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을 감정, 견뎌내야 할 오늘
이혼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혼 과정에서, 그리고 그 후에 가장 미안한 존재는 바로 부모님이었다.
애지중지 키운 딸을 시집보내고, 보내기 전부터 시댁과의 갈등을 염려하며 늘 가슴을 졸이셨던 부모님.
그 걱정은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엔 시댁에서 걸려온 한밤중의 전화까지,
나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함께 감내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무겁다.
그 모든 혼란 속에서, 내 안엔 작고 따뜻한 존재가 있었다.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침대에만 누워 있던 시간들.
가장 축복받고 싶었던 사람에게 모욕을 당하고, 결국 나는 그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그에게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하나 없는 그 시절의 나는, 그렇게라도 관계를 붙잡고 싶었던 걸까.
어리석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혼의 책임이 그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 역시 현명하지 못했고, 잘못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생명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조차 가볍게 여겼던 그를 나는 끝내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감정을 안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나는 오늘도 견디고,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