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JE
그와 학교에서 다시 마주친 그날, 나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는 분명 다른 어딘가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새로운 얼굴이 있었다.
웃고, 장난치고, 나와는 한 번도 나눠본 적 없는 눈빛으로.
그 순간 숨이 막히는 건 아니었는데, 어딘가 미세하게 조여왔다.
난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창밖을 봤다.
그의 연애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2주.
짧다고 느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소문이 돌았을 때 나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무심함과,
‘그럴 줄 알았지’ 하는 씁쓸한 확신.
그렇게 또 계절은 흘렀고, 어느 날 문득,
그가 날 계속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처음엔 착각인가 했다.
근데 한 번이 아니었다.
수업 중에도, 복도에서도, 심지어 아무 말 없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눈이 자꾸 마주쳤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 눈빛이 예전처럼 익숙했다.
무심한 척하지만 자꾸만 머무는 시선.
애써 아무렇지 않게 굴지만, 뭐라도 전하고 싶은 표정.
그는 내 인스타 스토리를 두 번씩 봤다.
몇 시간 간격으로.
처음엔 실수겠지 싶었지만, 반복되니 알 수 있었다.
‘보고 싶어 하는구나’
말은 못 해도, 손가락은 거짓말을 못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아파도 말 못 하던 그 시절의 나는,
이젠 나를 먼저 돌보고, 나를 사랑하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물론 그를 완전히 잊은 건 아니지만,
이젠 그가 내 모든 감정의 중심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그를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라,
그를 지나,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지금에서야 그때의 나를 떠올리는 걸지도 모른다.
늦었단 말은 하지 않겠다.
그저 나는,
이제 다시 사랑받을 준비가 된 사람이 되었고,
누군가의 눈빛에 무너지는 대신
누군가의 손을 잡을 준비가 된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는다.
아직 이 여름은 진행 중이고,
나는 여전히, 매일 아침 새로운 계절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