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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고 싶은 밤

불면증

by 이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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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을 닮아
손에 베일 듯 얇은 달을
커피잔에 담는다.


달빛이
유리처럼 맑게 식었다.


너도 나처럼
갈 곳 없고
쉴 틈이 없고
생각이 많을까.


사소한 소리들이 깊어진다.
늦은 버스의 공회전,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누군가 떨어뜨린 열쇠의 금속음이
밤의 신경을 긁는다.


불을 켜지 않아도 되는 만큼만,
그러나 어둠 속에 묻히지 않을 만큼만
빛을 허락한다.


익지도 못한 하루의 잔열이
아파트 창턱에 남아
애매한 공기 속을 떠다닌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시선

금속달에

베일까
아슬아슬한 눈의 길을 걷는다.


시선이 닿으면

베이고 피가 날까


괜찮아,
괜찮아—
속삭여보지만


나보다 먼저 지친 달빛이
커피잔 속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달빛을 마신다.

잔에 카페인이 아닌
알코올을 부었어야 했을까.


서서히

밤의 늪으로 내려앉는다.

허기진 바람이 울고,
멀리서
새벽이 흔들린다


잠들지 못한 사람이
나만이 아닌가 보다


그래
누구라도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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