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씁쓸한 그날
그에게 협의이혼을 빨리 하자고 말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고, 그땐 정말… 다 버리고 싶었다.
그의 말처럼, 우리 문제는 단순히 둘만의 일이 아니었고,
이혼이 맞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엔, ‘이혼녀’가 된다는 사실이 참 무겁고 두려웠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밀어붙였다.
내가 아프던 동안, 나는 친정에 있었고
그는 이미 짐을 싸서 본가로 돌아간 상태였다.
이혼을 위한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러 가는 날,
우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그를 다시 마주했다.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 체념한 눈빛.
나는 바보같이, 그가… 불쌍해 보였다.
그 순간 또 마음이 약해졌다.
그 후 한 달.
2차 협의 이혼을 앞두고 나는
잡고, 놓고, 후회하고, 또 무너지고…
내 정신도 같이 무너졌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나도… 다시 합칠까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날 밤, 나는 알아버렸다.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은,
더 이상… 여기에 없다는 걸.
202x.. 어느 날. 마침내 법적으로 우리는 남이 되었다.
내가 원하던 대로, 이제 그 집과는 더 이상 가족이 아니고, 엮이지 않는 것이다.
그것만 생각하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원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씁쓸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지만,
그는 끝내 본인이 선택한 가정을 책임질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우선순위는 늘 부모였고,
나는 늘 그다음이었다.
나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