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Ha
나에게 다가온 새로운 그는,
어쩌면 내가 계속 밀어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 채 웃으며 말을 걸어오던 그날의 너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용감했다.
나는 그때, 단단하게 마음을 닫고 있었다.
사랑을 준다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받기보다는 먼저 의심했고,
다가오는 마음에 상처를 입힐까 봐 먼저 등을 돌렸다.
"나 너한테 아무 감정 없어."
차갑게 말했던 그 순간,
나는 진심이 아니었다.
그저 또 무너질까 봐,
또 혼자 남겨질까 봐,
그게 두려웠던 거다.
그래서 나는 밀어냈다.
네가 웃으며 건넨 인사도,
조심스럽게 던진 농담도,
그냥 다 모른 척해버렸다.
내 안의 감정들이 너에게 닿을까 봐,
다시 시작될까 봐 무서웠던 거다.
근데 넌, 이상하게도 그런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매번 밀려나면서도 또 다가왔고,
내가 말끝을 흐리면 대신 끝을 정리해 줬고,
차가운 말에도 상처받은 티 하나 내지 않았다.
그랬던 너를,
나는 도대체 왜 그렇게 밀어냈던 걸까.
이제 와 돌아보면,
그건 네 문제가 아니라,
온전히 내 문제였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던 거다.
새로운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
과거에서 벗어날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사랑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 마음.
그러니 네가 계속 곁에 있어준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는,
조금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건 아직 끝이 아니다.
아직도 나는 너를 완전히 받아들이진 못했다.
다만, 예전처럼 무작정 밀어내는 대신
이제는 잠시 머무르며 바라보려 한다.
내 마음 안의 문을 천천히 여는 연습을 하려 한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언제든 새로운 장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지만
묘하게 기대되는 계절이다.
무엇이 다가올지 모르기에,
아직 쓰이지 않은 페이지들이 남아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