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줘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한다

by 진하준

너는 참 예쁜 사람이었다.
얼굴이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말을 고를 때의 조심스러움, 눈웃음 너머의 다정함, 길거리에서 강아지를 내려다보던 너의 눈빛까지.
그런 모든 것들이 너를 예쁘게 만들었고, 나는 늘 감탄했다.
내 옆에 있다는 게 고마운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네가 없는 이 밤은 참 잔인하다.
귀를 막아도 들리는 침묵.
너의 온기가 빠져나간 자리는 너무 조용해서, 그 조용함이 오히려 나를 찌른다.

네가 웃던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내가 마치 이 집의 손님처럼 느껴진다.

낯설고 어색하다.

이곳은 너 없인 완성되지 않는 공간이었다는 걸, 이제야 안다.


이별은 생각보다 날카롭지 않다.
되려 무디고 뭉툭해서, 서서히 깊게 파인다.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를 않는다.

처음엔 너를 원망했다.
너무 쉽게 등을 돌린 너를.
말 한 마디 없이 식어버린 마음을.

그런데, 이상하지.
지금은 그 원망마저 그립다.
원망이란 감정조차 네가 있어야 가능한 거였으니까.
지금은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밤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너의 모습을 되내이고 생각했어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떠오르는 장면들.
싸늘했던 눈빛, 차가운 표정.
그리고… 네가 했던 마지막 말.
"이제 우리, 그만하자."

그 말 한 마디가 내 세계를 산산이 부쉈다는 걸, 너는 알고 있었을까.


나는 아직도 너를 보내지 못했다.
계절은 바뀌고, 거리엔 새 노래가 흐르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그날 너와 마주 앉았던 카페에 있다.

그때의 공기, 커피잔에 맺힌 물방울, 너의 손끝이 마지막으로 테이블을 스치던 순간까지도.
모든 장면이 정지된 채, 내 안에 박제되어 있다.


내가 조금만 더 용기 냈더라면, 그날 네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이별은 언제나 되돌릴 수 없는 타이밍에 가장 붙잡고 싶은 사람이 떠난다.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한다.
어느 늦은 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면 네가 서 있는걸

조금 수척한 얼굴로, 눈엔 후회의 그림자가 담겨 있고, 입술 끝엔 망설임이 번져 있는

그리고 네가 말하는 거지.
“미안해, 나 왔어.”

그 한마디면 충분해.
이 세상의 어떤 말보다 더 필요한 말.
그 한마디면 내 모든 울분도, 그리움도, 허무함도 다 안아줄 수 있을 것만 같아.

나는 영원이나, 드라마 같은 기적 같은 거창한 걸 바라는 게 아니야.

그저, 네가 다시 내 옆에 앉아 말없이 있어주고, 같은 드라마를 보며 웃어주고

잠들기 전, 네 손이 내 손을 다시 잡아주기만 한다면....

그 평범함이 이제는 기적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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