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度 八月 二十四日 晴 朝食對于客舍東軒 丁 令公 卽移對于侵碧亭 右水伯 點心同對 丁助防亦共之 申時 發船 促櫓 到露梁後洋 下矴 三更 乘月行船 到泗川毛思郞浦 東方 已曙 曉霧 四塞 咫尺不辨
1592년 8월 24일
오늘은 맑은 날이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하늘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푸르고 고요했다.
아침은 객사의 동쪽 사랑채에서 들었다.
식사를 마친 뒤, 정령공(정걸)과 함께 침벽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벗처럼, 잠시 전우처럼, 침묵 속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점심 무렵이 되자 우수사 이억기가 도착했다.
그와 마주 앉아 조촐한 음식을 나누었다.
정 조방장(정걸)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신시 무렵, 해가 서쪽으로 기운 뒤
나는 병사들과 함께 배를 띄웠다.
바다는 조용했지만, 우리 가슴은 노처럼 무거웠다.
노를 힘껏 저어, 노량의 바다를 건너
뒤편 먼바다에 닻을 내렸다.
밤이 깊어 삼경(자정 무렵)이 되었을 무렵,
달빛이 바다를 얇게 덮었다.
적막한 물결 위로, 달빛은 마치 숨을 죽인 듯 흐르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결코 고요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었다.
달은 말없이 길을 비추고,
그 아래 우리 배는 조용히 사천으로 향했다.
그렇게 이윽고
모사랑포(사천 용견 주문리)에 닿았을 때,
동쪽 하늘은 이미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새벽,
사방은 짙은 안개로 가득했고,
눈앞 한 치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그 안개는 어쩌면,
그날 내 마음과도 닮아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싸움은 언제든 다시 시작될 것이었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할 이 길은
내가 걸어야 할 유일한 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리고 나의 병사들은 오늘도
빛보다 먼저, 바다 위를 건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