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와 존재, 그 사이
공허함과 우울함을 유독 잘 느끼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가진(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를)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어디에서부터 왔는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
삶은 대부분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아주 오랜 시간 버거움 속을 허우적대는 내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절실했다. 그래야만 질식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은 명확하지 않은 그 실루엣을 조금씩 찾아간다.
'자살'이라는 단어에 우리는 꽤나 조심스럽고 부정적이다. 하지만 나는 그 단어에 과도한 감정을 입히지 않으려 한다. 그저 어떠한 이유에서 내가 나의 죽음을 선택한 것뿐이다. 죽음을 선택한 사람, 혹은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을 나의 잣대로 함부로 재단하고 싶지 않다. (사실 이건 비단 자살에 대한 이야기뿐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자살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하는 마지막 선택이 자살이 아니길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공학도이다. 직관적이기보다는 논리적인 것들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아쉽게도 종교는 내게 설득력이 부족하다.(종교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 누군가에게 종교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 자체로 그 의미는 충분하다 생각한다.) 영혼이 존재할지도, 사후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나는 죽음 이후 원자의 형태가 되어 우주의 일부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그저 존재하는 것 이상의, 에고를 갖고 세상을 인지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우주에서, 그중 지구라는 행성에서, 햇빛을 느끼며 노래에 위로를 얻으며, 사유할 수 있는 고작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길 바란다.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기에,,,
매일 반복되는 시지프스의 형벌과 같은 삶을 살지라도 어제는 길가에 핀 꽃이 예뻐서, 오늘은 비에 젖은 흙내음이 포근해서, 내일은 또 어떤 사소한 온기가 있을지 몰라 나는 살아 본다. 이 작품을 통해, 부조리한 나의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삶의 틈새에 아주 작은 뿌리라도 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