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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딧불이'를 듣고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by 김성수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나는 반딧불이 가사 중>


가수 황가람 버전의 ‘나는 반딧불이’를 들은 어느 날, 나는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마치 오랫동안 마음 깊숙이 감춰둔 상처가, 노래 한 구절에 고스란히 들켜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엔 반짝이는 꿈을 품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현실이 무게를 더해갈수록 우리는 그 꿈의 크기를 조금씩 조정해 나간다. 어떤 이는 꿈을 이루었고, 또 어떤 이는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나는, 그 어느 쪽도 아닌 채 시간 속을 흘러왔다.


어느덧 중년이 된 나는, 종종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무언가를 이룬 것도 아니고, 남들만큼 성취한 삶도 아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을까? 그런 자책과 회한이 마음속을 짙게 덮고 있을 즈음,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가 그 아픈 곳을 정통으로 찔렀고, 나는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노래는 말한다. 스스로 하늘의 별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작은 벌레였다고. 그러나 괜찮다고, 노래는 다시 속삭인다. 하찮은 벌레일지라도 자기만의 빛을 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우리는 모두 빛나는 별이 되길 꿈꾼다. 그러나 때로는 현실 앞에서, 자신이 별이 아닌 조그마한 벌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그래, 나는 별 볼 일 없는 존재야’라며 자신을 가두거나, ‘작은 빛이지만, 그 빛으로 어둠을 밝힐 수 있으니 얼마나 값진가’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열심히 살아왔다고는 생각했지만, 늘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인생이라 여기며 나 자신을 부정하곤 했다. 하지만 그날, 노래를 들으며 엉엉 울고 나자 마음속 깊은 위로가 밀려왔다. 내 빛이 비록 작을지라도, 누군가에겐 길을 찾는 등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음악이 건네는 위로는 그 어떤 말보다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참고로 이 곡은 원래 ‘중식이 밴드’의 작품이었다. 처음 발표되었을 땐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가수 황가람이 리메이크하면서 새롭게 생명을 얻었다. 노숙까지 하며 가수의 꿈을 놓지 않았던 그의 삶이 노래의 진심과 맞닿아 있었기에, 이 노래는 누군가의 마음을 더욱 깊이 울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그저 작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삶의 여정 속에서 누군가 내 작은 빛을 받아본 적이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빛나는 삶을 살아온 셈이다. 그렇게 조용히 나 자신을 토닥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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