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지우는 트럼프의 방식
전쟁은 더 이상 '국가와 국가의 충돌'이 아니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는 이란이라는 국가를 상대로 한 것이지만,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겨누고 있는 것은 '체제 그 자체'다.
그리고 이 전쟁의 설계자, 트럼프는 누구보다도 정확히 현대전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트럼프는 장기전을 싫어한다
병력을 파병하고 점령지를 관리하는 데서 미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그는 일찍이 학습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끝나지 않는 전쟁'은 미국 내 피로감을 가중시켰고, 결과적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여론을 낳았다.
반면, 트럼프는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충격을 선호한다.
솔레이마니 제거, IS 격멸, 후티 반군 타격
이 모든 작전은 '지도부 제거', '정밀 타격', '제한적 개입'이라는 세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진다.
이번 이란 공습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미국은 전통적인 의미의 전면전이나 점령 없이, 제한된 시간 동안 최대한의 충격을 가해 체제를 무력화시키려 한다.
핵심은 속도와 명분이다.
먼저 때리고, 끝났다고 선언한다. 반격이 오기 전, 국제사회의 공조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결과가 나온 것처럼 '이야기'를 완성해버린다.
트럼프식 전쟁의 본질
더 흥미로운 건, 트럼프가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전략은 국가의 체계와 기능을 하나씩 잘라내어, 결국 정권을 '무장단체'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데 있다.
그것이 이란의 혁명수비대(IRGC)든, 후티든, 혹은 탈레반이든
더 이상 외교 테이블에 앉을 자격이 없는, 국제법 바깥의 행위자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하메네이와 그의 체제가 살아 있더라도, 통신망이 끊기고, 지휘계통이 무너지고, 세계가 그들을 '국가'가 아닌 '무장단체의 수장'으로 보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정치적 완승이다.
트럼프는 지금 이란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격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폭탄보다 이야기
이제 전쟁은 전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사일보다 더 빠른 것은 정보이며,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미지'다.
트럼프는 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그는 전쟁을 설계하는 동시에, 그 전쟁의 '서사'를 쥐고 흔든다.
CNN이 공습 장면을 내보낼 때, 백악관은 이미 승리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국민은 그것이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종결처럼 느끼게 된다.
이란이 반격할 수 없는 것은, 군사력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체제가 무너지는 속도보다 빨리, 국제사회는 다음 이슈로 넘어간다.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잊힌 것이다.
앞으로의 전쟁 양상
트럼프가 보여준 전쟁은 전통적인 '승리' 개념을 해체한다. 이제 전쟁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란이 국가로 존재해도, 아무도 그들과 외교하지 않고, 아무도 그들의 방송을 보지 않으며, 아무도 그들의 통화를 쓰지 않게 된다면
그것은 '패전'이 아니라 '삭제'다.
앞으로의 전쟁은 점령이 아니라 차단이며, 정면 충돌이 아니라 무관심 속의 붕괴가 될 것이다.
사이버 공격, 금융망 압박, 드론 정밀 타격, 여론 조작,
지정학적 고립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이 새로운 전쟁은,
병사보다 기자가 많고, 전쟁터보다 SNS가 뜨거운 시대의 모습이다.
이런 양상에서 패배는 패한 쪽이 아니라,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하는 쪽에게 돌아간다.
다음은 무엇인가
지금 이란은 물리적 패배가 아니라, 개념적 패배를 겪고 있다.
아무리 국경을 지키고 방송을 유지해도, 국가로서의 자격을 상실하면 그것은 하나의 '실패한 체제'일 뿐이다.
하메네이가 무기를 들고 버틴다 해도, 세계가 그를 '국가수반'이 아닌 '지하드 지도자'로 인식하는 순간, 이란은 패배한다.
이 전쟁의 끝은 포로 교환도, 평화 협정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더 이상 상대할 국가가 남아 있지 않음'을 선언하는 식으로 끝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트럼프가 원한 그림이다.
죽이지 않고, 무너뜨린다. 끝장내지 않고, 존재를 말소시킨다.
결국, 이 전쟁은 누구를 위한 서사인가?
트럼프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전쟁은 언제나 정치다.
그러나 그는 전쟁을 통해 지지율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손실 없이 세계를 통제하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유권자에게 '힘'으로 느껴진다면, 이란이 사라지는 순간은 곧 트럼프의 승리 선언이 된다.
그 전쟁은 중동에서 벌어졌지만,
실제로는 CNN, 유엔, 백악관, 그리고 투표함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전이다. 이것이 트럼프다.
어쩌면 이 전쟁은, 한 국가가 패배한 것이 아니라..
세계가 그것을 국가로 간주하지 않게 된 순간부터 이미 끝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