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쓰며 깨달은 것들
평범한 출근길, 익숙한 풍경속에 길을 걸으며 글을 쓴다는 것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반추해보았다.
카메라를 손에 든 순간, 우리는 일상의 평범함을 특별한 풍경으로 재탄생시키려 한다. 스냅 한 컷을 위해 빛과 구도를 살피는 과정은, 마치 인생을 다각도로 조망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종이 위에 흘러가는 문장 한 줄 한 줄이 곧 렌즈가 되고, 그 렌즈를 통해 세상과 자신을 프레임 안에 담는다. 사소해 보이던 풍경도, 시야가 좁았던 순간도, 글이라는 카메라를 거치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획득한다. 그렇게 글을 쓰는 순간마다 우리는 평범한 삶을 특별한 시선으로 다시 보게 된다.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던 흐릿한 생각도, 글이라는 거울 앞에 세워두면 비로소 선명해진다. 종이 위에 단어를 흘려보내며 무수한 가능성이 교차할 때, 어떤 문장들은 강렬히 반짝이는 진주가 되고 어떤 생각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흩어진 모래는 기록되지 못한 공허함으로 남지만, 진주로 걸러진 생각은 생생한 의미로 독자를 초대한다. 결국 글로 옮겨지지 못한 생각은 실체 없는 허상임을 깨닫게 되고, 텍스트로 남은 순간 비로소 생각이 확실한 형태를 갖춘다.
무심코 지나치던 하루의 풍경도, 글감이 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과 그저 스쳐 가는 것들이 드러난다. 머릿속에 떠오른 모든 단상 중 어떤 것을 붙잡아 펼치느냐에 따라 글쓴이의 가치관과 우선순위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껌 종이 위에 흘린 커피 얼룩을 세밀하게 묘사할지, 아니면 그 붉은 얼룩이 어제 만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는 점을 풀어낼지에 따라 글의 결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렇게 기록의 선택은 곧 나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글을 쓰는 행위는 때로 자신을 전신거울 앞에 세우는 것과 같다. 가감 없이 드러난 문장은 나의 두려움, 욕망, 기쁨, 슬픔을 모두 비추는 창이다. 글을 다듬으며 우리는 자기 검열을 거치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용기를 얻기도 한다. 독자는 글을 통해 글쓴이의 내면에 다가가지만, 글쓴이는 오롯이 자신이라는 인물을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검은 잉크 위에 새겨진 자아의 단면은 가장 날것에 가깝다.
어떤 이들은 ‘말이 글보다 속도를 지닌다’고 말하지만, 글은 속도만큼이나 깊이를 고민하게 만든다. 단어 하나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나는 나의 어휘와 사고의 폭을 점검한다. 적절한 형용사가 떠오르지 않아도, 그 공백은 곧 내가 아직 몰랐거나 다루지 못한 세계를 알려준다. 글을 쓰는 동안 어휘가 부족함을 느끼면 새로운 단어를 찾고, 새로운 관점을 배우며, 그 덕분에 사고의 지평이 조금씩 넓어진다.
시간이 지난 뒤에 같은 글을 다시 읽어보면, 나의 성장 궤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처음 썼을 때는 미숙해 보였던 문장도, 후에 읽으면 순수했던 열망의 흔적으로 보인다. 반대로 그때는 충분하다고 느꼈던 어휘나 표현이 지금은 촌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렇게 글을 계속 써온 기록은 나의 사고가 어떻게 성숙해왔는지를 증명하는 증거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일은, 마치 타인의 앵글로 세계를 바라보게 해주는 렌즈를 빌려 쓰는 경험이다. 그 렌즈는 나와 다른 색채와 초점을 지니고 있어, 내게 숨겨졌던 풍경을 발견하게 한다. 그들의 문장 구조, 비유, 톤 앤 매너를 접하며 나는 무심코 지나칠 뻔했던 표현의 가능성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 자신을 성찰하며 ‘나는 어째서 이런 시선을 갖지 못했을까’ 하고 묻는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글쓰기의 풍요로움을 완성시킨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곧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카메라 렌즈를 닦듯, 흐린 생각을 정리하듯, 타인의 시선을 흡수하듯, 글을 쓰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세상을 조금 더 선명하게 본다. 무엇보다 글은 말보다 느리지만, 그만큼 깊이 살아 숨 쉬며 우리의 내면과 세계를 기록한다. 그렇게 우리는 매 순간 조금씩 더 나답게, 조금 더 넓게, 그리고 조금 더 진실하게 살아갈 구실을 찾는다.
그리하여 글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나와 세상을 잇는 은밀한 다리가 된다. 카메라가 빛을 포착하듯 나는 문장으로 순간을 붙들고, 흐릿했던 사유가 그 다리 위에서 선명해진다. 타인의 언어를 빌려 내 시야를 확장하고, 수없이 고쳐 쓴 문장 속에서 비로소 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렇게 잉크 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나만의 풍경을 그려내듯, 글쓰기는 내면의 미로를 밝혀 주는 등불이 되어준다. 결국, 우리는 글을 통해 자신을 만나고, 세상을 다시 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바로 그 세계를, 그리고 나 자신을 끝없이 아름답게 빚어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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