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무려 시집 28화

귤락 1

by KOSAKA

나는 귤의 흰 줄기

달콤하지 않은 살결로

조용히 귤을 묶어둔다


어느 손길이건

나를 떼어내려 하지만

나는 안다

모두가 알지 못하는

내 작은 사명을


네 혀끝에 걸려

잠시 귀찮음이 되더라도

나 없으면

귤도 허물어져 버린다


회사 구석

낡은 책상 위에 앉아

빛나지 않는 서류들 사이

내 자리 하나 지킨다


누구도 부르지 않지만

나는 오늘도 붙들고 있다

흩어질 것들을

조금은 부드럽게 엮으며

작은 질서 하나를 남긴다


그게 내 몫이라 믿으며

귤락인 나

한 번쯤은

필요하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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