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 새로운 시작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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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3월 10일, 경기도 동두천은 축제 분위기로 물들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새로 준공된 다리를 구경하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날은 마을 역사에 길이 남을 특별한 날이었다. 밴드부까지 동원된 기념행사는 사람들에게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대한뉴스 제460호-아리랑 다리-
“1964년 3월 10일, 경기도 동두천에서는 다리 준공식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와 구경하는 가운데, 동네 노인들이 다리를 놓아준 미군 군인들과 함께 처음으로 다리를 건넜습니다.”
화면 속, 마을 사람들은 다리 위를 걸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양쪽에 교각을 세우고 밧줄로 난간을 만든 간이 현수교는 하찮아 보일 수도 있었지만, 주민들에게는 큰 축복이었다.
아침 햇살 아래, 여덟 살 남자아이 경수가 흥분한 얼굴로 어딘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경수는 흥얼거리며 리듬에 맞춰 발을 내디뎠다. 발걸음 소리와 함께 머릿속에서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나 점점 빨라지며 경수의 발걸음에 맞춰갔다.
호흡이 절정에 다다를 즈음, 마을의 전경이 경수의 시선에 따라 펼쳐졌다. 기지촌의 낮은 집들과 대로를 따라 늘어선 상점들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경수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좌우를 둘러보며 달렸다. 그의 시선에 따라 풍경이 바쁘게 지나갔다.
속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경수는 마을 모퉁이를 돌아 대로에 들어섰다. 밴드부의 음악 소리와 북소리 같은 드럼 소리는 템포와 크기를 점점 키우며 아리랑 다리 입구에 다다랐고, 드디어 최고조에 이르렀다. 경수의 눈앞에 펼쳐진 다리 준공식 행사와 함께 음악은 멈추었다.
"우와~~"
경수는 감탄하며 다리를 바라보았다. 숨을 고르고 웅장하게 펼쳐진 다리 입구에 서서 시작 지점부터 끝까지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환하게 빛났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다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의미했다. 경수는 마음속 깊이 그 순간을 새기며 다리 위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햇살이 다리 위로 쏟아지며, 그의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주변의 환호와 축제의 소음 속에서도 경수의 마음은 고요하게 미래를 꿈꾸었다.
군악대의 위풍당당한 행진곡이 막을 내리자, 경수의 시선은 군악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더 이상의 연주는 없었다.
"O팔, 연주나 더 하지, "
경수는 아쉬운 듯 중얼거리며 침을 툭 뱉었다.
그때, 멀리서 말을 타고 오는 철이의 모습이 보였다. 얼룩덜룩한 피부와 두툼한 입술, 제멋대로 엉킨 수수빗자루 같은 곱슬머리를 가진 철이는 그의 독특한 외모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말을 타고 있었다.
"가관이다, "
등장부터 우스운 철이를 보며 경수가 비웃었다. 경수의 어머니가 뒤따라오며 숨을 고르다가 멈춰 섰다.
"경수야, 야야,
와 이리 빠르노. 같이 가자, "
그녀는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 가도 된다니까요, "
경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하며 앞서갔다.
"니가 에미가 없나 애비가 없나.
와 자꾸 혼자 갈라카노.
앞에 손수건은 또 우얐노?"
경수 어머니가 지나가는 아이들을 가리켰다. 아이들은 엄마 손을 잡고 가슴 위에 손수건과 명찰을 달고 있었다.
"봐라, 쟈들도 앞에 찼다. 아이가.
어여 차라. 명찰 표."
"싫다니까요.
에이 참. 안 차요, "
경수는 더욱 짜증을 내며 말했다. 경수는 코를 찔찔 흘리는 아이들을 흘겨보며 말했다.
"쟤들은 코 찔찔이 애들이니까
코나 풀려고 달고 다니지만 난 아니라구요."
철이가 말을 타고 다가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경수 어머니는 철이를 보며 반갑게 말했다.
"철이 아이가? 혼자 가나?
우짤꼬.
니는 그거 타고 학교 입학식에 갈끼가?
야들이 대체 왜 이카노.
철아, 니는 또 명찰 우쨌노?"
철이는 손에 쥐고 있던 명찰을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요."
"니도 그거 안 찰끼가?"
경수 어머니가 물었다.
"예에, 힛, "
철이도 웃으며 대답했다.
"느그들이 그걸 차야
입학식 때 슨생님들이
누군지 알아볼 거 아이가.
그카지 말구 어여 차라.
그라고 철아,
그 말은 학교 델꼬 가서
대체 우얄라고 그카노."
"같이 공부하게요, "
철이가 웃으며 말했다. 경수의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참말로 걱정된다.
이를 우얄꼬. 야야,
경수야. 같이 가자 안카나!"
교장 선생님의 열정적인 연설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교향곡처럼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교단 아래에는 줄을 맞춰 선 아이들이 있었고, 그들의 앞에는 아이들을 가르칠 열망과 책임감으로 가득한 남녀 선생님들이 비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열의를 담아 단상 위에서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