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기억에 멈춰진
요양원에는 체구가 작고 야리야리하며, 말씀을 참 곱게 하시던 어르신 한 분이 계셨다.
어르신은 늘 빈손으로 바느질하는 시늉을 반복하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젊은 시절 바느질로 자식들을 키우셨다고 했다.
굳은살이 박이고 휘어진 손가락 마디는 그 고된 세월을 짐작하게 했다.
나는 어르신을 뵐 때마다 여쭤보곤 했다.
"어르신, 오늘은 무슨 옷 만드세요?"
"아랫마을 구 씨네 옷 만들어."
"에고, 참 잘 만드셨네요."
"그렇지, 이쁘지? 근데 품이 너무 많이 들어 힘드네."
"나중에 제 옷도 만들어 주세요~"
"그래, 그래. 내가 곱게 만들어 줄게."
어르신과 그런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문득 생각했다.
어르신 생애에서 옷을 만들던 젊은 시절이 가장 소중했던 걸까, 아니면 그 기억이 너무도 강렬했던 걸까.
손에는 바늘도, 천 조각 하나 없었지만, 그 모습은 정말 바느질하는 듯했다.
허공에서 천을 재단하고, 단을 접어 다림질하는 시늉, 보이지 않는 실을 꿰어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몸짓은 마치 마임 전문가처럼 실감 났다. 그토록 몸에 밴 일상이었던 것이다.
분명 고된 노동의 나날이었을 테지만, 어쩌면 그것이 어르신에게는 가장 찬란했던 기억, 삶의 의미가 고스란히 담긴 순간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투박하지만 정성스러운 그 손이 더없이 아름답게 보였다
어쩌면 삶의 가치는 살아가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을 때 증명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르신의 저 굳은살 박인 손이야말로, 그 치열했던 삶의 가치를 오롯이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결론 내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