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귤의 흰 줄기
당신의 혀끝에 걸리는
조금은 무의미한 꺼풀
하나하나 떼어내며
한숨을 흘리는 당신의 손끝에
나의 쓸모가 들킨다
언제나 그랬다
귤을 감싸는 척하며
결국엔 버려지는 몸
아무도 나를 삼키지 않았다
회사 구석 한 칸
잊힌 서류 더미 옆에
묵은 자리처럼 앉아있다
남겨둔 이름도 빛도 없다
그래도 웃음이 난다
귤락 하나쯤 없으면
조금 허전하다지
그 참 하찮은 위안으로
오늘도 얌전히 붙어있다
떼어낼 거라면
서둘러 떼어내라
어차피 달콤함은
나의 몫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