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화혈색소 12.5%에서 9%까지, 두 달의 변화
지난 토요일, 다시 당뇨 클리닉을 찾았다. 두 달 전과는 달리 발걸음이 덜 무거웠다. 결과지는 놀라웠다. 7월 초 첫 진단 때 12.5%였던 당화혈색소가 9%까지 떨어져 있었다. 단순히 숫자 3%p 하락이 아니라, 내 몸이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의사도 고개를 끄덕이며 “노력하셨군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변화의 공은 거의 전적으로 아내에게 있다. 나는 그저 따라간 사람일 뿐이다. 진단 결과지를 받아든 직후, 아내는 부엌에서 전투를 시작했다. 당뇨 환자 식단에 관한 레시피 책을 여러 권 구입했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재료를 찾아냈다. 어느 날은 코스트코에서 가득 담아온 현미와 각종 넛츠가 부엌을 채우더니, 다음 날부터는 낯선 메뉴들이 식탁 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나의 식단은 일종의 ‘템플스테이 모드’로 전환되었다. 라면, 빵, 아이스크림, 튀김, 탄산음료, 술… 중년 남성이라면 누구나 즐기는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 대신 세 끼의 기본은 늘 같았다. 현미밥 한 공기, 푸짐한 샐러드, 소금기 줄인 어패류, 제철 채소, 견과류 한 줌, 그리고 녹차 한 잔. 고기와 같은 단백질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허락되었다. ‘먹지 못하는 것’의 목록은 끝도 없이 길어졌지만, ‘먹을 수 있는 것’은 놀랍게도 얼마 되지 않았다.
식사의 풍경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퇴근 후 라면에 김치를 얹어 후루룩 먹고, 주말 아침에는 빵집에서 크루아상과 커피로 끼니를 때우던 내가, 이제는 느릿느릿 씹으며 밥맛을 음미하게 되었다. 과거라면 5분도 안 돼 끝냈을 식사가 이제는 20분, 때로는 30분까지 이어졌다. 음식을 ‘삼키는’ 것이 아니라 ‘먹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두 달간 이런 식으로 지내니 몸도 달라졌다. 혈당 수치가 내려간 것은 물론이고, 예전보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덜 무거웠다. 계단을 오를 때 숨이 덜 찼고, 오후만 되면 찾아오던 피로감도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입맛의 변화였다. 처음에는 밋밋하고 재미없던 현미밥이 점점 고소하게 느껴졌고, 과일 한 조각이 예전 아이스크림보다 더 달게 다가왔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직장 회식 자리에서 튀김 냄새가 올라올 때, 여름 밤 맥주 광고가 TV에 나올 때, 편의점 냉장고 앞에 서 있을 때마다 유혹은 거세졌다. 그때마다 아내가 “지금 수치가 얼마인 줄 알아?”라는 한마디를 던지면, 나는 억지로 웃으며 그 자리를 넘겼다.
그리고 드디어 토요일, 수치가 9%라는 결과를 받았다. 단순히 숫자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지난 두 달간의 불편함과 갈증, 때때로의 유혹을 견뎌낸 대가였다. 진료실을 나서는 순간, 마음속에서 작은 환호성이 터졌다.
병원을 나와 가벼워진 발걸음은 곧장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맥주 두 캔과 빵 서너 개를 집어 들었다. 지난 두 달 동안 고생한 나의 입과 위를 위한 작은 보상이었다. 한 모금 들이켜는 순간, 그간의 절제와 긴장이 한순간에 풀리는 듯했다. 죄책감과 해방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정상 범위인 6%까지는 아직 멀다. 연내에 정상 수치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것은 단순히 의학적 숫자가 아니라, 앞으로의 내 삶을 지탱해 줄 중요한 기초다. 오늘 밤 맥주잔을 비우며 다시 다짐한다. 내일은 다시 현미밥과 샐러드로 돌아가리라.
나를 살린 건 결국 음식이었고, 그 음식을 차려준 건 아내였다. 27년간 연애를 해왔던 아내에 대한 내 감정에도 특이점이 오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