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 친구들이랑 놀면 안돼? 학교 다닐 때부터 아주 오래된 친군데~"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내가 왜 화가나고 서운한지 조차 이해못하겟다는 목소리로 묻는 엄마의 말에 음식을 급하게 마시다가 가슴에 딱 얹힌것처럼 답답한게 아주 죽을맛이더라고
"아니 놀지말라는게 아니고으아아악!"
전화하랴 냄비들고 방으로 들어가랴 정신이없어 미쳐 신경 못쓴 문지방에 발끝이 걸렸고 살아야된다는 일념하에 냄비를 너무나도 멋잇게 방안으로
집어던진거지..
"왜! 왜! 무슨일이야? 도리야?"
아빠의 비명소리에 엄마는 놀래서 소리쳤고 아빠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어.
"하아.. 아니야.. 라면이 많이 피곤했나봐.. 이불까지 덮고 주무시네..."
엄마는 그런 사람 이었단다. 친구 좋아하고 술자리 좋아하는. 사람만나는게, 사람과 함께 부대끼며 웃고 우는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런사람.
하지만 말야. 아빠는 항상 그게 불만이었어. 둘만의 시간에 둘만의 공간에 누군가가 개입하고 내가 아닌 다른사람에게 신경쓰고 집중하는게 무척 싫었던것 같아.
나중일이지만 그런이유로 아빠는 엄마의 친구들을 하나 둘씩 떼어놓기 시작했고 결국 엄마를
지독한 외로움의 끝으로 밀어 넣게되. 이이기는 나중에 다시 해볼까?
엄마는 누나란 말을 좋아했어. 남녀공학을 나온 탓에 아는 오빠나 이성친구들은 많은데 동생은 없다나?
"누나 해봐 눈나! 눈누난나 누나~"
누나. 별로 어렵지도 않은 단어인데 왜 그렇게 입이 안떨어지던지. 아마도 자존심이 아니었을까 싶어. 내가 누나라고 해버리면 뭔가 벽이 생기고 정말 나를 남자가 아닌 동생으로 볼까 두려워 차마 떨어지지 않았던 거겠지. 지금은 왜 누나라고 안하냐고?
그야... 익숙해져 버려서?
"도리야 아는 오빠가 바다보러 가자는데 가도돼?"
하루는 통화중에 엄마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봤어. 아빠가 다른남자들이랑 노는걸 안좋아하는걸 아니까 엄마도 조심스러웟던거야.
그래도 엄마는 거짓말을 한다거나 숨기진 않았어. 엄마의 그런 솔직한면이 아빠가 엄마를 더욱 신뢰하고 사랑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
"몇명이 가는데? 남자들만 있는건 아니지? 갔다와~"
오전 10시 20분. 너무나도 멋지게 강의 시간표를 짠덕에 9시에 시작한 강의가 10시에 끝나고, 다음강의가 2시에 배치된 시간표 운이없는 아빠와 친구들은 아빠 자취방에 모여 화투를 치고있엇어.
몇번의 패배에 좀처럼 이길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짜증이난 상태에서 온 엄마의전화를 핑계삼아 살짝 뒤로빠지며 담배곽을 집어들으려는 그순간. 한 친구가 아빠의 팔을 탁 잡으며 영화 타짜의 아귀처럼 낮게깔린 목소리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담배건들지마! 손목아지 날라가붕게"
그때 또 다른친구가 정마담을 따라하는거지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겟어?"
"허허허.. 화투치다 담배 피면 후두암걸리는거 안배웟냐?"
가끔은 정말 바보같은, 별거아닌 행동에도 재밋고 즐거워 웃을수 있었던 그때가 그립기도 해. 정작 그때는 별거아니고 항상 누릴수 잇을꺼라 생각했떤
정말 사소한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소중해지고 아련해지고 그리워지더라고.
"하아.. 지랄들한다.. 있어봐 라면사오게"
담배곽을 다시 뺏어 들고는 집을 나섰어. 아직 정오도 안됐는데 햇살이 따가운게 벌써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들더라구.
아직은 선선한 바람을 만끽하며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에서 햇빛을 피하며 담배에 불을 붙혔지.
'준비는 잘하고 있을까?'
그러고보니 언제 간다고 했는지 어딜간다고 했는지 기억이 잘안나는거야. 묻긴했엇나? 애기하긴 했었나? 싶어 문자메시지를 보낼까하다가 그냥 통화버튼을 눌러버렸어.
"도리야~"
"준비는 잘하고있어?"
"웅!"
놀러갈 생각에 신이 났는지 원래도 밝은 목소리였는데 그날따라 더 목소리가 들떠 보였어. 주머니를 뒤져 담배곽을꺼낸 뒤 한쪽어깨와 귀를 밀착시켜 핸드폰을 고정하고 입에 담배를 문체 양손으로 담배곽을 열어봤어.
'담배 사야겟네...'
몇개 안남은 담배에 인상이 써진건지 입에문 담배에서 피어난 연기가 눈을 찌른건지 살짝 인상이 쓰여지더라.
"간만에 다같이 여행간다고 아주 신낫네~ 어디로 간다고 했지? 몇명이나 가는거야?"
"몰라? 어딘지는 말안해줫고 바다보러간다고했어. 오빠랑 둘이 가는데?"
그런거 느껴본적 있니? 그냥 뭐라고 설명할 수 없이 그냥 머릿속에 아무생각도 안들고 무슨애길 해야하는지 조차, 어떤 반응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내가 뭘해야할지, 마치 전기공급이 갑자기 중지된 전자제품처럼 그냥 그대로 굳어지는...
그때 아빠가 그랬던것 같아. 재를털기위해 담배를 손으로 잡으려고 했는데 담배 끝 불똥을 잡았지뭐야?
"아뜨뜨뜨!!"
"응? 도리야왜? 라면이가 또 피곤하데?"
화가 낫던것같아. 이여자는 정말 나를 남자친구로 생각하긴 하나? 그냥 그오빠처럼, 주변의 다른 이성 친구들처럼 나역시 아무것도 아닌 그냥 지인중 한명일 뿐인건 아닐까.
"야! 그게 말이되? 둘이 어딜간다고? 미쳤어?"
"응? 왜화내? 니가 가라며?"
"니가 둘이간다고 한적은 없었지... 남자친구 있는 사람이 다른남자랑 여행을 간다는데 이해할 사람이 있겟어?"
"응? 왜지? 일박이일도 아니고 당일 치기로 가는건데?"
화가 난다기보다 정말 답답했어. 차라리 알고 그러면 화내고 싸우면 되는데. 엄마랑 대화에서 느낀건
아.. 정말 뭐가 잘못된건지. 뭐가 문젠지 전혀 모른다 였어. 어떻게보면 순진한거고 어떻게보면 그래 멍청했던거일 수도 있지.
"미진아... 남자는 다 늑대야... 말로는 그래놓고 무슨짓을 할지 모른다니까?"
"그럼 도리도 늑대야?"
"어! 그러니까 그냥 약속취소해!"
"헤헤헤 이미만낫는데? 도리야~ 이따전화할게. 걱정하지말구 수업잘듣구~"
"아오 쫌!"
나를 동생 취급하는구나. 여자친구라기보다 그냥 본인을 누나라고 생각하는구나. 다른건 모르겟는데 이건 확실히 알겟더라. 끊어진 전화에 죄없는 스마트폰만 꽉 쥐어 부들부들 거리는 손으로 그자리에서 연속으로 담배를 몇개나 폈는지 몰라.
남자랑, 그것도 내가 모르는, 거기다 단둘이 여행을 갓다는것도 화가 낫는데 무엇보다 서운하고 속상했던건.
그날까지 아직 우린 실제로 만난적이 없엇거든 연락은 해도 말이지.
그상태로 얼마나 잇었을까? 계속 피워댄 담배로 목이 따갑고 살짝 숨이 찰떄쯤 라면사러 가던것도 잊고 그냥 집으로 들어가 버렸어.
"아니 무슨 라면을 공장까지가서 만들어오시나~"
문소리에 친구가 벌떡일어나 내쪽으로 걸어오더니 내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걸 보고는 의아해 하며 물었지.
"에? 라면은? 라면사러간거 아니엇냐?"
"라면은 XX 사다먹어!"
남자와 단둘이 여행을 간 엄마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 괜히 친구들에게 짜증을 내곤 방바닥에 드러누워 이불을 뒤집어썻어 혹시 전화온건 없나, 문자 온건 없나 일분에도 몇번씩 핸드폰을 드려다보면서 어느세 잠이 들어버렸지.
- 띵동 -
문자소리에 잘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핸드폰을 바라봣을때
- 도리야.. -
딱세글자. 엄마에게 온 문자메시지는 그렇게 딱 세글자였어. 무슨일이 있는건가 싶어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엄마는 받지 않앗어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괜히 불안해 손톱을 물어뜯으며 안절부절 하고있는데 또 문자 알림이 왔어.
- 지금 전화 받을수가 없어ㅠ -
- 무슨일인데? -
- 오빠랑 바닷가왔는데 운전을 오래해서 힘들다며 잠깐 쉬다가자는데 -
엄마 문자에 핸드폰을 집어던질뻔했어. 여자랑 단둘이 여행을가서 잠깐 쉬어가자니 너무뻔하잖아?
아는 오빠라며? 친한 오빠라며? 내가 가지 말랬지? 넌 생각이 있냐 없냐? 손으로 몇번이나 썻다 지우면서
도대체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겟더라고
- 지금 그냥 도망가 -
아빠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지.
- 지금당장 어디가 벌써 7시인데.. -
- 됐고 그냥 우리집와 -
- 너네 집에? 나 재워줄꺼야? -
- 어 거기있지 말고 얼른와 -
- 아닌데? 도리가 도리도 늑대라고 했는데? -
- 진짜 늑대한테 잡아먹히기전에 빨리와! -
더이상 애기했다간 험한말이 나올것 같아서 핸드폰을 내려놨어. 애꿎은 담배를 또 뻑뻑펴가면서 곰곰히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상황이 이해가안되더라고
'멍청한거야? 순진한거야?'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기차를 탓다는 문자가왔고 아빠는 엄마를 데리러 가려고 옷을 갈아입기위해 옷장을 열었어.
이 상황에서도 첫만남이라고 멋지게 보여야겟단 생각에 옷장앞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또 입었다 벗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성였지.
- 마누라 어디야? 나지금 도착했어 -
- 어.. 나내렸는데.. 여기 .. 8번.. -
- 딱 거기있어 내가 간다 ㅡㅡ -
늦은 저녁. 가끔씩 지나가는 사람들 한 두명과 흘러나오는 방송이 메아리 칠 정도로 한적한 기차역.
아빠가 8번게이트에 다다랏을때 가판대 뒤에 몸을 숨긴 한 여자가 있었어. 아빠는 그여자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지.
"미진씨?"
아빠의 말에 그 여자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어.
"도대체 여기서 뭐하는거야? 왜 이러고 숨어있어?"
고개만 살짝 내민 엄마는 약간은 바보스럽게 웃으며 잠깐 머뭇거리더니 모기만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애기했어
"부.. 부끄러워서..."
엄마는 그런 여자였어. 사람을 좋아하고 노는것 좋아하며 여행을 좋아하는, 하지만 부끄럼과 쑥쓰러움을 많이타는 어찌보면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외로움을 많이타는 그래서 항상 누가 옆에 있어주길 바라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엄마는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진지 2달정도 되던 때였다고 하더라
항상 옆에 있을줄 알았던 나만 사랑해줄줄 알앗던사람이 한순간에 남이 되고 그 빈자리가 너무 허전하고 아파서 다른 누군가로 채우고 싶엇던 걸까? 아니면 위로를 해줄 사람이 필요했던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모두와 친구로 지내면서 다시는 이런 아픈 사랑 따위 하지 않겠다고 자기 자신을 다독이고 혼자 위로하고 있었던 걸까?
뭐가됏던 사실 엄마는 말야. 매일 너희에게 잔소리하고, 늘어진 옷을 입고 바닥에 앉아 쇼파에기대 웃기지도 않은 티비를 보면서도 뭐가 그렇게 웃긴지 박장대소하는 너희들 엄마도 말야. 한때는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꿈도 많고, 하고싶은것도, 가고싶은곳도 많았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