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 인간성 탐구의 서사

「同志少女よ、敵を撃て」- 2022년 서점대상 수상작

by KOSAKA

작가 아이사카 토우마(逢坂冬馬)는 일본의 신예 작가로, 1988년생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同志少女よ、敵を撃て」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해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그 이전까지는 소설보다는 시나리오와 단편 글쓰기에 관심을 두어 왔으며, 특히 역사적 사건과 가상의 인물을 결합해 인간의 심리에 깊이 파고드는 글쓰기를 선보여왔다.


전투 묘사와 인물의 내면 심리에 천착하는 방식은 이 작품에서 완벽하게 결실을 맺었는데, 전장에서 소녀가 겪는 갈등과 고통, 연대와 배신을 날카롭게 포착해 내는 필력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한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역사 소설과 전쟁 문학에 관심이 깊어, 학창 시절 구소련과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문헌을 탐독하며 문학적 영감을 쌓았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관심은 결과적으로 키르야라는 인물이 처한 비극적 상황을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同志少女よ、敵を撃て」는 2022년 키노베스도(KinoNovel Best) 대상을 비롯해 같은 해 일본 서점대상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듬해 아서 상(아가사 크리스티 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특히 일본 서점대상의 경우, 역대 최초로 전원 만장일치로 최고점을 받아 당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그 외에도 2022년 제166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라 문단의 기대작으로 손꼽혔으며, 2022년 제9회 고교생 나오키상에서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같은 10대 독자층으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신예 작가의 장편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으로 찬사를 받은 배경에는, 전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주인공의 고뇌와 성장 과정을 험난하면서도 치밀하게 다루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비단 문학계뿐만 아니라 영화·드라마 등 미디어로도 각광받으며 속속 영상화 판권이 논의되는 등, 일본 현대 전쟁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는 왜 싸우는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제2차 벨라루스 전선에서 소련군 사격병으로 참전하게 된 열여섯 살 소녀 키르야는 전투와 배신으로 얼룩진 전장의 참혹함을 몸소 체험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그녀는 길바닥에서 겨우 살아남아 잔혹한 현실에 무감각해진 채 전장으로 끌려 들어온다. 키르야는 처음에는 전쟁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막한 공포에 시달리지만, 동료 사병들과 함께 처절한 사격 훈련을 견디면서 자신 안에 남아 있던 인간성을 발굴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소련군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킨 일부 반동분자에게 매복당한 키르야는 가까스로 구조된 뒤, 전우이자 언니 같은 존재인 ‘마리야’와 우정을 쌓는다. 그러나 이 전선에서의 우정은 오래가지 못하고, 적군의 포로로 잡힌 동료의 비극적인 처형 장면을 목격하면서 키르야는 복수와 분노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어느덧 스스로 사수가 된 키르야는 주변인들의 죽음과 처절한 현실 속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삶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수단임을 절감한다. 그녀는 “나는 왜 싸우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총구를 겨누고, 때로는 적군과의 교전 중에도 인간적인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작품의 후반부, 키르야는 동료를 잃은 복수의 순간과 전쟁이 끝난 뒤에도 남을 상흔 사이에서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고자 용기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同志少女よ、敵を撃て」는 전쟁 소설이라는 장르적 틀 속에서 ‘총을 든 소녀’라는 강렬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단순한 군사적 액션 또는 서사적 스릴러에 머무르지 않는다. 키르야의 내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사실상 ‘전쟁이 개인에게 미치는 심리적 상처와 인간성 회복’이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소설의 초반부에서부터 우리는 열여섯 살 소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전쟁터에 내던져진 듯 ‘어른 흉내를 내야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본다.


어린아이인 그녀가 스스로 총을 조준하고, 적의 시체 위에서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은 너무나도 처절하다. 작가는 묘사에 있어서 한순간도 허투루 단어를 쓰지 않으며, 키르야가 경험하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불안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총탄이 파편처럼 박히는 참호와 흥건한 피 냄새, 전우의 울부짖음과 적의 사살 소리가 서로 겹쳐질 때, 독자의 몸은 전율하고 머리는 혼돈에 빠진다. 이러한 묘사력은 이 소설이 단순히 ‘전쟁이 주는 스펙터클’을 넘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직시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키르야가 경험하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따뜻한 인류애의 불꽃은 꺼지지 않는다. 작가는 전장 한가운데에서도 소녀가 친구와 함께 나누는 작은 위안의 순간들을 정교하게 짚어낸다. 동료 사수 마리야와 비 내리는 참호 아래서 나누는 짧은 농담, 적군의 포로가 전달한 작은 쪽지, 전투 중 우연히 만난 독일군 소년과 목례를 나누며 느끼는 연민의 순간 등은 전쟁의 차디찬 현실을 역설적으로 더욱 깊고 아릿하게 만든다. 이 장면들은 키르야가 “나는 전쟁터에서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다가가게 하는 서정적 휴식이다. 그곳에서 비로소 그녀는 ‘단순히 적을 제거하는 기계가 아니라, 누군가의 소녀였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이런 인간미 넘치는 서사가 있어야만, 뒤따르는 복수와 갈등이 단지 폭력의 악순환으로 느껴지지 않고,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택해야만 하는 모순’으로 다가온다.


전쟁은 인간 본연의 가치를 시험하는 무대


특히 후반부의 전투 장면은 키르야가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할 대상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그녀는 동료의 원수에게 방아쇠를 겨누는 순간에도, 한때 친구였을지 모르는 적의 얼굴을 떠올린다. 이 순간이야말로 작가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 즉 “전쟁은 단지 적과 아군의 구분이 아니라, 결국 서로가 서로를 지켜 주어야 하는 인간 본연의 가치를 시험하는 무대”라는 진실을 폭발시키는 장면이다. 단순히 피로 얼룩진 전장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상대를 총구로 응시하면서도 “저 사람도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것이다”라는 섬세한 공감이 결합될 때, 독자는 비로소 전쟁이 빚어내는 비극의 심연에 다가간다.


이와 같은 문학적 성취는 작품에 녹아든 다층적 서사 구조와 인물 간의 미묘한 심리 양상을 통해 완성된다. 키르야를 둘러싼 조연 인물들—반란군을 이끄는 옛 동료, 생존을 위해 배신을 선택한 소년, 그녀를 지켜준 노병—각각은 전쟁이 개인에게 부과한 독특한 굴레를 짊어지고 있다. 작가는 이들 각각이 키르야에게 던지는 작은 충고나 갈등의 순간을 통해, 전쟁터가 단지 총탄이 오가는 전장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시험하고 회복시키는 일종의 ‘극장’임을 암시한다. 예컨대 옛 동료가 “우리에게 승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고 탄식할 때, 우리는 키르야의 분노가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왜 나는 이토록 잔혹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인물 간의 표정과 대사는 모두 표면적 갈등 너머에 숨겨진 개인적 상처와 죄책감을 드러내며, 독자에게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문체 면에서도 작가는 전투 묘사와 서정적 묘사를 교차시키며 리듬을 조율한다. 중요한 전투 신에서는 짧고 강렬한 문장을 구사해 총탄이 빗발치는 현장을 재현하고, 그 사이사이에 소녀의 두려움이나 동료의 헌신적인 시선을 ‘한 문장씩’ 끼워 넣어 긴장감을 수시로 해소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전투의 차갑고 잔인한 현실과 동시에, 그 속에도 남아 있는 애틋한 인간미를 오가는 감정의 파동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소설 전체가 전쟁 말기의 절박한 정황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각 장면마다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이러한 서사적 긴장감은 곧 키르야가 맞이해야 할 운명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며, 독자를 작품에 계속 몰입하게 만든다.


나는 왜 살아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同志少女よ、敵を撃て」는 전쟁이라는 소재를 빌려와 인간 내면의 불안과 연대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걸작이다. 작가는 전쟁이 지닌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그리면서도, 그 폭력성 너머에 남아 있는 인간애를 놓지 않는다. 키르야의 눈을 통해 바라본 전장은 더 이상 ‘적군을 향해 총을 겨누는 공간’이 아니라, “나는 왜 살아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무대가 된다. 이 질문은 단지 전시 상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갈등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누군가를 미워해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지,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용기가 필요한지, 결국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켜야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문장을 덮은 뒤에도 키르야의 결연한 눈빛은 독자의 심장 속에 오래 남아, 전쟁과 평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존재 의미를 계속 사색하게 한다. 이처럼 이 소설은 폭력과 연민, 고통과 치유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문학이 갖는 본질적 힘을 증명하며, 오래도록 한국 독자들의 가슴에 울림을 남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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