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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권력, 지상직 직원느님

잘 봐주세요(굽신)

by 봄날의 봄동이

스탭 티켓으로 비행기를 타는 가족의 입장에서 가장 긴장되고 잘 보여야(?) 할 사람은 바로 지상직 직원분들이다. 그날 나의 탑승과 관련한 절대적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 물론 없는 자리를 만들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자리 선택이라든지 탑승권을 받는 시간, 수하물, 때로는 복장 검사 등 티켓을 받기 직전까지 중요한 모든 과정이 카운터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단 티켓을 받고 들어가면 기내에서는 크게 문제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사실 가족 입장에서는 그다지 신경 쓰일 일이 많지는 않아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역시 카운터에서 수속할 때다.


나는 특히 복도석에 집착하는 편이라 카운터에서 복도석 자리가 있으면 배정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남은 자리가 있다면 대부분 반영해 주려고 하지만 스탭 티켓 특성상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 어떤 때는 그냥 없다고 하고 그대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뭔가 장 나서 승객이 선택하지 못하게 되어있는 복도석 옆의 중간 자리를 배정해 주며 타고 나서 옮기라는 등 숨은 대안을 찾아주는 경우도 있었다. 복도석이라도 비상구석이나 자리 배열이 바뀌며 앞으로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자리 등 좋은 곳으로 찾아주시는 경우도 많았다.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지상직 직원분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단 부탁해 볼 수밖에 없다.


나라마다 분위기도 조금씩 다른데 예상 가능하듯 유럽권에서 탑승하는 경우 조금 더 편하고 직원 친화적인 분위기였다. 내 경험으로는 남은 비상구석을 직원 위주로 배정해 준다든지 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복장도 거의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 반면 외항사 특성상 스탭 출국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인천의 경우 조금 더 원칙적인 분위기였다. 인천공항에서 스탭 티켓을 사용할 때 순서대로 방송으로 호명하며 체크인하는 모습과 몇몇 스탭들이 카운터로 들어가며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는 등 다소 엄격해 보이는(?) 면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 나는 미리 조심했기 때문에 복장으로 탑승이 거부된 적은 없었지만 신발 등 놓치기 쉬운 규정을 안 지켜서 곤혹을 치른 이야기도 들었다.


이렇듯 수속장의 분위기도 대체로 그 나라 문화와 비슷하게 가는 듯하다. 다소 엄격하지만 원칙에 충실한 한국 스타일이 가장 뒤탈이 을지도. 한번은 혈육을 방문하고 중동에서 출국할 때 원 카운터 근처에서 서성거리자 근처에 있던 E력 가득해 보이는 유쾌한 직원이 농담"너네 줄 서기 싫어? 그럼 저쪽 짐 없는 사람 전용 카운터로 가~"라고 했다. 우리는 부칠 짐이 두 개나 있다고 하자 뭐 어떠냐며 익살스럽게 한쪽 눈을 깜박이며 저기 '짐 없는' 카운터로 가서 일단 수속하고 짐을 부칠지 말지 거기서 생각해 보라며 쿨하게 내 주기도 했다. 반신반의하며 가서 문제없이 수속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실 이런 방식이 좋은 걸까 싶긴 하다(해 줘도 난리).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때로는 사소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혈육은 승무원이 된 후 같은 동료의 마음을 헤아려서인지 스탭 티켓으로 한국에 다녀가거나 여행가거나 할 때 자주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서 지상직 직원분들께도 드리고 기내에 타서 일하는 승무원분들께도 나눠 드시라고 드리기도 했다. 내가 이유를 물어보자 본인도 기내에서 일할 때 누가 바깥 간식을 사 오면 좋았다고. 내 생각에는 기내에 이미 간식이 잔뜩 있는 것 같아도 승무원들은 늘 먹는 음식이다 보니 지겨워서인지 외부 음식이 반가운 모양이었다. 사람인지라 이렇게 드리고 나면 아무래도 더 친절하게 챙겨주기도 했다.


다만 내 입장에서 작용은 혈육이 이렇게 해버리면 일행인 나까지 스탭인 것이 널리 알려져 그 기내에서 행동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ㅋ 누가 뭐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괜히 음료 서비스도 손 많이 가는 것은 못 시키고 그냥 바로 따르면 되는 것만 말하게 됨ㅜ 혈육이 알려주기 전에는 기내에 있는지도 몰랐던 미니 사이즈 베일리스에 프레시밀크 절반 붓고 얼음 띄운 칵테일이 마시고 싶었는데(내가 쓰고도 약진상ㅋ) 현실은 그냥 조용히 카트에 실려있는 대로 '^^레드와인 플리즈...'를 외칠 뿐이었다.


간식 선물로 더 즐거워졌던 프라하 가족 여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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