이 바스커빌 가문의 저주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며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바스커빌 저택(Baskerville Hall)에 머물기로 결심하고, 홈즈는 왓슨을 그와 동행시켜 저택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자세히 보고하도록 한다.
다트무어의 음산한 저택
왓슨 박사와 헨리 경은 바스커빌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음산하고 황량한 황무지 다트무어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에 휘말린다. 주변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저주의 존재를 믿고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황무지에는 알 수 없는 기괴한 비명이 들려온다.
저택에는 집사 배리모어(Barrymore)와 그의 아내가 헨리 경을 맞이했지만, 배리모어 부부 또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황무지의 의문의 인물들
황무지 근처를 조사하던 왓슨은 뜻밖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바스커빌 저택 근처에 사는 박물학자 스태플턴(Stapleton)과 그의 매력적인 여동생 베릴이다.
베릴은 은밀히 헨리 경에게 다트무어를 떠나라고 경고하며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스태플턴은 주변 황무지를 잘 알며, 항상 신경질인 행동을 보인다. 또한 왓슨은 늪지대 근처에서 몰래 숨어 지내는 수상한 낯선 남자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 정체에 대한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베일을 벗는 진실
사건은 점점 긴박하게 전개된다. 황무지에서 도망친 죄수가 죽은 채 발견되고, 배리모어 부부가 숨기고 있던 비밀이 드러난다. 마침내 홈스가 등장해 사건을 파헤치며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건의 배후에 있는 인물은 박물학자 스태플턴. 그는 사실 바스커빌 가문의 숨겨진 상속자로서, 가문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전설 속의 저주받은 개를 이용해 바스커빌 가문의 사람들을 죽이고자 했다.
마지막 추격전
마침내 홈스와 왓슨, 헨리 경은 범인을 붙잡기 위해 함정을 놓는다. 안개가 자욱한 황무지 위로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섬뜩하게 빛나는 형상의 개가 나타나 헨리 경을 공격하려 하고, 홈즈 일행은 극적으로 헨리 경을 구해낸다. 그러나 안갯속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스태플턴은 저주받은 황무지의 늪지대에서 자취를 감추고 만다.
에필로그: 남겨진 비밀
모든 사건이 끝난 후 홈즈는 이 사건의 진상을 자세히 밝혀내며 사건을 마무리한다. 초자연적인 저주라고 믿었던 바스커빌 가문의 비극은 결국 인간의 탐욕과 치밀한 계획에서 비롯된 범죄였음이 명백히 드러난다.
스태플턴은 남미에서 황무지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트무어의 늪지대(Grimpen Mire)와 전설을 활용해 정교한 범죄를 꾸며낸 것이다. 헨리 경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기 여행을 떠나고, 바스커빌 가문의 전설적인 저주는 마침내 막을 내리게 된다.
《바스커빌 가의 개》 앞부분에는 홈스와 왓슨이 방문객 제임스 모티머 박사가 놓고 간 지팡이를 보고 그의 신상에 대해 추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먼저 왓슨이 홈즈의 방법론을 적용해 모티머 박사의 나이와 신상에 대해 자신이 알아낸 것들을 밝힌다. 하지만 홈스는 왓슨의 결론이 “결함투성이”라며 모티머 박사의 과거 경력, 성격과 습관, 심지어 키우는 개의 크기까지 알아낸다.
지팡이의 외형 관찰을 통한 기본 정보 확보
왓슨은 모티머 박사가 두고 간 지팡이를 꼼꼼히 관찰한다. 고급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페낭 로여(Penang Lawyer)'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지팡이다. 손잡이 아래에는 은판이 붙어 있고, 거기에는 '1884'년이라는 숫자와 함께 '영국 외과 의사회 회원인 제임스 모티머에게, 그의 친구들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왓슨은 우선, 고급스럽고 값비싼 지팡이에 은판까지 달아서 정성스럽게 선물한 것을 보고 “모티머 박사가 꽤 인정받는 축에 드는 게 분명하다”라고 추측한 뒤 “모티머 선생은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의사야"라고 추리한다. 자신이 관찰한 사실을 설명하기에 가장 타당한 가설을 제시하는 가추법을 활용한 것이다,
왓슨은 또 모티머 박사가 ‘늙은’ 의사라고 추정한다. ‘고급스럽고 묵직한 지팡이는 주로 중장년층 이상의 점잖고 연륜 있는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일반적 인식(법칙)을 적용하는 연역법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그러나 이 추론은 이후 홈즈의 관찰과 가설 검증을 통해 오류로 판명된다.
왓슨은 이어 원래 아주 근사한 물건이었던 지팡이가 도시에서는 그렇지 않았을 텐데 연식에 비해 상당히 낡았고, 지팡이 끝의 두툼한 물미가 상당히 닳아 있다는 개별적 관찰에서 “모티머 선생은 걸어서 왕진 다니는 일이 많은 시골의 개업의일 가능성이 높다”는 일반적 결론을 도출한다. 전형적인 귀납법이다.
왓슨의 결론에 대한 홈스의 수정과 보완
홈스는 왓슨의 결론에 대해 “많이 걸어 다니는 시골 의사임에는 틀림없지만 거기까지”라면서 자신이 관찰을 통해 유추한 바를 꼼꼼히 설명한다.
먼저, 왓슨은 지팡이 은판에 새겨진 ‘C.C.H.’라는 머리글자와 관련, “모티머 선생이 이 단체 회원을 수술해 줬거나 했겠지”라며 H가 수렵(Hunt)을 가리킨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홈즈는 의사에 대한 선물 증정은 병원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들어 그 가능성을 제거해 버린다(제거법).
그리고 ‘C.C.H.’가 병원 이름의 머리글자라면(가설), '체링 크로스 병원(Charing Cross Hospital)'이라는 단어가 아주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가추법으로 예측한다. 이 가설과 예측은 나중에 왓슨이 의업(醫業) 사전에서 확인한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모티머 박사는 ‘서른 미만의 젊은 외과 레지던트’라는 추리
C.C.H.가 병원 이름의 머리글자라는 것을 유효한 가설로 받아들인 홈스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지팡이에서 관찰한 사실을 더해 모티머 박사가 “사람 좋고 별 야심 없으면서 정신은 홀랑 빼놓고 다니는 서른 미만의 젊은 친구”라고 과감하게 추측한다. 그리고 그가 테리어보다는 크고 마스티프보다는 작은 애견이 있다고 덧붙인다.
모티머 박사의 나이 추리와 관련, 홈스는 박사가 지팡이 선물을 받은 때에 주목한다. 우선, 지팡이 은판에 새겨진 문구들을 보고 ‘병원 동료들이 준 선물’ 일 가능성을 가장 자연스럽고 개연성 있는 설명(가추법)으로 받아들인다.
이어 ‘선물 증정’이라는 과거 행위(결과)에 대한 가장 가능성 높은 설명(원인)으로, ‘모티머 박사가 도시 병원에서 시골 의원으로 옮겼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분명 모티머 박사가 개업하기 위해 병원을 그만둘 때였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여기서 홈스는 ‘무엇이 이 결과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원인을 거꾸로 추적하는 귀추법을 사용한다.
이직 당시 모티머 박사의 병원에서의 지위와 관련, 홈스는 “충분한 명예와 재정적 안정을 보장하는 정교수 지위에 있는 사람이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갈 이유가 없다”라고 하면서 정교수 가능성을 먼저 제거한다. 정교수도 아닌데 영국 외과 의사회 회원인 사람에게 남는 위치는 레지던트뿐이다.
이로써 홈스는 ‘모티머 박사는 외과 레지던트로 있던 체링 크로스 병원을 떠나는 시점에 동료들로부터 고급 지팡이를 선물 받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 결론과 ‘지팡이의 은판에 새겨진 1884년이란 날짜가 5년 전’이라는 사실로부터 자연스럽게 모티머 박사는 ‘서른 미만의 젊은 친구’라고 연역적으로 추론한다.
모티머 박사의 성격과 그의 애견 크기 추리
모티머 박사의 성격에 대해, 홈스는 "내 경험에 따르면 감사의 선물을 받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어. 또 야심만만한 인간이 런던 시내의 일자리를 박차고 낙향할 리도 없고 말일세. 또 자네 방에서 한 시간이 기다린 뒤에 명함 대신 지팡이를 놓고 간 걸 보면 정신을 빼놓고 다니는 사람임에 틀림없지 않은가?”(셜록 홈스 전집 3, 바스커빌 가문의 개 p15)라고 설명한다.
관찰한 사실들('감사의 선물을 받음', '시골로 이동', '명함 대신 지팡이를 놓고 감')을 가장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가설을 찾아내는 가추법을 사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홈스는 ① ‘지팡이에 있는 이빨 자국’을 보고 “이 이빨 자국은 주인이 기르는 개가 자주 지팡이를 물고 다녔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 ② 이 가설이 옳다면 ‘이 개는 반복적으로 지팡이를 물었을 것’이라고 예측한 뒤 → ③ ‘이빨 자국이 아주 선명한 것’을 확인함으로써 가설을 검증하는 가설-연역법으로 “모티머 박사는 개를 키우고 있다”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빨 자국의 크기와 간격’이라는 구체적인 관찰에 ‘개의 이빨 크기와 체격은 비례한다’는 일반적 법칙을 적용한(연역법) 뒤, 개 품종과 이빨 크기의 상관관계에 관한 자신의 전문적 지식을 더해 “테리어라기엔 간격이 넓고 마스티프라기엔 좁다”라고 그 개의 크기까지 예측한다.
두 차례에 걸친 신발 도난
헨리 바스커빌 경은 미국에서 런던으로 도착한 직후, 런던 시내의 노섬벌랜드 호텔(Northumberland Hotel)에 투숙한다. 그가 가지고 온 짐 중에는 새 갈색 가죽 신발 한 켤레와 낡은 검은색 신발이 있었다. 그런데 새 신발 한 짝이 사라진다. 그리고 갑자기 사라졌던 신발은 다시 나타나고, 헌 신발 한 짝이 또 사라진다.
이 사건을 접한 홈스는 생각한다: “왜 훔쳐갔을까? 신거나 팔려고? 아니면 헨리 경의 체취가 필요해서?”우선 도난설은 즉시 제거된다. 도둑이 훔쳤다고 보기엔 한 짝만 가져간 점, 곧 되돌려준 점, 다른 물건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이 상식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범인이 필요한 건 헨리 경의 체취
이제 홈스는 헨리 경의 신발이라는 점, 신발이 짝이 아닌 한 짝씩 사라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현상(결과)을 가장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는 원인을 찾는 가추법을 이용해 “범인이 필요한 건 신발에 배어 있는 냄새가 아닐까?”라는 가설을 채택한다.
이어 이 체취 필요설을 바탕으로 연역적 예측(deductive prediction)을 도출한다. “만약 가설이 참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 예측 1: 새 신발은 냄새가 배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므로 곧 반환될 것이다.
• 예측 2: 헌 신발은 냄새가 충분히 밴 것이므로 도난 이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새 신발은 며칠 뒤 다시 나타났고, 헌 신발은 사라진 채 돌아오지 않았다. 이처럼 가설로부터의 예측이 실제 관찰된 증거들과 일치될 때, 그 가설을 경험적으로 타당한 설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설-연역법이다.
단순한 신발 도난 사건이 밝혀낸 ‘살인의 도구’
홈스는 다시 질문한다: “왜 헨리 경의 체취가 필요한가?” 그리고 바스커빌 가문 사람들은 초자연적 현상으로 굳게 믿고 있지만, 자신은 실재한다고 믿는 저주받은 개를 떠올린다. 이어 ‘개에게 냄새를 맡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결론 내린다. 이 설명이 이상한 현상(한 짝만 도난 → 곧 회수됨 → 헌 신발 도난)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가설이기 때문이다. 실제, 범인은 ‘지옥의 개’를 이용해 헨리 경을 살해하기 위한 사전 준비로 신발 한 짝을 훔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