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이 나에게 찾아온 이유

by 목하화




지금도 이런 질문을 가끔 받는데.


“어떻게 품종묘인 러시안블루를 그것도 아기 고양이를 길에서 주울 수 있어? ”


라는 질문이다. 실제로 이런 내용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생각한다. 나도 그전에는 안 믿었으니까. 그런데 나에게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사건의 전말을 이러했다. 우리 동네는 경기 외각 쪽에 있는 조용한 작은 동네로. 바로 옆에는 낮은 산과 그 산 주변을 따라 긴 산책로가 있는 자연친화적인 느낌의 초록초록빛의 동네다. 동네 사람들도 동물을 워낙 좋아하고 산책로에는 밤낮으로 귀여운 강아지들이 산책을 하고 길고양이들은 산책로 옆에 있는 카페,식당에서 음식을 챙겨주는 사람과 동물이 사이좋게 공생하는 그런 동네다. 그런데 이런 지역이 소문이 나는 걸까? 일부러 반려동물을 버리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 게 문제였다. 추석,설날 이런 연휴가 지나면 유기묘,유기견이 동네에 나타나곤 한다.


내가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동네에 버려진 고양이는 우리 고양이 한 마리가 아니었다. 러시안블루,샴고양이 2가지 종류의 품종묘 고양이만 유기되었다. 내가 길 가다 우연히 본 것만 4~5마리였다. 아마도 고양이카페라던가. 아니면 고양이 브리더의 유기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된다. 확실한 건 이전 주인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전 주인은 고양이들을 전혀 돌보지 않고 방치하다 유기했다는 걸 아이들 상태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몇 마리는 방울 달린 목걸이까지 달려있는 상태로 유기되어 동네 다른 고양이들의 공격을 더 받기도 했다.


유기된 고양이 중 내 품에 안겨들어온 고양이가 제일 상태가 안 좋았다. 그 쌀쌀한 겨울밤 내가 안 데려왔으면 고양이는 그날 밤을 넘 지기 못했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성묘들은 다행히 영양실조까진 아니었는지. 유기되는 순간 빠르게 동네 구석구석으로 도망가 흩어졌다. 이 아기 고양이만 도망갈 힘도 없이 그냥 잔디밭에 멀뚱하니 앉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그 수많은 사람이 그 앞을 지나갔을 텐데.. 나만 고양이에게 눈길을 준 것일까. 아니면 나를 선택한 것일까.. 어떤 거든 우리의 만남은 지금 생각해도 운명적이었다.


문제는 그때 나는 고양이에 대해서 무지했고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도 없었기에 정보를 얻을 곳이 전혀 없었다는 것.. 그래서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서 정보를 얻었다. 사진만 봐도 털부터 앙상하게 마른 고양이상태를 보고 걱정 어린 댓글이 많이 달렸고 도움이 되는 댓글이 많이 달렸었다. 그때 그 댓글 덕분에 아기 고양이는 그날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다. 그 시절 나는 마음의 여유도, 지갑의 여유도 없는 상황이라. 내 발 위에 이 작은 고양이 한 마리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허덕이고 있었기에 같이 유기된 성묘 고양이들에게 츄르,닭고기 하나를 건네주는 작은 호의밖에 베풀지 못했다.


유기범은 이 작고 힘없는 생명들에게 왜 그런 짓을 한 것일까. 다시 생각해도 그 화는 10년째 꺼지지 않고 있다. 그것도 개냥이로 유명한 러시안블루, 샴고양이를 인간의 손에서 성묘 때까지 키우고 유기라니. 목에 방울까지 달고 공포에 가득 찬 눈으로 날 보던 고양이의 눈빛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무섭지만 사람은 그리웠는지 간식을 주니 바로 조심히 다가오던 그 모습도.. 이후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러시안블루,샴 아이들은 구조가 많이 되었다고 소문으로만 소식을 접했다. 그 소문이 제발 사실이길. 다 따뜻 아늑한 공간에서 행복하길 바래본다.


우리 인간은 모든 걸 사랑할 수는 없지만, 사랑하지 않더라도 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써 존중해야 된다 생각한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닌 우리 인간과 같이 다 영혼이 있는 생명체라는 것. 서로의 언어는 다르지만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단순히 인간이 더 강하다고 맘대로 할 존재가 아니란 것이다.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 아닐까.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자는 분명히 언젠가 그 업보를 되돌려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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