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먹구름

by 목하화

행복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리고 행복이 왔음에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내 옆에 있는 행복도 보지 못하고 앞에 있는 불행만을 쫓아가며 괴로워한다. 돌이켜보면 10년전 고양이를 데려왔을 때가 딱 그러한 상황이었다. 그때 좀 더 빨리 행복이 왔음을 알아차렸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 시절 내 인생은 먹구름이 가득한 상황이었다. 먹구름에 내 시야는 매우 좁아져있었다.


간단히 나의 상황을 말해보자면 호기롭게 사업을 하겠다고 오래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열정 가득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잔인했다. 관련 업종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지만 현실에 직접 내가 대표로 뛰어들었을 때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을 하면 99%는 망하고 1%가 성공한다고 한다. 당연히 난 99%에 포함된 그런 사람이었다. 상상과 현실은 많이 달랐다. 그래도 오랜 기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자금이 꽤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돈을 다 날릴 수는 없었기에 얼마까지만 이라고 정해놓고 내 사업의 마지막을 카운트다운 하고 있었다. 열정 넘쳐서 하루에 3시간씩 자며 일했는데. 마음, 정신은 곧 몸이라고 했던가. 마음이 무너지니 몸도 무너졌다. 멀쩡했던 몸 여기저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몸을 혹사하며 달렸으니 어떻게 되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까? 그날 밤 먹구름처럼 진한 회색 고양이를 안고 집에 들어오는 짧은 몇 분 사이에도 마음속으로 나 스스로에게 수십 번은 질문했다. 그런데 고양이의 꺼질 것 같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걸 보니 질문의 답이 바로 나왔다.



‘어쩌겠는가. 이미 데려왔는데.. 우선 살리고 생각하자’



사실 그때 몸과 마음이 지쳐있어 깊게 생각할 수 도 없었다. 인터넷에 질문 올려서 당장 필요한 사료와 모래를 준비해서 먼저 고양이를 살리는 게 1순위였다.



-아직 어려서 키튼사료를 먹지 못할 수도 있으니 물에 불려서 주세요



댓글을 참고해서 사료와 물을 준비해 주니 다행히 고양이가 맛있게 먹고 물도 가득 마셨다. 갈비뼈가 다 보이던 배가 조금 빵빵해졌다. 몸은 말랐는데 배만 뽈록 나온 게 안쓰러우면서도 너무 귀여웠다.



-아직 어려서 체온유지를 못할 수도 있어요. 따뜻하게 해 주세요

-방석이나 담요로 동굴집처럼 만들어주면 들어가서 잘 거예요

-작은 페트병에 따듯한 물 담아서 수건으로 감싸서 같이 주세요




감사하게도 친절한 댓글이 참으로 많이 달렸다. 수십 개는 달렸던 거 같다.

평소에 내가 쓰던 우리 집에서 제일 푹식한 방석과 극세사 담요를 활용해 작은 동굴을 만들어서 내 침대옆에 놔주었더니 들어가라고 말도 안 했는데. 자신의 것이라는걸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서 그 속으로 쏙 들어가 자리 잡더니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긴장이 풀린 것일까. 아니면 아기라서 그런 걸까. 5초 만에 잠들어버린 것 같았다. 혹시 죽은 건 아니겠지.? 작은 담요 동굴 입구를 기웃기웃거리니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작은 배를 보였다.



그걸 보니 나도 긴장이 탁 풀리면서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평소에 걱정과 스트레스로 불면증이 있었데..그 날은 신기하게 나도 아기고양이처럼 눕자마자 5초 만에 잠들어버렸다.



몇 년 만에 꿀잠을 잔 날


먹구름과 먹구름이 만난 첫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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