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
노총각 노처녀들의 마지막 상담소

결혼 5개월 전

by 자몽까는언니

가톨릭 신자인 내가 서른이 넘으면서 샤머니즘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마음이 무척 힘들었을 때 지인이 점집을 소개해줬는데 별생각 없이 방문했었던 그곳에서 나에 대해 잘 맞추는 게 너무 신기했다. 생각보다 마음이 치유가 많이 되었고 이후로 가끔 애용하게 되었다.


전화기가 울렸다. 2달 전에 예약한 전화사주, 아니 전화신점이다. 근래에 남자친구도 생겼겠다 수술 부위도 많이 좋아져서 기분이 나아진 터였다. 예약을 취소할까 생각도 했지만 2개월을 기다린 것이 아까워서 이번에는 재미로 보자 싶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나: 여보세요?

신점: 저기.. 그.... 혹시 결혼을 하셨나요? 결혼을 하는 게 보이는데요?


이게 이분 스타일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본인이 보이는 것부터 말씀하신다. 2년 전에도 그랬다. 당시에도 전화통화에서 가장 처음으로 예언했던 일이 정말로 그 해에 일어났었다.


나: 제가 결혼을 하기는 하나요?

신점: 네 올해 결혼합니다.

나: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긴 한데 혹시 이 사람인가요?

신점: 그 사람 아닙니다. 더 좋은 사람 나타납니다. 올해는 결혼할 만한 굵직한 남자가 계속 나타납니다.


서른 이후로 일 년에 한두 번 점을 보긴 했지만 ‘올해 결혼 한다’는 말은 서른아홉이 되어서 처음 들어보았다. 나도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인가 싶어 감개무량하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물론 점이라는 게 믿거나 말거나지만 어쨌거나 간절했던 소원을 이루게 된다는 말을 듣게 되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게다가 작년에 그분이 예측했던 일이 진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믿음이 갔다.

대신 불과 얼마 전에 잘 만나보자고 약속 한 그 남자가 나의 짝이 아니라고 하니 내심 조금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점쟁이 말을 듣고 그 사람을 정리하는 건 좀 이상하잖아? 신경 쓰지 말고 이 사람이랑 잘 만나봐야겠다. 점은 점일 뿐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간다!’

keyword
이전 08화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도도함이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