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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호박꽃이어도 괜찮아,

— 못생겨도, 내가 나를 좋아하면 진짜 예쁜 거야.

by 이다연


“얘는 왜 이렇게 못생겼어?
완전 호박꽃이잖아~”


운동장에서 들려온 말에
호야는 고개를 푹 숙였어.
부끄러워서 진짜 호박꽃처럼 얼굴이 노래졌거든.


사실, 호야는 거울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7명의 언니들은 하나같이 너무 예쁜 꽃 같은데...

“어휴… 난 왜 이렇게 생긴 걸까.”


호야는 아이들의 놀림말을 피해
학교 뒷마당 작은 텃밭으로 걸어갔어.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호박꽃 몇 송이만 피어 있는 조용한 곳이었지.

“후우…
왜 나는 그 많고 많은 꽃 중에 호박꽃을 닮았을까?
너무 속상해…”

하고 중얼이자,


“그게 뭐가 어때서?”

라는 따지듯 큰 목소리가 들렸어.

“앗! 누구세요?!”
“여기~ 여기~
너랑 닮았다는 그 꽃이 말한 거야!”

놀란 호야 앞에, 말하는 호박꽃이 활짝 웃고 있었어.
(꽃잎 사이로 눈이랑 입이 있었어. 진짜 귀엽게!)


“넌 나랑 닮았다고 속상하다며?
근데 말이지, 호박꽃이 얼마나 멋진 꽃인지 알아?”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알려줄게! 나는 말이야…”


호박꽃은 손가락도 없는데 마치 팔이라도 있는 듯 꽃잎을 크게 펼치며 자신 있게 외쳤어.

“나는 호박이 되기 전의 시작!
모든 생명의 출발점!
벌들이 제일 좋아하는 꽃!”
“정말요…?”
“그럼!
나는 튤립처럼 예쁘진 않을지 몰라도,
내가 없으면 호박도 없고,
호박죽도 없고,
호박전도 없고,
호박떡도 못 먹어!”


호야는 피식 웃었어.

“호박꽃님… 은근 자랑이 많네요.”
“그치만 진짜야.
넌 너라서 소중한 거야.
세상에 쓸모없는 꽃은 없어.
세상에 못생긴 얼굴도 없고.”


그날 이후, 호야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말했어.

“난 호박이 아니라 호박꽃이야! 호박 요정이 그랬어.
호박꽃은 할 일이 많아.”


학교 장기자랑에서 호야는 ‘호박꽃 미소천사’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섰어.
노란 호박꽃 리본을 머리에 달고, 손엔 직접 만든 호박 꽃다발을 들고 있었지.

호야는 가슴이 콩콩 뛰었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어.

“나는 호박꽃이야 괜찮아~
한 사람만 웃게 해도 괜찮아~
못생겨도, 내가 나를 좋아하면
그게 진짜 예쁜 거야~”


그런데, 어디선가 훗— 킥킥… 푸흐흐…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어.
몇몇 아이들이 수군거리며 말했지.

“와, 진짜 호박꽃처럼 생겼어.”
“아니, 진짜 못생겼다니까?
저 장식은 또 뭐고?”


그 말에 노래가 엇박이 났어.
호야는 목소리가 작아졌고, 눈가가 빨개졌어.

아이들이 웃는 커다란 웃음을 사이로 바람이 살랑 불어왔어.

호야가 들고 있던 꽃다발에서 작은 꽃씨 하나가 허공으로 떠올랐고,
그 순간— 무대 뒤 작은 조명 위에 빛나는 두 요정이 내려왔어.

**

“마렌, 이제 우리가 나설 때예요.
호야가 너무 가엾어.”
“네, 리아 요정님.
호박꽃이 얼마나 멋진지, 모두에게 보여주어요!”


두 요정이 손을 잡자—호야가 선 무대 바닥에서 노란 호박꽃이 강당 위에 가득, 동시에 피어나기 시작했어.


그리고 아이들의 눈앞에서 호야의 머리 위로 작은 꽃빛 날개가 날기 시작했지. 엄청난 나비들이 강당을 가득 메우고 아이들의 머리 위에 날기 시작했어.

그 순간— 호야는 눈을 감고, 다시 노래를 이어갔어.

“못생겨도, 내가 나를 좋아하면 그게 진짜 예쁜 거야~
나는 호박꽃이야 괜찮아~”


아이들은 숨을 멈췄고, 교실 뒤에서 선생님이 조용히 눈을 닦았어요.


**

무대가 끝난 뒤, 아이들은 말했어.

“와… 진짜 예쁘다.”
“호박꽃이 그렇게 멋진 꽃인지 몰랐어.”
“나도 호박꽃 리본 해보고 싶어!”

호야는 부끄럽게 웃으며 속삭였어.

“나도… 이제 나를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하늘 위, 리아요정과 마렌은 살짝 윙크를 했죠.

“우린 항상 꽃을 지켜.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려는 순간,
그 마음이 피어날 수 있게.”


아이들은 박수를 쳤고, 선생님도 눈시울을 붉혔어. 그리고 뒷마당에서, 호박꽃이 호야에게 소곤거렸어.

“봐봐. 내가 뭐랬어.
호박꽃이 괜찮다니까~”




에필로그

그날 이후, 학교 뒷마당의 작은 호박꽃 텃밭에는 늘 까르르, 까르르 웃음이 피어나곤 했어요.
아이들은 더 이상 ‘호박꽃’이라는 말을 놀림이 아닌, 진짜 용기 있는 이름으로 호야를 기억했죠.

호야는 여전히 수줍음을 잘 타지만, 거울 앞에서 미소 지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속삭이듯 말했답니다.

“나는 호박꽃이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그래서 더 예쁜 나만의 꽃.”

그리고 어딘가에서, 꽃을 지키는 두 요정—리아와 마렌은 오늘도 바람을 타고 말하죠.

“누구든 자기 자신을 좋아하려는 순간, 진짜 꽃이 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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