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 두근두근 회사 체험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도리입니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운이 좋게 한 회사로부터
입사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고, 결혼식을 올리고 일주일의 신혼여행 후
바로 첫 출근을 하게 됐어. 아직 졸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과 결혼.
그 모든 게 단순히 너희들 때문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래야만 했고 어쩔 수 없었던 그 시절 엄마와 아빠의
현실과 선택들. 우리 이 이야기도 나중에 자세히 한번 나눠 볼까?
"오~ 신입? 열심히 해~"
"눈 땡글땡글한 거 봐. 너 일 잘하게 생겼다."
"술 잘 먹어? 신입도 왔는데 회식해야지?"
생긴 지 10년 정도 된 it회사여서 그런가 나이 평균대가 30대 초중반으로 상당히 젊은 편이었어.
내가 배치된 부서 과장님의 안내로 각 부서를 돌면서 인사를 하고 내 자리에 앉아 긴장한 탓에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모니터 위로 뭔가 검은 게 스믈스믈 올라오더니
뭔가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과 살짝 경계하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사수의 눈과 마주쳤어.
"야! 담배피냐?"
"네? 네 핍니다!"
마치 자대배치 받자마자 선임의 질문을 받은 신병처럼 우렁차고 절도 있게 담배 핀다고 커밍아웃 해버리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신입사원이었단다.
아빠의 대답에 사수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꺾으며 나가자는 제스처를 취하며 일어섰고 아빠는 그 뒤를 따라나섰지.
흡연실로 먼저 들어가는 사수를 보며 이 사람은 어떤 사람 일까? 왜 나를 부른 걸까 하며 약간은 두려움 같은 걸 느꼈는지 몰라.
아빠뒤로 흡연실 문이 닫히자. 사수는 살짝 인상을 쓴 상태로 담배에 불을 붙여 힘껏 빨아들이며 나를 노려보듯이 쳐다봤어.
"어? 야 담배 핀다며? 편하게 펴! 담배 없냐? 내 꺼 줄까? 회사는? 첫 직장이냐?"
"네 첫 직장입니다."
뭐지 이 사람? 할 정도로 뭔가 이미지와는 다른 수다 섞인 말투에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담배를 하나 꺼내서 나에게 내밀고 있더라.
아빠 주머니에 담배가 있었지만, 무슨 생각에선지 그냥 사수가 주는 담배를 받았어. 불까지 붙여주더라.
"감사합니다!"
"야야 쫄지 마. 우리 회사 별거 없어. 나이도 다 젊어서 어려울 거 없을 거야. 너 게임도 하냐? 당구 잘 치냐?"
"아.. 게임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얼버무리자 갑자기 사수는 또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뭔가 맘에 안 든단 표정을 짓더라.
"거 새끼 쫄지 말라니까."
어느새 다 타들어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기지개를 한번 크게 켜더라.
"으그그그그.. 야 가자!"
"넵! 그런데.. 어디로.."
"두근두근 회사체험. 너 첫 직장이라며? 회사는 어떤 곳인가 형이 친히 가이드해줄게"
사수의 안내에 따라 회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회사 시설들을 파악했어.
"여기가 휴게실. 저 자판기에서 가끔 나한테 음료수 뽑아서 갔다 주면 되고"
"공짠가요?"
"... 공짜겠냐?"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막 굉장한 휴게실은 아니었지만 독립된 공간에 의자도 놓여져있고 자판기도 있는...
그래 지금 생각해 보면 학교 다닐 때 학생 휴게실 같은 낯익은 모습이었어.
"여기는 대회의실. 전체 회의 하거나 전날 술 많이 먹어서 일은 못하겠을 때 숨어서 자는 곳이지."
전혀 공감이 안 되는 농담에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사수가 갑자가 나에게 다가와 속삭이는 거야
"윗사람들이 과장님 잡아오라면 여기 제일 먼저 뒤지면 돼"
그렇게 창고, 체육관, 샤워실까지 진짜 건물 안에 모든 곳을 돌고 나서는 다시 흡연실로 향했어.
"두근두근 회사체험 잘했냐? 누가 이런 거 시켜주냐 나아니면"
공치사를 하며 걸어가는 사수 뒤에서
'누가 시켜달라고 했나'
라는 생각을 하면 그냥 말없이 따라가고 있엇지.
"담배 딱 하나만 더피고 들어가자"
"네! 알겠습니다."
"편하게... 너 혹시 어디 모자라냐?"
"저 그런데 제가 뭐라고 불러 드려야 됩니까?"
"빨리도 물어본다. 너 내 이름은 알고?"
생각해 보니 회사 구석구석 돌을 동안 이름 한번 한번 못 물어본 거야. 아니 어쩌면 혼자 계속 떠드는 바람에
물어볼 타이밍을 놓친 거였을지도 모르지.
"성함이..."
"이 새끼는 지 사수 이름도 몰라"
'아니 니가 말해줬냐고 진짜 캐릭터 겁나 마음에 안 드네'
라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지만 첫 출근이잖아. 첫 출근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들었거든
"죄송합니다. 알려주시면 기억하겠습니다."
담배를 문상태로 날 빤히 쳐다보다가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사수의 전화가 울리더라.
"어? 나 신입이랑 흡연실인데? 아.. 얼마나 나와있었다고! 알았어 데리고 들어갈게요."
전화를 끊고는 신경질적으로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는 사수를 보며 아빠가 뭘 할 수 있겠어?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십니까? 뭘 말해야 할지도,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도 전혀 모르는
첫 직장 출근한 신입사원일 뿐이었는데 말이지.
"야! 가자 과장이 어디갔냔다. 하 진짜 얼마나 나와있었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아직 다 피지 않은 담배지만 사수가 흡연실 문을 열고 나가는 걸 보고는 바로 끄고 사수의 뒤를 따랐어.
투덜대면서 사무실로 가던 사수가 갑자기 뚝 멈춰서더니 돌아서서 나를 쳐다보는 거야
"야"
"네? 넵!"
"내가 내 이름 이야기 했던가? 김 과장 때문에 내가 무슨 얘기 하고 있었는지 까먹었네 샹"
"아직 안 해주셨습니다."
"그래? 그럼 한번 알아봐 봐 내 이름이 뭔지"
그렇게 말하곤 다시 사무실로 항햐는 사수의 모습을 보면서
'아 진짜.. 무슨 이런 인간이 다 있지?'
하면서 속으로 있는 욕, 없는 욕 다하고 있는데
"야 다 들린다 너 지금 속으로 내 욕했지?"
"네... 네?"
"와.. 그렇다고 또 네 라고 하는 놈은 또 처음 보네 너 애가 참 솔직하다?"
재능 있어 보였어. 사람 불편하게 만들고 화나게 하는 재능.
어느덧 사무실 앞에 다다르자 문을 열기 전에 잠깐 멈칫하더니
"윤경태다. 아직 직급 없으니까 그냥 형이라고 불러"
사무실문이 열리고 부서 앞에 다다랐을 때,
과장님이 다짜고짜 우릴 보고 화를 내는 거야.
"야 바쁜데 애 데리고 어디 갔다 이제와! 메신저로 전화번호 줬으니까 전화해 봐 아주 너 찾고 난리가 났어."
"뭐 몇 분이나 있었다고... 뭔데요?"
"데이터가 이상하데 담당자 어디 갔냐고 죽은 거 아니냐고 계속 전화하잖아"
"하 진짜.."
경태형이 자리에 앉아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과장님이 나한테 다가오더니 책자 한 권을 툭 아빠책상에 던지듯이 내려놓았어.
"경태랑 어디 갔다 왔냐?"
"두근두근 회사체험 하고 왔습니다."
"두근 뭐?"
- 풉 -
별생각 없이 뱉은 내 말에 부서원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아주 힘들어 보이더라.
"이거 매뉴얼이니까 외워. 별 이상한 놈이 들어온 거 같은데..."
과장이 던져준 매뉴얼이란 책자는 200장 정도 되는 일반 소설책 같은 두께의 책이었어.
"언제까지 외우면 됩니까?"
"... 됩니까? 언제까지?"
내가 뭐 실수한 건가 싶어 살짝 주눅이 들어있는데. 과장은 아무 말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 책상에 있던 커피를 집어 살짝 들이키며 실눈을 뜬 상태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더라고
"이. 번. 주. 까.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