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싶을 때는 빠른 손절이 답이다
난 치킨 아보카도 샌드위치!
신이 난 채로 메뉴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따스한 햇살과 아메리카노 그리고 따뜻한 빵의 향기를 맡으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브런치 데이트는 나에게 늘 로망이자 사랑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오랜만에 하는 브런치 나들이에 잔뜩 신나 있었다. 그런데 남자친구라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나의 기쁨을 단번에 산산조각 내어버렸다.
남자: “그거 말고 연어 에그베네딕트 하나 시키고 샐러드 시키자. 나 얼마 전에도 치킨아보카도 샌드위치 먹어서 지겹거든.”
처음에는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진심으로 시키지 말자는 것이었다. 기분 좋은 주일 오전부터 메뉴 하나 가지고 그와 나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무려 6살 연상의 남자와 메뉴 주문 갈등이 벌어지다니 믿기지 않았다. 결국 내가 치킨 아보카도 샌드위치 반쪽을 포장해 가는 것으로 타협하고 논쟁은 마무리되었다.
그 사람이 고집을 부려 주문한 연어 에그베네딕트는 비리고 맛이 없었다. 그의 시선이 내 샌드위치로 슬며시 향했다. 어쩔 수 없이 인사치레로 남은 반쪽을 먹으라고 이야기했다. 아니라고 대답하더니 순간 그의 시선이 슬며시 내 샌드위치로 향했다. 동공이 잠깐 흔들리더니 내 앞에 놓인 남은 샌드위치 반쪽을 한 손으로 잽싸게 집어 들어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치킨 아보카도 샌드위치는 질려서 죽어도 싫다는 사람이 잘만 먹는다.
누나, 내가 같이 가줄게
수화기 너머로 사촌 동생이 내게 한 말이다. 그날 먹었던 치킨 아보카도 샌드위치가 자꾸 생각이 나서 또 먹으러 가고 싶은데 소위 ‘남자친구’께서는 죽어도 같이 안 가준단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름 신중하게 고민해서 교제하기로 한 거였고 그 사람도 그렇게 간절하게 사귀자고 해서 만나게 된 건데 말도 안 되는 샌드위치 논쟁으로 기분이 상하다니 기가 찼다. 사촌 동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나 그 사람 아닌 것 같아. 여자친구가 먹고 싶은 거 같이 먹으러 가주는 게 무슨 어려운 일이라고. 백번이라도 같이 먹으러 가겠다. 그놈은 대체 뭐 하는 놈이지?’
참 맞는 말이다. 이 지긋지긋한 연애고민이란 굴레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인연은 하늘이 내리는 것일까 내가 만들어가는 것일까. 쳇바퀴 도는 고민의 수렁에 또 빠져버렸다.
같은 여성이라도 20대와 30대의 시계는 완벽하게 다르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가임기가 정해져 있다. 불공평하게도 여성의 시계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가속도로 빨라진다. 특히 30대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빨라지다가 30대 중반에는 속도가 더 붙고 뒤로 갈수록 더 빨라진다. 제한된 시간에 게임(결혼과 임신)을 끝내야 한다. 너무 늦어버리면 2세를 영원히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연애 있어서 만큼은 아니다 싶을 때 신속하고 냉정하게 인연을 끊어내야 한다. 질질 끌었다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지 않으면 괜찮은 남자는 여우 같은 여자들이 다 채간다.
헤어지자니 불안하고 계속해서 만나자니 마음이 시끄럽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