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화된 정의의 관용과 검열사이

『東京都同情塔』-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by KOSAKA

『東京都同情塔』는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국립경기장이 완공된 뒤, 일본 사회에 “관용”이라는 개념이 떠오르며 펼쳐지는 평행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 새로 들어선 ‘심파시타워 도쿄’는 기존 교정시설의 틀을 깨고, 죄수에게 “동정”이라는 감정을 점수화하여 생활권을 부여하는 이례적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소설은 그 탑의 설계 공모에 참여한 건축가 마키나 사라가 자신만의 신념과 직업적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동정보다 더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주인공 사라는 스스로를 “건강하고 미혼이며, 삼십칠세의 성공한 여성”으로 정의하는 인물로, 치밀하고 이성적인 성격을 지녔다. 죄인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에는 회의적이지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건축이라는 언어로 풀어내는 데에는 깊은 매력을 느낀다. 그녀는 자신의 설계가 인간의 고통과 반성을 정말로 계량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알고리즘이 건축에 녹아드는 지점에서 생기는 윤리적 긴장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초반에는 사라와 함께하는 인물로 22세의 청년 타쿠토가 있다. 그는 설계 공모 사무국의 보조 직원으로, 사라가 던지는 전문적인 언어와 사색을 ‘순수한 언어’로 포착해 기록한다. 노가쿠 연극의 와키처럼, 그는 사라의 행보를 비추는 거울이자 그 대화를 중계하는 중립적 화자로 기능한다.


또한 이 작품에는 “AI-built”라 불리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해, 주요 인물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응답을 제공한다. 실제로 사라는 ChatGPT와 같은 AI에게 설계와 윤리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그 대답 일부를 설계안에 반영했다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이러한 설정은 AI가 인간 사고를 어디까지 보완하고 대체할 수 있는지를 묻는 현시대의 질문을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작품의 중심 갈등은 “동정”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검열’과 ‘언어 통제’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따라간다. 이야기 속 일본은 정치적 올바름과 다원주의가 극단에 치달아, 일상적 표현마저 검열의 대상이 되는 세계다. 등장인물들은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동정을 베풀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언어의 구성력과 그 안에 숨어 있는 폭력성을 드러낸다.


특히 사라의 내면에서는 “검열자가 머릿속에 있다”는 자각이 반복된다. 그는 자신의 발언 하나가 사회적 제재로 이어질까 두려워하면서도, 건축가로서의 욕망과 정의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지 못한다. 이러한 내적 독백은 건축과 윤리, 언어의 얽힘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東京都同情塔』는 범죄와 처벌, 관용과 검열, 기술과 윤리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하나의 구조물 안에 정교하게 밀어 넣는다. 잔잔한 문장 틈마다 서늘한 불안을 심어두며, 독자에게 ‘동정’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희생의 그림자를 계속해서 되묻게 만든다.


이 소설은 “데이터화된 정의”가 불러올 디스토피아를 그리며, 인간 존엄성과 언어의 힘에 대한 물음을 다시 제기한다. 기술이 삶을 지배하는 지금, 우리는 어떤 언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가—그 질문을 독자의 심장 가까이에서 던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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