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그런 거 있잖아
어떤 계절의 냄새에 온도에
문득 떠오르는 지난 기억
어젯밤 산책 중 서늘한 겨울 냄새에
가슴 한쪽이 쿡쿡 아려왔어
이제는 이름도 잊었건만
그 애틋한 얼굴은
내 한 구석에 남아 있어
어느 겨울 펑펑 내리는 눈 속에서
부끄러워 얼굴도 못 보던 그 수줍음에도
사랑이 아닐 수 없는 그 눈동자는
어떻게든 간직하고 싶어
새빨개진 얼굴로 열심히 고갤 들어
꿋꿋이 담아냈더랬지
그다지 크지 않은 눈에도
밝게 빛나는 연갈색 눈동자에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냈더랬지
어느 밤엔 곤히 잠든 그 얼굴을
한참을 바라본 기억이 있어
고운 이마선을 따라
짙은 눈썹을 타고 내려와
작은 숨결이 닿던 코끝을 지나
깊게 파인 인중의 끝에 맺힌
붉고 얇은 그 입술을 잊지 못해
새근새근 숨 쉬는 아기 같은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날이 밝았더랬지
눈을 감아도 그 얼굴을 볼 수 있게
밤새도록 그리고 또 그리는 나를 보며
아, 첫사랑이구나
아마도 그래서일 거야
이름도 잊은 그 얼굴이 이리도 또렷한 건
그 눈동자 입술에 마음이 시려오는 건
그 겨울이 너무 따뜻했기 때문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