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먹구름으로 가득했던 그때

by 목하화




그날은 평소와 같은 애매한 저녁밤이었다. 10월 10일 . 가을도 겨울도 아닌 애매한 날씨가 마치 나와 같다 생각 드는. 계절의 경계 사이에 있는 날씨처럼 나도 애매하게 이 세상에 중간에 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20대 중반 오래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호기롭게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때 그런 용기를 내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나도 나이고 지금의 나도 나인데. 나는 과거의 나의 용기가 부러웠다. 사업을 시작한 지는 1년이 좀 넘게 지난 상황이었다. 모든 쇼핑몰 사업이 그럿듯 99%는 망하고 1%는 성공하는 나는 99%에 들어가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 있던 나의 용기와 추진력은 어디 있을까? 내가 하는 일이 맞는 걸까? 나 자신에 수많은 의문을 품으며 과거의 나만 계속 바라보며 지금의 나를 돌보지 못했다. 그런 날이 하루하루 쉴 틈이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완전한 겨울은 아니지만 날이 쌀쌀했다. 옷을 얇게 입어서 오들오들 떨며 서둘러 집으로 뛰어들어가고 있었다. 해가지고 바람까지 불어서 이제 겨울이 코앞으로 오고 있구나.. 생각 드는 10월의 하루였다. 그런데 순간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아파트 단지의 잔디밭 풀숲을 바라봤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그냥 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시선이 느껴진 걸까. 추워서 집에 얼른 들어가지 생각하는 와중에 내 시선은 잔디밭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반짝이는 눈동자를 만났다.


처음에는 쥐라고 생각했다. 크기가 매우 작았다. 반짝이는 눈동자도 너무 작았다. 그리고 빛나고 있지만 빛이 점점 사라지는 빛이 지고 있었다. 털색도 회색이라 더더욱 나는 쥐라고 생각했다. 그때 동네에 가끔 쥐가 나타난다는 말을 들어서 놀란 나는 도망가야지 하는데 갑자기 그 회색덩어리가 나에게 뛰어왔다. 너무 빨라서 도망갈틈도 없이 얼음이 되었고 그것이 쥐가 아닌 고양이라는 것에 1차적으로 안심이 되었다.

회색고양이는 매우 작았다. 내 두 주먹을 합친정도의 크기였고. 너무 말라서 갈비뼈가 다 보이고 몸에 살이 없어서 머리가 더 커 보여 2등신으로 보일 정도였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그냥 회색고양이 아닌 품종묘 러시안블루였다는 것이다. 동네에 길고양이는 많이 있었는데 이런 품종묘 고양이 그것도 새끼고양이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기 고양이는 나에게 뛰어오더니 내 신발 위에 올라가 앉아버렸다. 얼마나 작은지 내 발 위에 쏙 들어가졌다. 내 운동화 위에서 식빵 굽는 자세로 앉아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은 주민들이 밥과 간식 잘 챙겨주기 때문에 사람을 심하게 경계는 안 하지만 이렇게 다가오는 고양이는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그 시절 나는 고양이에 고짜도 모를 정도로 고양이에게 무지한 시절이었다. 고양이는 그냥 귀여운 동물 이런 생각만 가진 상태였다.


“고양아..! 왜 그래~ 내려와”


너무 작은 고양이라 들어서 내려놓기도 미안해서 난 우선 고양이에게 정중하게 비켜달라 부탁했다. 그런데 고양이는 나를 한번 쓱 올라다보더니 다시 두 눈을 감더니 골골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한 5분은 그 자리에 그렇게 서서 난 얼음모드가 되어었었다. 얼음모드였는데 고양이의 작은 따뜻한 온도와 골골 진동이 내 얼음을 녹이기 시작했던 거 같다. 나와 고양이의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그 순간 나는 고양이의 말을 알아들었다.


‘나를 데려가주세요’

‘살려주세요’


뭐라고 홀린 듯 난 고양이를 두 손 위에 올려 안아줬다. 그러자 얼굴을 부비 되며 내 품에 파고들었다. 안아보니 고양이가 얼마나 작고 말랐는지.. 피부로 느껴졌다. 지금 내가 이 아이들 안 데려가면 죽는다. 라는 생각에 그대로 나는 집에 작은 회색고양이를 들고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우리 집에 구원의 먹구름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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