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무려 시집 27화

이중슬릿

내 인생은 파동인가 입자인가

by KOSAKA

중년이라는 이중슬릿을 앞에 두고

나는 두 개의 좁은 틈을 마주한다
여길 지나면 나는

단단히 짜인 입자의 궤적
끝없이 퍼져나가는 파동의 물결

무엇이 되어 살아갈까


내 손에 쥔 건 선택의 관측장치
매일 아침, 결심이라는 빛을 비추면
나는 굳건한 입자로 붕괴되어
뚜렷한 자국을 남길까


아니면 미지의 가능성에 몸을 맡겨
파장처럼 유연히 퍼져나가
아직 쓰이지 않은 삶의 공간을
부드럽게 흔들어 놓을까


과거의 궤적들이 좁힌 틈을 지나
미래의 파랑이 기다리는 간극 속에서
내 존재는 측정 전까지 열려 있다


오늘 이후의 매 순간이
나를 입자 혹은 파동으로
결정짓는 관측의 빛이며
그 빛은 결국
내 남은 삶을 그려 내는 붓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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