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자기만의 탑을 쌓는다. 형태도 모양도 크기도 다 다르다. 다들 열심히 자신만의 탑을 쌓지만 자신의 탑의 형태를 정확히 인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눈을 감고 탑을 쌓는 것처럼. 그런데 신기하게 옆 사람의 탑은 형태가 잘 보이기 마련이다. 내 자신의 것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옆 사람과 나의 탑을 비교한다. 사실 내 탑이 더 크고 멋있을 수도 있는데.. 코앞에 내 자신을 바라보는 법은 참 힘든 법이다.
나도 그 시절 나름 나만의 탑을 쌓아가던 중이었다. 나름의 사업의 꿈이 있고 그 꿈을 향해서 차곡차곡 열심히 쌓아가고 있었는데. 사실 그 탑은 부실공사였다. 나는 그게 부실공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기에 계속 아슬아슬하게 나만의 탑을 쌓아가고 있었다. 누가 톡 건들면 바로 우르르 무너질 것 같은 그 탑을. 그리고 탑을 무너트린 것이 바로 나의 작은 고양이였다.
버스에서 엉엉 울었던 그 순간 내 탑은 완전히 무너졌다. 원래 사고는 갑작스럽게 오는 법. 나도 그렇게 사람이 많은 만원버스 안에서 무너질지 몰랐다. 그런데 눈물을 멈추지 않았고 집에 가서도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가 우는데. 집어와서 고양이는 울음을 멈추고 내 무릎에 올라와 골골송을 불렀다. 난 울고 고양이는 골골 노래는 부르고 참 언밸런스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한참을 울고 다시 정신을 차려야겠다 생각했다. 울 때는 운 거고. 눈물이 미래의 나를 책임져주지 않으니까. 당장의 해결해야 할 일들이 한가득이라 가만히 앉아 울고만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눈물을 닦고 다시 생각에 빠졌다.
먼저 1순위였던 고양이의 병원비
다행히 동물을 좋아하는 부모님이 치료비부터 예방접종까지 병원비는 흔쾌히 내주시겠다고 했고 병원비에 대한 걱정은 예상보다 빠르게 해결되었다. 다행히 회복도 빨리 되었고 고양이도 활력을 되찾았다.
이제 가장 큰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막막했다. 지금까지 해둔 일을 다 접는다? 그것도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기에 다시 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와르르 무너진 내 마음속의 탑의 잔재를 보며 멍 때리며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 시절 나는 고양이와 잠자는 공간을 따로 분리시켜 지냈는데. 병원치료로 고양이가 활력을 되찾자 혼자 자기 싫다며 자꾸 내 침대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른 가족들에게는 안 그러고 오직 나한테만 같이 자자고 계속 울어댔다. 왠지 동물과 같이 잔다..? 그때는 상상을 못 했던 터라 안된다고 고양이를 침대 아래로 내려놨지만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이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 며칠밤을 그렇게 고양이와 씨름하다 결국 내가 져버렸다.
-그래 너 맘대로 해라.
침대 올라오든 말든 그냥 냅 두기로 했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서 고양이와 싸움할 기운도 없었다. 난 그날도 침대에 누워 그냥 멍하니 어떻게 하지.. 생각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고양이가 다가오더니 내 겨드랑이 사이로 쏙 들어가 얼굴을 겨드랑이에 콕 파묻고 자기 시작했다. 2~3개월 아기고양이라 내 겨드랑이 아주 폭 파묻혀있었다. 원래 우리가 한 몸인 것처럼.
고양이의 체온은 사람보다 높다고 한다. 따뜻한 작은 핫팩을 겨드랑이 끼워둔 기분이었다. 그리고 골골송까지 부르면 온열진동마사지기로 겨드랑이를 마사지하는 것 같았다.
어떡하지라는 생각만 하던 머릿속에
따듯하다.골골 진동이 좋다는 생각의 비중이 점점 커졌다.
사람은 현재를 살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하던데.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나를 고양이가 현재에 머물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그때부터 머리가 더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후회와 걱정을 한다고 뭔가 변하는 건 없다는 걸 스스로 알지만 못 빠져나오고 있었는데. 그 순간 난 정신 차리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500g도 안 되는 작은 고양이의 무게가 50kg가 넘는 100배가 넘는 나의 중심을 잡아준 것이다. 작은 무게가 겨드랑이를 지그시 누르고 있는데. 그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지금 보면 책임감의 무게가 더해졌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무게감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나에게 온몸을 맡긴 고양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이 나를 더 깨어있게 만들었다.
비가 온 뒤에는 맑은 해가 뜨기 마련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면? 다시 쌓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