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먹구름=비

by 목하화

나는 심각한 울보다. 어릴 적 별명도 당연히 수도꼭지.


작은 일에도 눈물이 줄줄 나왔다. 화나고 슬프면 마치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바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원래 타고난 눈물이 많은 건지. 하품만 해도 남들이 보면 울고 있다 착각할 정도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정도였다. 그래서 부모님은 이런 나를 보며 걱정을 많이 했던 게 기억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로도 눈물은 계속 많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조금은 참을 수 있는 나름의 어른다움이 생겼다는 점.? 특히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성인이 된 이후 가장 눈물을 많이 흘렸던 시기였다.


고양이를 데려온 첫날밤은 평화롭게 잠들었다.

그런데 평화는 잠든 순간에만 있었을 뿐.

눈 뜨니 다니 여러 가지 문제과 걱정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가장 첫 번째는 고양이가 아프다는 것.



배고픔은 당장 달래줘서 기력을 되찾았지만 아기 고양이의 털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듬성듬성 탈모처럼 빠져있고 털도 푸석하고 고양이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딱 봐도 아픈 고양이. 머릿속에 병원비가 많이 나오겠구나..라는 걱정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돈을 먼저 따지는 내 자신이 싫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데려왔는데. 우선 병원에 데려가기로 했다.



두번째 문제가 생겼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어 무지한 나는 반려동물을 밖에 데리고 나갈 때는 이동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고있다. 그렇다 일상에서 본 반려동물이라곤 99%가 하네스를 하고 주인과 즐겁게 산책하던 강아지가 다였기에. 이동장의 존재를 실제로 본 적도 없었다. 당연히 집에 이동장 그 비슷한 것도 있을 리가 없다. 다시 인터넷에 물어보니 급하면 아기가 작으니 종이박스에 담아서 나가지 못하게 숨 쉴 수 있는 부분만 남기고 단단히 막은 다음 데려가도 된다는 댓글에 집에서 가장 깨끗한 택배 상자에 고양이를 담고 집을 나섰다.

고양이는 밖에 나가자마자 계속 울기 시작했다. 다시 자신이 버려지는 게 아닌가 무서웠던 걸까? 작은 숨구멍으로 내 존재를 확인하려는 듯 작은 발을 들이밀었다. 괜찮아~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해주면 잠시 조용해졌다가 다시 크게 울기를 반복했다. 집 근처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은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당장 가지고 있던 돈이 여유가 있지 않아서 택시와 버스를 고민하다 버스를 선택했는데. 그러니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그런데 버스기사님이 동물 데리고 타면 안 된다고 하면 어쩌지..?’

‘이동장 아니라서 뭐라고 하면 어쩌지?’



불안에 떨면서 버스에 올랐다. 종이박스에서 고양이소리가 나는 걸 본 기사님이 잠깐 당황스러워하셨지만 다행히 뭐라고 하진 않았다. 버스에도 사람이 많이 없었다. 정말 다행이다.. 생각하며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조용히 갔으면 좋으련만 고양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버스소리 때문인지 고양이는 더 크게 울기 시작했고 승객 몇 분이 고양이가 너무 우네~ 라고 한마디까지 하셨다.



“다친 아기고양이인데.. 얼른 병원 가야 해요. 5분 있다 내릴 거예요”



라고 변명을 하니 승객은 맘에 안 든 눈치였지만 더 뭐라곤 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더 안절부절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그날은 차도 안 막혀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 나는 그 시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도착한 동물병원. 인생의 첫 동물병원에 들어갔다. 이름이 없어 길고양이로 접수를 하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고양이는 영양실조부터 피부병도 심각하고 귀 속도 엉망인 상태라고 하셨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불안 고민이 가득한 내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셨던 거 같다. 조심스럽게 이 아이 키우실 거냐고 물어보면서 아마 그럼 접종비부터 치료비까지 돈이 꽤 많이 나올 거라고 예상금액은 이 정도인데. 괜찮으시냐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난 그 순간 아무 말도 못 했다.

목구멍이 턱 막힌 느낌이었다.

키울 거예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고민되었다. 난 돈도 별로 못 벌고. 지금 돈도 별로 없고.

갑작스럽게 데려왔지만 내가 이 생명을 지킬 수 있을까?

나 같은 게 감히? 수많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내가 대답을 바로 못하니. 의사 선생님은 급한 간단한 치료만 우선 하자고 하셨고. 난 그제야.


“네”


라는 한마디를 겨우 했다. 치료를 끝내고 다시 고양이를 종이박스에 담았다. 박스에 담는데 고양이 뒤로 깔끔하고 이쁜 이동장이 참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간호사님이 저렴한 것도 있다고 가격대별로 알려주시는데.


-네 주세요.


라고 말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무거운 마음으로 난 종이박스를 들고 다시 버스를 탔다. 이번에는 버스에 사람이 꽉 차있었다. 다행히 한 사람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남아서 앉아서 가는데. 고양이가 다시 울기 시작했고. 그 순간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고양이도 울고 나도 울어버린것이다. 고양이는 소리 내 울고 난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뚝 떨어졌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몇만 원짜리 이동장 하나도 못 사는 내 자신

비싼 치료비에 고민돼서 기본 치료만 한 내 자신

택시비 그거 얼마 한다고 이 만석 버스에 고양이를 또 들고 탄 내 자신

그냥 차라리 사업 같은 거 하지 말고 회사나 열심히 다닐걸.

그럼 다 할 수 있었을 텐데.


나의 과거까지 다 후회되면서 눈물은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흘렀다. 내가 우느라 대답을 안 하자 고양이는 더 크게 계속 울었다. 눈물이 종이박스로 뚝뚝 떨어지면서 박스에 눈물이 가득 적셨다. 그래서였을까. 만석 버스였는데 승객들이 너무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끄럽다고 할 수도 있는데. 버스에서는 고양이 울음소리만 들렸다.



그날의 날씨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에게 그날은 먹구름+먹구름이이 가득 모여서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것 같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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