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붙잡는다고 주저앉는다

직장인이 이직할 때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용어로 카운터 오퍼(Counter Offer; 반대 오퍼)라는 생소한 단어가 있습니다. 현 직장에 퇴사를 알렸을 때 회사가 퇴직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더 좋은 조건을 역으로 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연봉 인상, 승진 약속, 특별보너스 지급, 부서 이동, 보직 순환, 교육 기회 제공, 근무조건 개선 등의 카운터 오퍼를 제안하여 퇴사하지 말고 남아달라고 설득합니다. 간혹 끈끈한 인간관계나 의리, 책임감, 윤리성 등에 호소하며 사표를 처리하지 않는 사례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영업비밀 유출 등 법적 책임을 들먹이며 고발하겠다고 겁을 주기도 합니다.


“중견기업에 최종 합격한 A지원자는 연봉 등 처우 조건에 만족하여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으나 카운터 오퍼를 받았습니다. 인사팀에서 퇴사를 만류하면서 연봉을 즉시 인상해 주고 승진도 약속했습니다. 상사와 술자리를 갖고 마음이 흔들린 A후보자는 결국 이직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헤드헌팅 일을 하다 보면 위와 같은 사례들을 종종 경험합니다. 카운터 오퍼를 받고 현 직장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는 지원자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됩니다. 헤드헌팅 경험을 바탕으로 지원자에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언해 주려고 애쓰지만 긴 고민 끝에 사표를 철회하는 지원자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내 몸값을 떨어뜨리는 실수 7가지 중 여섯째는 ‘붙잡는다고 주저앉는다’는 것입니다. 이직은 중대한 일입니다. 이직을 할지 말지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심해야 합니다. 이직하기로 굳게 마음먹었으면 과감하게 실행해야 합니다. 회사가 아무리 붙잡아도 뿌리치고 떠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유능한 직원이 사표를 내면 달콤한 카운터 오퍼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 연봉을 올려주고 특진을 약속하는 등 후한 보상과 처우 조건을 제시하여 마음을 돌리려고 애씁니다. 이럴 때 회사의 카운터 오퍼를 덥석 받아들여 사표를 철회하면 나중에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카운터 오퍼를 받고 회사에 남은 직원 중 75%가 6개월 내에 그만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마치 주홍글씨처럼 배신자의 낙인이 찍히기 때문입니다. 현 직장에서 당장 연봉을 올려주고 승진을 약속했지만, 당초의 이직 사유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경계하는 눈초리에 마음이 불편해서 결국 옮길 수밖에 없게 됩니다.


사실 이직을 몇 번 해본 직장인이라면 카운터 오퍼가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회사의 유혹과 회유에 잘 흔들리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한 회사에서 장기 근속하거나, 이직 경험이 없는 직원은 이제야 내가 인정받았다며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사표를 던진 직원을 붙잡기 위해 카운터 오퍼를 제시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당장 업무에 큰 지장을 주거나, 대체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하거나, 퇴사로 인한 기존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하거나, 부하직원의 이직으로 상사의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두렵거나, 충원된 직원의 업무능력이 오히려 떨어질지도 모르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회사에 없어서는 절대 안 될 핵심 인재나 근무 경력이 짧은 사원일 경우에는 카운터 오퍼를 받아들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속 근무할 수 있습니다. 이를 기회 삼아 탁월한 성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도 있고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력사원 채용의 대다수가 대리과장급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 이직 의사를 보인 만큼 향후 승진에서 배제되거나 중요 프로젝트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또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의심스럽기 때문에 조직 개편과 구조 조정 시 우선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심지어 여러 보상책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나중에는 발뺌을 하여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카운터 오퍼 뒤에 가려진 이해관계나 숨은 의미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카운터 오퍼는 개인을 위한 유인책이 아닙니다. 회사와 조직을 지키기 위한 방편일 뿐입니다. 그래서 카운터 오퍼를 받아들인 직원이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이직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자르라는 얘기를 흔히 합니다. 퇴사와 이직은 인생의 행로를 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일입니다. 신중하게 판단하되 과감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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