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네가 처음 아빠라고 불러준 날

by 도리

"모자랄 것 같은데... 라면 뺄까...?"


퇴근 후 마트 안. 설렘 가득한 웃음 속에

축 처진 어깨로 계속 한 코너에서 연신 가격표를 바라보며

힘없이 계산을 하는 한 부부가 있었어.


"기저귀는 사야 되는데..."

"한 개만 사자..."


한 개만 사자는 나의 말에 카트에 넣어놓았던 기저귀 한 묶음을 제자리에

올려놓는 엄마의 손이 떨리고 있었고 눈은 충혈된 채로 톡 치면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을 머금고 있었지.


"그럼 이거 샘플 주는 거 사자. 5개 더 주네! 조으다!"


어떻게 발견한 건지 카트 안에 있던 기저귀를 5개 샘플로 주는 기저귀와 바꿔 담으며

신나 하는 네 엄마 모습이 왜 그리 짠하던지 울컥하는 마음에 목이 메이더라.


"미안해"


미안하다는 한마디에 엄마는 애써 웃으며 걸음을 떼었어.


"뭐가 미안해! 괜찮아. 우린 잘될 거니까!"


자리를 뜨는 엄마뒤를 따라가며 고개를 돌렸을 때

연인끼리, 가족끼리 카트 안에 다양한 물품을 꽉꽉 채운 채로

뭐가 그리 좋은지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어.


'나도... 언젠가 저렇게 사고 싶은 거 꽉 채우면서 쇼핑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장 보러 가자는 말이 무색하게 집에 돌아와서 짐을 풀었을 때

기저귀하나, 분유 두통, 콩나물 한 봉지 그리고 소주 한 병 담배 한 갑


"술 하고 담배 좀 끊어"


그럴 리 없었는데... 네 엄마가 아빠한테 그런 뜻으로 애기할리가 없었는데

아빠의 초라함과 무능력함이 그 한마디를 공격으로 받아들였어.


"왜? 애 분유도 못 사는 놈이라 술담배도 하면 안 되냐?"

"무슨 말을 그렇게..."

"됐어! 싸우지 말자"


담배를 줏어들고는 현관문을 일부러 크게 쾅 닫고 나왔어.

인적이 드문 구석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곤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뿜었지.


'하아... 싸움은 내가 걸어놓고 싸우지 말자는 게 말이야 막걸리야...'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담배를 피고는 무거운 걸음으로 다시 집에 들어갔지

괜히 미안해서 문을 살짝 열고 고개만 먼저 들이민 나를 보더니 엄마는 신나는 표정으로


"도리야! 이것 봐"


안고 있던 아기를 다시 눕히며 나에게 말했어


"'봐봐~ 아빠! 에이 방금 했잖아~ 다시 한번 해보자 아! 빠!"

"아프.. 아브.. 압하"


아빠.. 하필 그날.. 내가 제일 초라했던 그날

너는 나 같은 놈도 아빠라고 그렇게 불러줬어.

아빠 눈물 본 적 있니?

그때 네 앞에서는 처음으로 눈물이 흐르더라

고맙고 미안함에 너를 안으려고 성큼 다가서는데


'놉! 담배냄새! 가서 씻고 와서 안아줘'


후다닥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기를 세게 틀었어.

그리곤..

바닥에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에 내 울음소리를 숨기며

네가 배고프다고 울 때처럼 정말 엉엉 울었단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선 씻고 나온 나에게 너는

함박웃음을 지어줬어.


'그래... 평생 그렇게 웃게 해 줄게'


아빠는 다짐했어. 이 지옥에서 벗어나야겠다.

두고 봐라 내가 언제까지 이러고 있나.

그렇게 웃는 널 앞에 두고 맹세했단다.


"뭘 그렇게 생각해?"

"아니 그냥... 야! 조금만 더 힘내 내가 열심히 살아볼게"


내 말에 엄마는 너에게 장난감을 흔들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어


"당연한걸 뭘 그래? 어차피 우린 잘될 건데"


아빠는 그렇게 아빠가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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