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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D.D.C. 19화

D.D.C. 시작

EP.19 경수와 철이의 입학식

by 이다연


오늘은 다리 준공식과

초등학교 입학식이 겹친 날이다.

다리 준공식에서는 한국인 인사들이 차례로 연설문을 낭독했는데, 얼굴만 바뀐 듯한 그들의 모습이 조금은 우스꽝스러웠다.


이어서 영어로 진행된 미군 장교들의 연설은 군중들에게는 그저 웅얼거림처럼 들렸다.


아이들의 줄 뒤에는 기대 가득한 어머니들의 얼굴이 보였다. 어머니들은 자식들이 입학식을 무사히 치르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띠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설렘과 자부심이 가득했다. 입학식과 다리 준공식이라는 두 행사가 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큰 축제처럼 느껴졌다.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아이들은 점점 긴장되었고, 그 모습을 보는 어머니들은 더 환하게 웃었다. 이는 모두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교장 선생님의 연설은 길고 지루했다.

경수는 졸음을 참으며 여기저기 한눈을 팔다가 옆의 상현을 보았다. 상현은 코를 파더니 갑자기 휙 던졌는데, 하필 앞에 있던 아이의 뒤통수에 정확히 맞았다.


상현은 자신도 놀라 킥킥 웃음을 참지 못했고, 그 옆의 미현이 눈에 들어왔다.


양 갈래로 곱게 땋은 머리에 빨간 체크 주름치마가 단정하게 어울린 미현은 연설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장난기 가득한 상현은 슬쩍 손을 움직여 미현의 치마에 장난을 쳤고, 아무것도 모르는 미현은 여전히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교장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경수는 그 상황이 우스워서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의 시선은 곧 재현으로 옮겨갔다. 재현은 연신 코를 훌쩍이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었고, 그 앞으로는 헝클어진 머리칼의 철이가 서 있었다.


철이 옆에는 주근깨 가득한 순이가 있었는데, 포대기에 동생을 업고 아이를 달래느라 바빴다.


길고 긴 연설이 끝나자 드디어 담임선생님이 소개되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따뜻한 미소를 가진 여자 선생님이었다. 경수는 작은 감탄을 내뱉었다.

“이쁘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러분과 1년 동안 함께 공부하게 될
이정희예요.
우리 열심히 공부도 하고,
또 열심히 놀기도 해요.”

햇살처럼 밝은 미소에 아이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네에~!”

아이들의 목소리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철이의 눈은 교실 창밖에 묶여 있는 말, 똘이에게 가 있었다. 철이는 창문 너머를 몇 번이나 바라보며 아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경수는 그런 철이의 마음을 눈치채고 속삭였다.

“걱정 마.
똘이도 잘 있을 거야.”

철이는 그제야 조금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교실 안은 밝고 화사했다.

새로 받은 책상과 의자가 반짝였고,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아이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다.

이정희 선생님은 교실을 소개하며 말했다.

“이제 우리 함께
멋진 추억을 만들어가요.”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경수는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웃음을 주고받으며 자리 잡았다.

철이의 눈은 여전히 똘이를 향했지만, 교실 안에는 기대와 설렘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그날의 첫걸음은 이렇게 밝고 희망차게 시작되었다.

앞으로 이 교실에서 쌓여갈 이야기들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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