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끝에서

절벽에 핀 꽃

by 이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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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끝이라고 불렀던 그곳은
사실 또 다른 낭떠러지의 입구였다


절망은 나를 무너뜨리지만,
무너져 내린 자리에서 마주한다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잡을 수 없는 것만이 나를 지탱했다


빛도 없고, 길도 없는 그곳에서

끝이란,

닿는 지점이 아니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자리


스스로를 꺼내야 한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이 자리,

절망의 끝에서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내 이름을
다시 꺼내었다
그것이 유일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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