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정말, 너무 많이 보고 싶다.

by 진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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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날, 기억해?
서툰 첫인사, 머뭇거리던 웃음,
그리고 내 눈을 피하듯 조심스레 스치던 너의 시선.
나는 그때 느꼈어.
아, 이 사람... 오래도록 마음에 남겠구나.
하지만 그게 이렇게까지 오래일 줄은, 몰랐어.


벌써 너 없는 시간이 1년이야.
계절은 네 번 바뀌었고, 그 계절마다 난 너를 한 번씩 더 생각했어.

잊고 싶어서 바쁘게 살았고, 견디고 싶어서 나를 쉴 틈 없이 몰아붙였어.
그런데... 왜일까.
시간은 흘렀는데, 마음은 제자리더라.


가끔은 그래.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너랑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아 있던 순간이 떠올라.
말이 없어도 괜찮았던 사이.
그 조용함이 얼마나 귀한 건지, 네가 떠난 후에야 알았어.


우리의 끝이 더 아팠던 건 뚜렷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야.
크게 다투지도 않았고, 누가 더 잘못한 것도 없었는데,
우리는 어느 순간, 천천히 서로를 놓고 있었지.


사랑이란 건 끝나기 전까진 몰라.
그게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같이 걷던 길, 함께 마시던 커피 한 잔,어깨를 맞댄 채 들었던 노래.
그 모든 게 이제는 ‘혼자’가 되어버렸어.


아직도 그 노래 들으면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가사 한 줄 한 줄이 전부 너니까.
“처음 만난 날 기억하고 있나요.”
응, 기억해.
너무 선명해서 문제야.
잊고 싶은데, 잊히질 않아.


‘너는 괜찮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는 질문이야.
너무 보고 싶은 날엔 무심코 인스타를 열어 너를 닮은 사람을 찾아.
그러다 문득 멈춰.
‘이 사람은 지금 어디 있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사실, 내가 바랐던 건 별거 아니었어.
그냥 너랑 오래오래, 평범하게 걷는 거.
같이 늙어가고, 함께 지루해지는 거.
그 소소한 미래조차 우린 지키지 못했지.


너 떠나고 난 뒤, 오래도록 아무것도 못 했어.
입맛도 잃었고, 잠도 오지 않았고, 온종일 네가 했던 말들만 되새겼어.

“네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
그땐 그냥 웃으며 고마워했지만, 지금은 그 말이 아프게 남아.
나는 너에게 편한 사람이었는데,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너도 많이 외로웠을 거야.
내가 일에 치여 너를 소홀히 했던 그 시간들.
넌 그걸 말하지 않고 그저 웃어넘겼지.


그 침묵이, 지금은 더 슬퍼.
말 대신 보내던 너의 표정.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나는 알아채고도 외면했어.
괜찮은 척, 바쁜 척.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진다고 너무 쉽게 믿었던 나.

그리고 어느 날,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보지 않았지.
눈빛은 마주치지 않았고, 대화는 짧아졌고. 그때 이미,
이별은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던 거야.


“이제 우리… 그만하자.”
네가 말한 그 한 문장이 내 모든 걸 멈추게 했어.
그날 이후, 나는 멍하니 걷기만 했고 숨을 쉬는 것조차 아팠어.

웃기지.
그렇게 아팠는데도 나는 너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너를 사랑했기 때문이야.

너는 떠나지 않길 바랐고, 나는 네가 떠날까 봐 아무 말도 못 했어.
서로 사랑했는데, 그 사랑을 표현하는 법이 서툴러서 우리는 결국 멀어졌지.


그날 이후로 너의 소식을 들은 적 없어.
친구들에게도 너에 대해 묻지 않았어.
그냥, 내 안에만 너를 조용히 담아두고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했어.

혹시 너도, 나를 떠올리는 순간이 있을까?
이 계절 어딘가에서 나처럼 같은 하늘을 보고 있을까?


무슨 이유에서든, 나는 우리가 함께했던 길을 다시 걸었고 예전에 앉았던 카페에도 혼자 가봤어.
그 자리에서 너를 떠올리며 조용히 커피를 마셨지.

사람들은 말하더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이야.
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려.

혹시 너는 알고 있을까?
지금도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너 없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 흔했던 “사랑해”라는 말.
이젠 너무 조심스러워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어.
그 말이 나를 또 무너뜨릴까 봐.

운명을 바꿀 수 없다 해도 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너를 놓친 내 마음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는 거.


그때도, 지금도, 나는 줄곧 너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는 거.


“지금, 널 만나고 싶어.”
단 몇 분이라도 좋아.
너의 목소리를 듣고, 너의 눈빛을 보고, 네가 거기에 있다는 걸
조금만 느낄 수 있다면.

지금 누군가 나에게
“소원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할 거야.
“그 사람을 한 번만 다시 만나고 싶어요.”

만약 너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나는 예전처럼 말을 아끼지 않을 거야.
사랑한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그때 꺼내지 못했던 모든 말들을 다 너에게 건넬 거야.


그날이 오지 않는다 해도 이 마음은 진심이야.
너는 내 기억 속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사람이야.

나, 여전히 여기 있어.

그 자리 그대로. 너랑 처음 손잡았던 그날의 온기를 기억하며.

지금 너는 어떤 사람과 어떤 계절을 걷고 있을까.
행복하니?
마음은 편안해?
그렇다면 다행이야.
진심으로 그래.


하지만, 혹시라도 나를 떠올리는 밤이 있다면—
그때는 꼭 기억해줘.
이 세상 어딘가에서 너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걸.

“보고 싶다.”
“정말, 너무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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