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흔적들 사이에서
내가 친정에 가 있는 동안,
그 사람은 본인의 옷과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물건 하나만 챙겨 집을 나갔다.
그가 이 집에 가져온 건, 그게 전부였다.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유난히 커 보였던 소파였다.
이혼을 결심한 그날부터 그는 거실의 그 소파에서 잠들었고, 내가 TV를 보려고 앉으면 눈치를 주던 사람이었다.
그도 알겠지만,
나는 그를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다.
그가 아프고 힘들면 하루 종일 걱정하던 사람이 나였으니까.
이혼 과정을 겪으며, 그가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면 여전히 분노가 차오르지만…
그 소파에서 자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볼 땐
왠지 모르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순간에도 나는 나보다 그를 먼저 걱정했다.
나는 참 미련스러웠다.
집에 들어와 소파를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텅 빈 것 같았다.
“아, 이제 그 사람은 없구나. 익숙해지자…”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실제로, 이혼 후 몇 달간은
그 소파에 앉지도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흐른 지금,
이제야…. 이 커다란 소파가
나의 소파처럼 느껴진다.
비어 있는 공간 속에서,
비워진 마음에도 조금씩 내가 스며든다.
이제는, 나 혼자만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