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어머니가 일깨워준 글쓰기의 꿈
“네 어린 시절 얘기는 거울을 보듯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 같더라. 따뜻하게 보듬어주지 못한 것이 후회도 되지만, 꿋꿋이 이겨낸 네가 자랑스럽다.”
얼마 전, 팔순을 넘긴 어머니가 내 글을 읽고 보내주신 메시지다. 그 글은 브런치에 연재 중인 『특이점이 온 50대』 가운데 어린 시절을 회상한 부분이었다. 나는 내 기억을 기록한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그 기록은 부모의 마음을 다시 열어 주었고, 오래 묻혀 있던 가정사의 장면들을 생생하게 불러냈다.
신림6동의 작은 빵집, 반지하 단칸방, 전전하던 가난의 기억. 나는 그저 그것들을 담담히 써 내려갔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그것이 “아이들에게 세세히 말한 적 없는 삶”을 대신 보여주는 기록이었다.
글을 통해 나는 아들로서 알지 못했던 부모의 심정을 처음으로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글쓰기는 내 안의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자, 세대 간에 이어지지 못한 이야기를 다시 이어주는 통로라는 것을.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50대에 들어서였다. 나이가 들수록 삶이 좁아지지 않기를 바랐고, 여전히 배우고 시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4월부터 글쓰기를 시작했고 그 기록은 어느새 내 삶의 두 번째 호흡이 되었다. 무엇보다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이 달라졌다. 나는 여전히 직장인으로 살아가지만, 동시에 글을 쓰는 사람, 누군가에게 읽히는 사람이 되었다.
브런치는 이렇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도 ‘작가’라는 이름을 선물해 주었다. 내 글이 세상에 닿을 수 있게 했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가족의 대화까지 바꿔 놓았다.
어머니는 “그저 아이들이 우리보다 나은 환경에서 곧게 자라기를 바랐다”고 말씀하셨다. 그 소망이 글 속에서 되살아나고, 다시 나를 앞으로 밀어준다. 이제 나는 부모 세대의 기억과 내 세대의 이야기를 동시에 기록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꾸는 작가의 꿈이다.
나는 여전히 부족한 글쟁이다. 하지만 글을 통해 부모에게 받은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되돌려 주고, 나와 같은 세대에게는 공감을,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시대의 기록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브런치에서 이루고 싶은 가장 큰 꿈일 것이다.
어머니는 메시지의 끝을 이렇게 맺으셨다.
“작가 된 것, 다시 한 번 축하한다.”
고마워요, 어머니. 그 축하는 10주년을 맞은 브런치의 모든 작가들과도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