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야수의 연민과 폭력이 교차하는 곳

『ともぐい』 - 제170회 나오키상 수상작

by KOSAKA

가와사키 아키코의 『ともぐい』는 메이지 후기 홋카이도의 설원(雪原)을 배경으로, 인간과 야수가 서로를 물고 뜯듯 얽힌 운명을 예리하게 그려낸 동물 문학의 걸작이다. 이 작품은 제170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자연 묘사의 힘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쿠마즈메(熊爪)다. 그는 홋카이도 깊은 산속에서 사냥꾼으로 살아온 남자로, “사냥꾼이라기보다 야수에 가까운 감각”을 지녔다고 묘사된다. 그는 혹독한 눈보라 속에서 겨울잠을 이루지 못해 더욱 포악해진 곰 ‘穴持たず(아나모타즈)’를 마주한다. 총성이 울려 퍼진 뒤, 쿠마즈메는 “곰의 눈빛 속에 인간과 다를 바없는 고통”을 감지하며 자신이 “존재의 심연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음을 깨닫는다”.


중상을 입은 쿠마즈메가 마을로 내려온다. 그는 피 묻은 채 숲 가장자리에 쓰러져 있다가, 곰의 상처를 손끝으로 어루만지며 흐느끼는 장님소녀를 만난다. 이 소녀는 시력을 잃었지만, “곰의 숨결과 떨림을 오감으로 감지”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녀는 곰에게 다가가 “이 몸은 볼 수 없지만, 네가 느끼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며, 쿠마즈메에게 “시각이 오히려 공감의 경계를 만들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소설은 전개되면서 홋카이도가 러·일 전쟁 전야의 압박 속에 놓였음을 보여준다. 중앙정부는 군수 물자 조달을 빌미로 곰 가죽과 모피를 대량으로 징발해 간다. 원주민 아이누족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강제 징발과 토지 수탈에 시달리며, “전쟁이라는 문명적 폭력이 결국 인간 공동체와 자연을 모두 파괴한다”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쿠마즈메와 장님소녀는 함께 설원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두 사람은 “눈 속을 뚫고 서로를 의지하며 침묵의 언어를 주고받는다”. 그들은 곰 ‘穴持たず’와 다시 마주치지만, 쿠마즈메는 총구를 겨누면서도 “곰의 마지막 떨림이 내 심장을 두드린다”고 느끼며, “사냥꾼과 사냥감이라는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진실에 다다른다.


이후 내용에서 쿠마즈메와 장님소녀는 서로가 지닌 폭력성과 연민을 교차 검증한다. 쿠마즈메는 “사냥감에게 총을 겨눌 때마다 내가 곰보다 더 야수 같은 존재임을 깨닫는다”고 고백하고, 소녀는 “너의 잠든 본능을 내가 깨웠다”며 그를 일깨운다.


소설의 마지막 제11장 ‘喰らいあい’(서로 물어뜯기)와 제12장 ‘とも喰らい’(서로 포식하기)에서는 비극이 절정에 이른다. “홋카이도 개척과 전쟁 물자 조달을 위해 매겨진 거대한 포상금”은 쿠마즈메를 비롯한 사냥꾼들에게 곰을 무조건 죽이라는 압박으로 돌아온다. 장님소녀는 “이 모든 것은 인간과 짐승의 경계를 허무려는 운명”이라 선언하며, 쿠마즈메는 총구를 내리고 “내 안에는 이미 곰이 살아 있다”는 깨달음을 품고 눈을 감는다.


가와사키 아키코의 문체는 종종 절제되어 있지만, 자연과 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눈보라 속에서 “얼음이 탄환처럼 파열된다”고 묘사하는 부분, 장님소녀가 “곰의 상처를 만질 때 얼음 위에 맺힌 핏방울이 고요하게 얼어붙는 소리”를 듣는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눈과 귀가 아닌 온몸의 감각으로 설원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특히 “눈먼 그녀의 오감이 곰과 인간 사이의 공명을 짚어낸다”는 설정은, 시각이 없는 고립이 오히려 깊은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역설한다.


『ともぐい』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우리는 얼마나 야수와 가까이 서 있는가”다. 쿠마즈메와 장님소녀, 그리고 곰 ‘穴持たず’가 교차하는 지점에서는 “인간과 짐승, 문명과 야생이 뒤얽힐 때 비로소 보이는 진실”이 드러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사냥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과 개발 논리가 야생과 인간을 모두 파괴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에도 유효한 생태적·윤리적 성찰을 제시한다. 가와사키 아키코는 설원 위에 얼어붙은 붉은 핏방울처럼, 독자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질문을 남긴다: “당신 안의 곰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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