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도도함이 생명이다

결혼 5개월 전

by 자몽까는언니
여자는 아무리 신중해도 잃을 게 없다

대답이 늦어질수록 마음이 식을 것 같다던 협박성 멘트가 무색하게 그 사람의 본격적인 구애가 시작됐다. 예전보다 나에게 더욱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결혼 정보회사에 가입했다면 이 사람 정도의 조건은 내게 소개도 안 들어왔다. 그 정도로 조건이 좋은 사람이 내게 적극적으로 하다니 신기했다. 그 사람의 노력에 나는 감동을 받아 결국 만난 지 한 달이 되는 날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여자는 아무리 신중해도 잃을 게 없다. 조급한 건 상대방일 뿐이다. 결혼이 급한 여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연애의 주도권을 남성에게 넘겨준다는 것이다. 남자가 원하는 데로 무조건 맞춰주기만 한다면 연애의 주도권을 남성에게 넘기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 연애에서 여성이 사랑받기 어렵다.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나만의 가치관을 명확하게 가지고 그것을 상대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내 마음이 무얼 원하는가에 오로지 귀 기울이고 내 마음이 동하는 곳으로 발길을 향해야 후회가 없다. 내가 나를 존중해 줘야 상대도 나를 존중해 주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나의 감을 무시하지 말자. 생각보다 나의 촉은 정확하다.


나이 차이 많은데 계산적인 남자는 버려라
고민하는 에너지조차 아깝다

사귀기로 한지 얼마 안 되어서 그 사람은 나에게 혼인 증명서와 졸업증명서 등 각자의 신상에 관련된 서류를 떼서 함께 공유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때에 이 사람이 그만큼 자신 있고 진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흉흉하기도 하고 우리가 어플에서 만난 만큼 주선자가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사람과 알고 지낼수록 왠지 모르게 내 마음에 부담이 가기 시작했다.


남자: 나는 강남에 내 명의로 된 아파트가 있어. 회사 다니면서 10년 동안 대출을 갚아서 이제 남은 대출은 거의 없어. 나와 결혼할 여자가 나보다 연봉이 높으면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그게 나의 오랜 꿈이야. 만약 여자분이 나랑 연봉이 비슷하다면 맞벌이를 해도 좋지만, 나보다 연봉이 낮으면 일을 그만두고 주부를 했으면 좋겠어. 아무래도 애는 엄마가 키우는 게 맞는 것 같아서.


나는 만으로 서른여덟, 그는 마흔 넷이다. 둘 다 나이가 있는 채로 만나서 그런지 만난 지 1달 되었는데 벌써부터 현실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니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그만큼 나를 결혼상대로 바라보는 그의 태도가 진지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반면에 요즘 연애는 이렇게 실리를 철저하게 따지나 싶어 삭막함을 느꼈다. 그가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온 것은 인정해주고 싶었지만 나보다 6살이나 많은데 손익을 지나치게 계산하는 모습이 불편했다.


남자: 우리가 맞벌이를 한다고 가정하고 결혼한다면 네가 N억, 만약 네가 주부를 한다고 가정하고 결혼한다면 N억을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나: 내 경제적인 상황을 오픈하면 실망할 것 같은데. 난 그렇게 많이 모으지는 못했거든.

남자: 어. 왠지 그럴 것 같아. 그래서 불안하긴 한데 지금은 네 경제적 상황에 대해 안 물어볼게. 내 입장에서는 백만 년 만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서 일단은 지금은 현실적인 생각은 다 잊어버리고 일단 연애하는 감정을 느끼면서 현재를 즐기고 싶어. 여하튼 내 생각은 이라니까 한 달 뒤에 이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눠보자.

나:...


이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골치가 아팠다. 나의 조건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이 기대한 것만큼의 현금 자산이 없었다. 속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민망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 사람은 일단은 지금이 너무 좋으니 연애를 하면서 생각해 보자고 괜찮다고 말했다. 내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졌다.


고민될 때에는 결혼한 언니에게 상담해라
세상에 완벽한 남자는 없어

친한 언니가 내게 말했다.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언니에게 조언을 들으니, 그 남자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조금 가라앉고 다시 잘 만나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는 안정적인 직장을 꾸준히 다니면서 강남에 집을 마련한 거 보면 그 남자가 매우 성실한 사람인 것 같으니 잘 만나보라고 말해주었다. 요즘세상에 조건을 안 따지는 남자가 어디 있냐며 먹고사는 게 힘들어서 예전과 다르게 남성들도 여성의 현실적인 조건을 많이 본다며 언니는 나를 다독여줬다. 그 남자가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으니 네가 잘 받아주라고 나중에는 이 정도 되는 남자도 못 만난다고 덧붙여 말해주었다.

나도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데 왜 나만 받아줘야 하는 것 인지 물어보니 결혼 전까지는 일단 여자는 그렇게 해야 된다고 했다. 그래도 이 남자가 진지하니까 초반부터 조건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해주었다. 언니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게 느껴지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가라앉았다. 일단은 서로 알아가는 단계이니 일단은 조금 더 만나보라고 언니는 덧붙이며 조언해 주었다.


같은 노처녀에게 상담해 봤자
노처녀 되는 길만 알려준다

연애 상담은 무조건 결혼 한 언니에게 해야 한다. 이왕이면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언니가 가장 좋다. 결혼 한 언니들은 옳고 그름의 기준이 명확하다. 나의 경험 상 결혼한 언니들의 연애조언을 들어보면 상대 이성에게 일단 관대하게 시간을 주며 신중하게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을 갖도록 조언해 준다. 그다음에도 아니다 싶을 때에 가차 없게 끊을 것을 권한다. 즉 내가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같은 노처녀에게 상담해 봤자 섣부른 타이밍에 물귀신 작전에 말려 허튼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나의 경험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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