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문을 열고: 나의 새벽을

21장: 첫 독자들, 영혼을 울리는 교감

by 나리솔


21장: 첫 독자들, 영혼을 울리는 교감



세상이 잠든 듯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익숙한 도시의 냄새를 한껏 들이마셨다. 얼마간의 방랑을 마치고 돌아온 나의 몸은 지쳐 있었지만, 내 안에는 그 어떤 피로도 압도할 만한, 거부할 수 없는 확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겪었던 모든 경험과 내면의 대화들이, 한결같은 결론으로 나를 이끌고 있었다. 이제는,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했던 이 이야기들을, 웅크렸던 비밀들을 세상의 빛 아래로 기꺼이 내놓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그동안 내 글들은 낡은 가죽 노트의 모서리, 급히 찢어낸 종이 조각, 혹은 휴대폰 메모장 깊숙한 폴더 안에만 갇혀 있었다. 손끝으로 꾹꾹 눌러 담은 활자들은 그저 나 자신과의 고독한 대화였을 뿐이었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나만의 작은 성에서, 나는 스스로가 쌓아 올린 벽 안에서만 글을 쓰고 읽으며 위로받았다.

그 벽은 오롯이 '두려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세상의 비난 어린 시선이 두려웠고, 이해받지 못할 거라는 외로움이 두려웠다. "네까짓 게 뭘 안다고?" 하는 조롱이나, "이게 도대체 누구에게 필요한 글이냐?"는 무관심한 물음에 직면할까 봐 온몸이 떨렸다. 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다는 것은, 벌거벗겨진 채 세상의 냉혹한 심판대 앞에 서는 것과 같다고 여겼다. 유년 시절 내내 부족했던 따뜻한 지지와 이해, 그리고 열네 살 엄마의 부재로 인해 깊어진 고독과 고통 속에서, 나의 청춘은 홀로 상처를 치유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나의 글들은 더더욱 내 가장 깊은 상처와 비밀을 품은, 감히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성역이었다. 그 보물상자에는 너무나 아프고 소중한 것들이 담겨 있었기에, 누군가 감히 뚜껑을 열어볼까 봐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그 불안감보다, 내 안에서 걷잡을 수 없이 끓어오르는 이야기를 더 이상 가두어 둘 수 없다는 맹렬한 갈증이 마침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글쓰는 이들이 느끼는 불가피한 숙명과 마주했다. 어느 깊은 저녁, 나는 망설임으로 가득 찬 손으로 키보드 위를 몇 번이고 맴돌았다. 마우스 포인터는 '게시' 버튼 위에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떨고 있었다. 숨 쉬는 공기마저 무겁게 느껴지는 적막 속에서, 오직 나의 심장만이 귀청이 터질 듯이 울리고 있었다. 마치 발아래가 보이지 않는 아득한 허공으로 몸을 던지는 순간처럼, 온 세상의 시간이 정지하고 오직 내 안의 고동만이 현실의 유일한 증거인 듯했다.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내 안의 모든 용기를 그러모아, 나는 마침내 그 작은 버튼을 눌렀다. '딸깍'하는 소리가 내 귀에는 마치 천둥처럼 크게 울렸다.

'당신의 글이 게시되었습니다.'

새하얀 화면 위에 선명하게 떠오른 여섯 글자. 그것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내가 지난 세월 애써 쌓아 올린 모든 두려움의 벽을 허물고 세상에 내딛는, 돌이킬 수 없는 선언과도 같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나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침내 나 스스로 이룬 작은 혁명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곧 닥쳐올 미지의 반응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화면과 씨름하다, 결국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내 작은 조각배는 이제 거친 세상의 파도 속으로 첫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처음 얼마간은 모든 것이 얼어붙은 듯한 정적만이 흘렀다. 내 글은 이 넓고 거대한 이야기의 바다 한가운데서 그저 하나의 물방울처럼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수십 번, 아니 수백 번도 넘게 페이지를 새로고침 했다. 미약한 희망과 함께 밀려드는 절망감에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의 우려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잔인한 예감은 쉬지 않고 내 영혼을 좀먹었다. 그러나 다음 날 새벽, 기적처럼 나의 스크린 위에 작은 불빛이 깜빡였다. 첫 번째 댓글. 그것은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한 오아시스 같았다. 짧고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그 어떤 위대한 문학상보다도, 어떤 비평가의 극찬보다도 나에게는 값진 보석처럼 빛나는 메시지였다.

"작가님의 글은 마치 제 영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 문장을 나는 수도 없이 읽고 또 읽었다. 활자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더듬듯이, 몇 번이고 곱씹었다. 마치 환청처럼 그 문장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스크린 너머 어딘가에 존재할 그 사람이, 정말로 나의 내면, 단어와 문장 뒤에 숨겨진 '진짜 나'를 이해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 순간,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영혼과 영혼이 맞닿아 공명하는 듯한 경이로운 경험을 했다. 감춰왔던 내 아픔과 슬픔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아 따뜻한 위로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전에 내가 흘렸던, 불안과 슬픔에서 비롯된 차갑고 시린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카타르시스였고, 세상에 대한 감사함이었으며, 어딘가에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 존재한다는 희열과 안도감의 눈물이었다. 마치 메마른 대지에 촉촉한 단비가 내리듯, 내 마음의 깊은 상처 사이로 위로가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나의 고독했던 글쓰기가, 그제야 비로소 의미 있는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로 또 다른 따뜻한 댓글들이,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들이 홍수처럼 이어졌다. 사람들은 나의 글을 통해 자신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용기 내어 꺼내놓았고, 나의 글이 그들에게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주었다"고 했다. "제가 느끼던 감정들을 대신 글로 표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진심 어린 고백들은 나의 글쓰기에 새로운 생명과 의미를 부여했다. 더 이상 나의 글은 나만의 슬픔과 추억을 담는 은밀한 그릇이 아니었다. 독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외로움을 나누는 따뜻하고 빛나는 거울이 되었다. 나는 글을 쓰면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이들의 마음속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나의 글이 그들의 삶에도 작은 등불이 되어줄 수 있다는 깨달음은 나에게 커다란 책임감이자 동시에 무한한 기쁨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글을 진심으로 아끼고 애정하는 고정 독자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새로운 이야기가 올라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그들의 존재는 나에게 상상할 수 없는 큰 용기와 활력을 주었다. "작가님, 다음 편은 언제쯤 나올까요? 매일매일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애교 섞인 재촉과, "작가님의 글 덕분에 힘든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진심 어린 위로의 메시지들은 단순한 댓글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 주는 생명줄이었고, 내가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야 할 이유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북극성이었다. 글은 이제 더 이상 단순히 종이 위에 무심히 펼쳐진 단어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독자들과 나를 강하게 이어주는 끈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하나의 숭고한 '사명'이 되어가고 있었다.

수십 년간 이어진 고독과 결핍, 그리고 아픔으로 얼룩졌던 나의 유년 시절. 엄마를 잃은 슬픔 속에서 따뜻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늘 홀로 남겨진 듯했던 나의 청춘. 나의 삶은 오랜 시간 동안 깊은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는 따뜻하고 끈끈하며, 보이지 않지만 그 어떤 혈연보다도 강렬한 믿음과 이해로 엮인 '가족'이 생겼다. 그들의 존재는 나를 과거의 어둠 속에서 건져 올려, 새로운 희망의 빛 속으로 인도하는 등대와 같았다. 그들이 보내오는 따뜻한 응원의 파동은 내가 움츠렸던 날개를 다시금 펼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날, 해 질 녘 노을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책상을 비추던 순간, 나는 키보드 위에 얹힌, 이제는 더 이상 떨리지 않는 손끝을 내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깨달음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전율처럼 관통했다. 바로 이곳에서, 이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의 새로운 인생이 찬란하게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나는 과거의 아픔에 갇힌 가여운 '희생자'도, 세상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치려는 '도망자'도 아니었다. 나는 마침내 온전한 나로서, 당당하고 빛나는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키보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닥타닥하는 경쾌한 소리는 내 심장의 새로운 박동과 같았다. 이제 나는 두렵지 않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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