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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해트트릭

2025년 조용히 찾아온 세번의 좋은 일

by KOSAKA

# 1

브런치 10주년 기념 작가의 꿈에 내 글이 전시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당연히 그 글의 작가이자 주인공인 어머니였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도, 책을 내보겠다고 했을 때도, 어머니는 늘 “그래, 네가 좋아서 하는 거면 됐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격려와 기특함,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 마음을 이해했고, 동시에 그 마음을 글에 담아내고 싶었다.

행사 셋째날, 우리 가족은 어머니를 모시고 그곳을 찾았다. 서촌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던 어머니는 익숙지 않은 전시공간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흰 벽에 걸린 내 글, 조명 아래 인쇄된 문장들을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표정은 오래된 앨범을 보는 듯했다. “이게 네 글이구나.” 그 한마디에 지난 시간들이 스쳐갔다. 읽기와 쓰기로 채워왔던 브런치 데뷔 이후의 날들, 하루 세편씩 써대던 나의 폭주(?), 그리고 그 글들을 ‘작품’이라 불러주는 누군가의 감사한 손길. 우리 가족에게 인사를 건네며 "이 글을 읽고 많이 울었습니다"라고 해주신 브런치 대표님의 극찬도 기억에 남았다.

전시장을 나서는 길에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글이라는 게 이렇게 사람을 불러 모을 줄은 몰랐구나.” 그 말은 칭찬이자 인정이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멀리 떨어졌던 가족들과 다시 한번 모일 수 있었고, 작가라는 이름의 타인들과도 글을 통해 감정의 교류를 할 수 있었고, 평생 생각만 해오던 글쓰기라는 취미를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정말이지 감사한 일이다.

추신 : 금요일 작가의 꿈 전시공간에서 그 곳을 담당하셨던 걸로 보이는 한 스탭분에게 오사카 오미야게를 전달드렸는데, 직원분들의 평일 오후 당보충에 잘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브런치 스탭 여러분 나흘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 2

아빠의 해외전근으로 이나라 저나라를 다니면서도 딸아이는 언제나 자신의 속도를 지켜왔다. 남들이 경쟁에 몰두할 때, 그녀는 책을 읽고, 사람을 관찰하고, 세상에 질문을 던졌다. 그런 아이가 대학에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다는 소식은 뜻밖이었다. 나는 성적표보다도 그 안의 과정이 대견했다. 수년에 한번씩 바뀌는 환경 속에서 매번 적응하며 자신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얼마 뒤, 이번에는 한 공공기관 인턴 합격 소식이 전해졌다. 이력서를 고치고, 면접을 준비하던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지만, 나는 그저 묵묵히 응원하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합격 소식을 듣던 날, 딸은 평소보다 담담했다. 오히려 내 마음이 더 벅찼다.

나는 그날 문득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딸이 세상과 연결되는 이유도 결국은 ‘자신의 언어를 찾는 과정’이라는 것을. 세대가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그 본질은 같다. 딸은 이제 자신의 문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 나는 여전히 매일 새벽, 나의 문장을 고쳐 쓰고 있다.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 쓰는 이 문장들이, 언젠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 3

일본 주재원 기간이 마무리 되면서, 하나의 작은 욕심이 생겼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지난 4월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그 욕심을 위한 작은 출발이었다. 당초에는 오사카에서의 일상을 담은 내용으로 구성하다가 점차 조회수와 구독자수에 목말라 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시도해보았다. 서평, 에세이, 시 등등...

.그러다가 한두달 전부터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다시 생각하면서 일본에 관한 연재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플랫폼을 다양화해서 최대한 내 글에 대한 노출을 높여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네이버 블로그였다. 그러다가 '네이버 프리미엄 컨텐츠'라는 플랫폼을 발견했고, 둘러보니 블로그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인터페이스와 깊이 있는 내용들이었다. 이 플랫폼은 유료인데, 나는 여기서 글로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므로 무료로 설정하고 연재를 시작했다. 플랫폼 확장 작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오마이뉴스라는 뉴스 미디어의 기고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기고를 시작한 후에야 알게 됐지만, 내가 여기 기고하는 서평은 조회수가 수천단위에 이른다.

네이버 프리미엄 컨텐츠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모두 소정의 심사과정을 거치는데 운좋게 둘다 한번에 통과할 수 있엇다. 이 자리를 빌어 당시 나의 신청을 검토해주었던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플랫폼 확장 추진 결과, 현재 네이버 프리미엄 컨텐츠에서는 종종 세자리 수, 오마이뉴스에서는 수천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수치들은 단순히 조회수가 아니고 내 글이 조금씩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출간이라는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 진행되는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도 응모할 생각이다.



2025년, 50대 중반의 자그마한 해트트릭은 이렇게 완성되어 가고 있다.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응모가 성공하면 포트트릭이 될텐데, 그 달성을 위해 마감까지 라스트 스파트를 다짐해본다. 아니,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의 노력과 고민들이 나의 50대를 빛나게 해주고 있으니 이미 포트트릭은 달성된 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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